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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지나간 자리까지 지킨다… 천수만을 지키는 한 공무원의 이야기

서산버드랜드 한성우 주무관이 말하는 철새, 생태 보전, 그리고 천수만의 미래

  • 위치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5-1
  • 등록일자
    2026.06.15(월) 21:02:56
  • 담당자
    뽀글이 (vmfms0830@naver.com)
  • 서산버드랜드에서 만난 한성우 주무관, 그는 천수만 철새도래지 생태환경 조성과 생태교육 업무 등을 맡으며,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의 변화와 서식 환경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다.

    ▲ 서산버드랜드에서 만난 한성우 주무관, 그는 천수만 철새도래지 생태환경 조성과 생태교육 업무 등을 맡으며,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의 변화와 서식 환경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천수만의 새들을 멍하니 봅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고민하고 열받는 일이 정말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14일, 충남 서산 천수만 인근 서산버드랜드에서 ‘새 박사’로 통하는 한성우 주무관을 만났다. 그는 서산버드랜드에서 천수만 철새도래지 생태환경 조성·유지관리, 생태학습장 운영, 휴경농지 활용사업, 천수만 탐조대회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조류박람회와 국제행사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한 주무관에게 새는 행정 업무의 대상이기 전에 삶의 방향을 바꾼 존재였다. 대학 시절,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조류학 연구실에서 공부를 시작한 그는 낙동강 하구에서 수천 마리 민물도요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봤다. 이어 서산 천수만에서 가창오리의 군무를 마주했다. 그때부터 새는 그에게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었다.


    “새는 저에게 꿈과 현실입니다.”


    그는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젠가 지금 맡은 일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망원경을 들고 다시 천수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 생물다양성의 날 환경부장관상 수상 장면. 한성우 주무관이 천수만 생태 보전 활동 공로로 상을 받고 있다.

    ▲ 2024 생물다양성의 날 환경부장관상 수상 장면. 한성우 주무관이 천수만 생태 보전 활동 공로로 상을 받고 있다.


    한 장소에서 만나는 수많은 철새


    한 주무관은 천수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양성’을 꼽았다. 순천만 하면 흑두루미, 금강 하면 가창오리를 떠올리듯 특정 지역이 특정 철새로 대표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천수만은 다르다고 했다.


    “10만 개체가 넘는 기러기류, 전 세계 거의 모든 개체가 방문하는 흑두루미, 국제적 보호종인 황새를 비롯해 독수리,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철새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한 천수만의 계절은 새들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봄이면 흑두루미가 북상하며 천수만을 지나고, 여름이면 인근 산에서 여름철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가을에는 기러기들이 수확이 끝난 논을 찾아들고, 겨울이면 오리와 기러기가 천수만을 가득 채운다.


    많은 새 가운데 그가 유독 마음을 주는 새는 황새다. 서산버드랜드 안에서 번식하고 있는 황새로, 그는 이 황새를 “국내 1호 다문화가족을 이룬 황새”라고 표현했다.


    2022년 충남 예산에서 야생 방사를 목적으로 들여온 황새 한 쌍이 삵의 공격으로 모두 폐사한 일이 있었다. 사업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던 상황에서, 서산버드랜드 주변을 두고 경쟁하던 야생 수컷과 방사 암컷이 짝을 이뤘다. 두 황새는 둥지를 만들었고, 4년 연속 번식에 성공했다.


    “실패로 종결될 뻔한 사업이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종이다 보니 볼 때마다 예쁩니다.”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일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패와 우연, 기다림과 회복이 겹쳐 있다. 한 주무관에게 황새는 그 시간을 함께 견딘 존재다.


    코타키나발루 유치활동 장면. 서산시는 제12회 아시아조류박람회(ABF)에서 천수만의 철새와 생태자원을 알리며 제14회 ABF 유치활동을 펼쳤다.

    ▲ 코타키나발루 유치활동 장면. 서산시는 제12회 아시아조류박람회(ABF)에서 천수만의 철새와 생태자원을 알리며 제14회 ABF 유치활동을 펼쳤다.


    새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된다


    현장에서 새를 관찰하며 특별하다고 느낀 순간을 묻자 그는 탐조가들을 떠올렸다. 천수만에는 국내 탐조객뿐 아니라 외국인 탐조객도 찾아온다. 어떤 새를 봤느냐고 묻기만 해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새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가까워진다.


    “새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새를 통해서 세계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게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서산시에서 열린 아시아 조류박람회도 그에게는 그런 의미였다. 그는 “그냥 새가 좋아서 친구가 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코타키나발루 유치활동 장면. 서산시는 제12회 아시아조류박람회(ABF)에서 천수만의 철새와 생태자원을 알리며 제14회 ABF 유치활동을 펼쳤다.

