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과 함께 떠나볼 랜선 여행지는 충청남도 홍성에 위치한 가슴 뜨겁고도 경건한 역사적 장소 두 곳입니다. 바로 구한말 국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들의 숭고한 영혼이 깃든 ‘홍주의사총’과,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순교자들의 아픔과 흔적이 남아있는 ‘천주교 홍주순교성지’입니다.
홍성은 예로부터 지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이자, 수많은 위인과 지사들을 배출한 ‘충절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두 곳은 홍성이 왜 충절의 도시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유적지입니다.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사색하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그 특별한 여정을 지금부터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홍성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31호로 지정된 홍주의사총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슴을 확 트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연하게 만드는 홍주의사총의 아름답고 정돈된 전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홍주의사총은 1906년 을사늑약에 반대하며 일어난 홍주의병 중, 홍주성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수많은 이름 없는 의병들의 유해를 모신 합장묘입니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곧게 뻗은 길, 그리고 뒤편을 감싸 안고 있는 나지막한 산자락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라 그런지, 바람 한 점조차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경건함이 감도는 공간입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 홍주의사총 전경

▲ 홍주의사총 전경
역사의 주인공들을 만나다: 홍주의사총 무덤과 비석
전경을 감상하며 붉은 칠을 한 홍살문을 지나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이 공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홍주의사총 무덤(합장묘)을 마주하게 됩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의병들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게 방치하거나 감추려 했습니다. 하지만 1949년 홍성천 준설공사를 하던 중, 의병들의 유골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비로소 이곳에 정중히 모셔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쓰러져간 수백, 수천 명의 의병들이 이곳에 함께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집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 홍주의사총 전경

▲ 홍주의사총 전경
무덤 바로 옆에는 이곳의 내력과 의병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비석이 묵묵히 서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채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석의 글귀를 하나하나 읽어내려 가다 보면, 당시 나라를 빼앗기지 않으려 처절하게 싸웠던 우리 선조들의 함성과 뜨거운 피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어떤 문화재보다 빛나는 가치를 지닌 무덤과 비석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을 올렸습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 홍주의사총 전경
홍주의사총 무덤과 비석을 참배하고 나와 마음을 추스른 뒤, 오른쪽으로 난 호젓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 보았습니다. 초록색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깔끔하게 기와를 얹은 또 하나의 전통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 홍주의사총 전경
이 건물의 이름은 바로 ‘창의사(彰義祠)’라는 사당입니다. 위패를 모셔둔 이곳은 홍주의병 당시 전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제사를 지내는 공간입니다.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위패들이 정갈하게 안치되어 있습니다.
홍주의사총 무덤이 그분들의 육신이 잠든 곳이라면, 이 창의사는 그분들의 정신과 영혼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이 무덤만 보고 발길을 돌리곤 하지만, 오른쪽 길로 조금만 걸어오면 만날 수 있는 이 창의사까지 꼭 함께 둘러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역사 탐방의 깊이가 훨씬 더 깊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아픔과 영광이 공존하는 성지의 시작과 비석
홍주의사총에서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마음에 담았다면, 이제는 또 다른 형태의 숭고한 신념을 만나러 갈 차례입니다.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천주교 홍주순교성지로 향했습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홍성은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인박해 등 조선 시대 천주교 박해 시기마다 수많은 순교자가 피를 흘린,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성지입니다. 공주에 이어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이 발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성지에 들어서면 이곳이 거룩한 순교의 땅임을 알리는 묵직한 성지 비석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비석에 새겨진 ‘홍주순교성지’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종교적 자유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과 바꾼 순교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떠올라 마음이 엄숙해집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고난과 묵상의 길, ‘홍주순교성지 순례길’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자 중심이 되는 코스는 바로 박해 당시 천주교인들이 끌려가고, 심문을 당하고, 처형당했던 경로를 그대로 따라 걷는 ‘순례길’입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홍주순교성지 순례길은 홍주읍성 내부와 주변을 아우르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순교자들이 갇혀 있었던 홍주 감옥터, 심문을 받던 동헌, 그리고 처형지였던 북문 터와 조양문, 홍성천 등으로 이어집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이 순례길은 단순히 걷기 좋은 산책로가 아닙니다. 200여 년 전, 오직 하느님을 향한 믿음 하나만으로 시린 칼날과 고문을 견디며 맨발로 걸었을 순교자들의 고통과 기도를 묵상하며 걷는 ‘기도의 길’이자 ‘성찰의 길’입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순례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한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길 왼쪽을 따라 쭉 정렬해 세워져 있는 십자가 모양의 비석들입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이 비석들은 천주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십자가의 길 14처’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각 비석에는 예수님이 사형 선고를 받으시는 순간부터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 넘어지시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무덤에 묻히시기까지의 과정이 정교한 부조와 글로 새겨져 있습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비석 하나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걸으니, 당시 모진 핍박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이 길을 걸었을 순교자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듯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두 곳 모두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 천주교홍주순교성지 전경
이번 주말에는 화려한 관광지 대신,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홍성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홍주의사총
○ 주소 홍성군 홍성읍 의사로 79
○ 전화번호 041-633-8733
○ 주차장 넓음
○ 운영시간 09:00 - 18:00
천주교홍주순교성지
○ 주소 홍성군 홍성읍 대교리376
○ 주차장 넓음
○ 운영시간 24시간
* 촬영일자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