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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붉은 성당에서 만난 축복의 하루, 태안성당

  • 위치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 435-1
  • 등록일자
    2026.06.09(화) 20:32:12
  • 담당자
    뽀글이 (vmfms0830@naver.com)
  • 태안성당


    태안에 다녀왔다.

    목적지는 태안읍에 있는 태안성당.


    성당터널 옆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는데, 멀리서부터 둥근 돔 지붕과 십자가가 먼저 보였다. 태안 시내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살짝 위에 올라앉아 있어서 그런지, 성당이 주변 풍경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날은 여행하기 좋은 날씨였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가볍고, 초록이 짙어진 정원은 사진을 찍지 않고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싱그러웠다. 게다가 마침 성당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성당 문 앞을 오가는 하객들,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성당 안의 고요한 분위기까지. 괜히 나까지 축복받는 자리에 함께 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주 전동성당을 닮은 태안의 ‘쌍둥이 성당’


    태안성당은 1964년에 처음 세워졌고, 지금의 모습은 2006년에 새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성당이 전주의 대표적인 성당인 전동성당을 모델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관도, 내부 분위기도 전동성당과 많이 닮아 ‘쌍둥이 성당’처럼 불린다고 한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붉은 벽돌과 짙은 회색 벽돌이 번갈아 쌓인 외벽, 둥근 아치형 창문, 중앙의 높은 첨탑과 양쪽의 작은 돔 지붕이 주는 균형감이 무척 인상적이다. 오래된 유럽 성당처럼 묵직한 분위기가 있는데, 알고 보면 지금의 건물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성당이라는 점이 또 재미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건 벽돌 이야기였다.

    본당에 사용된 벽돌은 태안성당 신도들이 직접 구워서 쌓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벽돌마다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처음에는 그저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이 이야기를 알고 나니 벽면이 달리 보였다. 반듯하게 찍어낸 완벽함보다, 여러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들어간 흔적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태안성당 내부 모습


    성당 안에서 만난 고요한 장면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에서 보던 느낌과는 또 다르다. 높은 천장, 반복되는 아치, 검은 벽돌선과 흰 벽면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로 끌어올린다. 둥근 창으로 들어오는 푸른빛도 참 좋았다.


    태안성당 내부 모습


    제대 위에는 두 팔을 펼친 예수상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성당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조용히 맞아주는 것 같았다. 좌우 벽 위쪽에는 성인상들이 모셔져 있어 공간 전체에 경건한 분위기가 감돈다. 화려하게 꾸몄다기보다, 차분하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아름다움에 가깝다.


    마침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더 특별했다.

    평소의 성당이 기도와 침묵의 공간이라면, 이날의 태안성당은 축복과 웃음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었다. 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환하게 웃는 하객들, 그리고 그 뒤로 우뚝 선 붉은 성당.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태안성당 야외 모습


    성당보다 오래 머물고 싶었던 정원


    태안성당은 건물만 보고 돌아서기엔 조금 아쉽다.

    성당 주변 정원이 생각보다 잘 가꾸어져 있다. 소나무와 향나무, 느티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태안성당 야외 모습


    정원 길을 걷다 보면 십자가의 길도 만날 수 있다. 작은 조형물들이 하나씩 이어져 있는데, 그중 제14처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그 앞에서는 잠깐 조용해지게 된다.

    성당 뒤편과 옆길을 따라 걸으면 또 다른 풍경이 보인다.


    태안성당 측면에서 본 모습


    멀리서 볼 때는 웅장했던 성당이, 옆에서 보면 붉은 벽돌과 검은 벽돌의 결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정원 사이로 난 돌길, 잘 다듬어진 나무들, 성모상 앞에 핀 붉은 장미까지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사진으로 담기 좋은 곳이 많지만, 사실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천천히 걷는 시간이 더 좋았다.


    태안성당 측면에서 본 모습


    태안의 아픔과 회복을 함께 지나온 성당


    태안성당은 보기 좋은 건축물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현재의 성당은 2004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6년 10월 완공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12월,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서 지역 전체가 큰 아픔을 겪었다. 성당의 봉헌식도 바로 이어지지 못했고, 태안 바다가 다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간 뒤인 2011년에 봉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태안성당은 단순히 예쁜 성당이라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신도들이 직접 구운 벽돌, 태안 사람들이 함께 지나온 시간, 지역의 아픔과 회복이 이 건물 안에 조용히 쌓여 있는 듯했다.


    요셉관 입구에 세워진 성모마리아상

    ▲ 요셉관 입구에 세워진 성모마리아상


    태안 여행길에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


    태안성당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성당 외관을 감상하고, 정원을 걷고,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된다.

    다만 지금도 미사가 열리는 성당이기 때문에 방문할 때는 조용히 예의를 지키는 것이 좋다. 미사 시간에는 내부 관람이 어려울 수 있으니, 내부까지 둘러보고 싶다면 미사 시간을 피해서 찾는 편이 좋겠다.


    태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바다만 보고 돌아가기보다 태안읍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성당에도 잠시 들러보면 좋겠다.

    조용히 걷고, 바라보고, 마음을 쉬어가기 좋은 곳. 태안성당은 그런 장소였다.



    태안성당

    충남 태안군 태안군 터널길 26-13

     * 취재일: 2026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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