    ▲ 코타키나발루 유치활동 장면. 서산시는 제12회 아시아조류박람회(ABF)에서 천수만의 철새와 생태자원을 알리며 제14회 ABF 유치활동을 펼쳤다.


    제14회 아시아조류박람회(ABF) 유치 과정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한 주무관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제12회 ABF와 필리핀 라스피냐스에서 열린 제13회 ABF에 참가해 서산 천수만의 생태적 가치와 철새도래지로서의 매력을 알렸다. 천수만이 한국을 넘어 세계 탐조인들에게 소개되는 자리였다.


    그는 지난해 박람회에 참가한 남미 지역 여행사가 간월호 상류의 기러기 8만 개체를 촬영한 뒤, 곧바로 한국 방문 탐조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홍보한 일도 소개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보기 어려운 장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주무관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세계조류박람회(WBF) 유치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천수만의 철새와 생태자원을 세계에 더 넓게 알리고, 서산이 국제 생태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철새 먹이 경작지에서 비료를 살포하는 모습. 서산버드랜드는 천수만 철새들의 안정적인 먹이활동을 위해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철새 먹이 경작지에서 비료를 살포하는 모습. 서산버드랜드는 천수만 철새들의 안정적인 먹이활동을 위해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라진 40만 가창오리 군무...이유는 논에 있었다


    오래 새를 본 사람은 새들의 움직임에서 환경의 변화를 읽는다. 한 주무관은 예전 서산 천수만의 대표 겨울철새였던 가창오리를 예로 들었다.


    과거 천수만에서는 40만 개체 이상의 가창오리가 함께 겨울을 났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대규모 군무를 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최대 20만 개체 정도가 서해안 습지를 따라 흩어져 관찰된다고 한다.


    그는 원인을 먹이에서 찾았다.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한 장소에 있으려면 그만큼 많은 먹이가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근래 농기계의 발달로 벼 수확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낙곡의 양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농기계가 발달하고 수확 방식이 바뀌자 논에 남는 낙곡이 줄었다. 대형 먹이터가 줄어들자 가창오리들은 무리의 크기를 줄여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가 사라진 자리에는 인간이 바꾼 환경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천수만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황새, 독수리, 흑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의 증가도 눈에 띈다. 황새는 방사 개체들이 서해안 습지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천수만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독수리는 과거 소수만 보였지만 최근에는 200개체 이상이 월동하고 있다.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 변화도 중요하다. 그는 4대강 사업 이후 흑두루미가 서해안을 따라 우회하는 경로를 선택하게 됐고, 일본 이즈미와 전남 순천에서 월동한 개체들이 거의 모두 서산 천수만을 거쳐 간다고 설명했다.


    “2월 말에서 3월이면 전 세계 흑두루미의 거의 모든 개체가 천수만을 거쳐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흑두루미 먹이제공 모습. 서산버드랜드 관계자들이 천수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안정적으로 쉬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 흑두루미 먹이제공 모습. 서산버드랜드 관계자들이 천수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안정적으로 쉬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먹이를 공급하고 있다.


    인간의 간섭은 줄이고, 관심은 늘려야


    기후변화도 천수만의 새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새로 분류되는 후투티나 물총새가 겨울에도 천수만에서 관찰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과 관광 증가도 변수다. 천수만에는 태양광단지 등 개발 압력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사진작가들의 무리한 접근으로 새들이 방해받는 일도 있다.


    “철새들은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서식환경이 바뀌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서식장소를 바꿀 가능성이 커집니다.”


    한 주무관이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새들에게 인간은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인위적 개입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 철새, 특히 몽골에서 한반도로 날아온 독수리의 경우 일정량의 먹이 제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서산버드랜드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관람시설이 아니라 생태교육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생조류를 보는 시점을 과거의 식량자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고, 보호대상으로 새를 관찰하는 시점을 만들고자 합니다.”


    생태교육은 새 이름을 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가 왜 이곳에 오는지, 무엇을 먹고 쉬는지, 인간의 어떤 행동이 그들의 삶을 흔드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다.


    시민과 방문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멀리서 관찰하고, 서식지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고, 무리하게 접근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천수만을 찾은 새들이 불안하지 않게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보호 활동이다.


    “우리가 무심코 보아 넘기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지구 전체적으로는 중요한 조직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천수만의 새들은 계절마다 왔다가 떠난다. 그러나 그 새들을 기다리고, 바라보고, 지키는 사람의 마음은 그 자리에 남는다. 그때도 천수만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의 바람인 새들의 천국 서산 천수만을 꿈꾸며.



     * 취재일: 2026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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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서산버드랜드, #천수만, #새박사, #아시아조류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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