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면 연산문화창고는 분위기가 한 번 바뀌게 된다. 양곡을 쌓아 두던 옛 창고가 문화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은 곳인데 6월이 되면 그 앞마당이 물놀이터로 변한다. 아마도 논산에서 가장 발 빠른 물놀이장으로 변신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차양막이 하늘을 가리고 그 아래로 얕은 수영장이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보트를 타고 물장구를 치는 동안 어른들은 평상과 파라솔 아래 앉아 더위를 피한다. 초가 모양의 파라솔과 노란 차양이 어우러진 풍경은 어딘가 휴양지 같은 느낌마저 준다.


물놀이 공간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도심의 워터파크처럼 북적이지 않아 오히려 좋다. 아이는 물에서 놀고 부모는 그늘에서 한숨 돌리는 풍경, 여름 한낮을 보내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물이 깊지 않으니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이 특히 눈에 뜨인다.

이곳의 진짜 재미는 따로 있는데 시네마 연산이다. 평소에는 전시장으로 쓰이는 공간이 상영 시간이 되면 작은 영화관으로 변신하게 된다. 높은 천장 아래 하얀 캠핑 의자와 알록달록한 빈백을 늘어놓은 모습이 영화관과는 또 다른 정취를 풍기는데 전 회차 무료로 운영되고 선착순 백 명에게는 팝콘까지 나눠 준다고 하니 일석 2조다. 4월에는 쿵푸팬더와 드래곤 길들이기가 걸렸고 6월에는 와일드로봇과 윙카가 차례로 상영되었다.

빈백에 몸을 묻고 팝콘을 먹으며 보는 동심의 시간이라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선물 같았다고 할까. 연산문화창고에서는 마침 이번 주 목요일부터 새 전시가 시작된다. 서은혜 작가의 초대전 그림으로 안아준 얼굴들로 6월 18일부터 7월 26일까지 4동 다목적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은혜 작가는 그림으로 사람의 얼굴을 안아 온 분으로 배리어 프리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어 왔고 드라마에 출연한 이력도 있다고 한다. 전시 제목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림으로 안아준 얼굴들 누군가를 그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오래 바라본다는 뜻이고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끌어안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가 나눔을 이야기했다면 이 전시는 시선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아직 보지 못한 그림이지만 어떤 얼굴들이 걸려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필자는 토요일 오후에 윙카를 보았는데 윙카는 초콜릿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진 것이라곤 꿈과 약간의 재주뿐인 사람이 도시에 도착해 온갖 벽에 부딪히는 과정을 그려냈는데 화면은 색이 곱고 음악은 경쾌한 것이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영화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다. 좋은 것은 혼자 가질 때가 아니라 나눌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단순한 문장이었다. 어른이 보아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연산문화창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오감놀이터와 색칠 드로잉 체험 공간도 조성이 되어 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유리창에 가득 매달려 있었다. 사자와 거북이와 알 수 없는 형체들 서툴지만 거리낌 없는 색들이 살아있다. 누군가는 이 작은 그림에서 출발해 언젠가 자신의 전시를 열게 될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작가의 그림이 걸리고 다른 쪽에서는 아이의 첫 그림이 창에 붙는 곳이며 물놀이와 영화를 볼 수 있는 연산문화창고는 그런 공간이다. 여름의 물놀이와 한낮의 영화와 곧 열릴 전시가 한자리에 겹쳐 있었다. 옛 창고가 품고 있던 곡식 대신 지금은 계절과 이야기와 삶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중이다.
연산문화창고
충남 논산시 연산면 선비로231번길 28
* 취재일 : 2026년 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