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호회 카페를 둘러보다가 제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은 아름다운 사진 몇 장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흐드러진 5월의 물을 가득 채운 무논('물이 괴어 있는 논'(물논)을 뜻하는 순우리말) 위로 외롭게 서 있는 팽나무와 일출의 실루엣이었습니다. 저는 일출 대신 붉은 석양의 실루엣을 담아 보고자 나섰습니다.
어제의 일정인 버그내 순례길을 마치고 저녁 무릎인 7시쯤 다음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어제 마지막 장면부터 올려봅니다.

▲ 모내기를 마쳐 물이 자작하게 찬 5월의 무논,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붉은 태양
7시 30분 무렵부터 물에 잠긴 집들이 저의 시선을 확 끌어 당겼습니다.
우강면 팽나무마을 (우강면 왕따나무와 마을을 무논에 반영된 것을 찍어봅니다)
특징: 넓은 우강평야 한가운데 사계절 내내 평야의 색감(모내기철의 물빛, 여름의 초록, 가을의 황금빛)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풍경 덕분에 '인생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포인트: 평야의 지평선과 마을을 배치하여 아름다운 마을의 정겨움을 담아 보았습니다. 5월의 마을의 모습입니다. 여름 가울 겨울 모두 담아보고싶어요.

▲ 당진 우강평야 무논에 투영된 정겨운 시골집 풍경
바로 '우강 평야의 동네 반영' 풍경이었습니다.
비록 전문 카메라도 아닌 스마트폰 하나뿐이지만, 내 눈으로 그 위대한 실루엣을 꼭 담아보고 싶다는 열망에 우강 평야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과정에서 아주 운명처럼, 이 넓고 푸른 내포평야를 가로지르며 걷는 '버그내순례길'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당진과 순례길에 대해 흥미를 느끼며 정보를 찾아보고 있던 차에, 운명처럼 금요일 밤 넷플릭스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다큐멘터리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길을 묵묵히 걸으며 삶을 되돌아보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어쩌면 이건 당장 당진으로 떠나라는 마음의 신호가 아닐까?' 하는 확신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습니다.
비록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하루 동안 내포 지방의 푸른 들판과 성지를 조용히 걸어보는 것도 나만의 훌륭한 순례가 되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곧장 길을 나섰습니다. 황홀한 노을을 담을 출사 여행과 지친 마음을 채워줄 도보 순례길 걷기, 이 두 가지 설렘을 가방 가득 채운 채 말이죠.
서울에서 합덕까지 대중교통
가장 먼저 당진 동남쪽에 위치한 우강면과 합덕리(버그내순례길의 시작점)로 가기 위해 정보를 찾았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코스: 며칠 전 '시외버스 티머니' 앱을 통해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합덕터미널로 가는 아침 첫차를 미리 예매해 둡니다. 직행으로 가장 빠르게 합덕에 도착해 여유로운 순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왜 당진에는 천주교 성지가 이토록 많을까?
길을 떠나기 전, 인문학 지식을 한 스푼 얹어봅니다. 당진을 비롯한 충남 내포 지방은 왜 한국 천주교의 요람이자 수많은 성지와 순교자를 배출한 땅이 되었을까요?
그 비밀은 '지리적 특성'에 있습니다. 조선 시대 당진은 중국 서해안과 직선거리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해상 관문이었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선 덕분에 안쪽 깊숙이 배가 들어올 수 있는 포구(내포, 內浦)들이 발달해 있었죠.
이 바닷길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서양의 학문과 천주교 서적, 십자가 등이 가장 먼저 밀려들어 왔고, 프랑스 신부들도 감시가 심한 육로 대신 배를 타고 이 지역 포구로 밀입국했습니다.
새로운 문물에 개방적이었던 당진의 민초들은 천주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비록 이후 가혹한 박해의 표적이 되어 수많은 순교의 피를 흘려야 했지만, 그 덕분에 오늘날 당진은 한국 천주교의 가장 깊은 신앙적 뿌리를 간직한 성스러운 땅이 되었습니다.
버그내순례길의 출발점인 '솔뫼성지'
'소나무가 뫼(산)를 이루고 있다'는 순우리말 이름답게, 성지 입구에서부터 웅장하고 고고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며 나그네를 맞이합니다.

▲ 한눈에 보는 당진 버그내순례길 코스와 주요 거점 안내판
버그내순례길의 전체적인 여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종합 안내판 사진입니다. 솔뫼성지부터 하혹공소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의 코스를 따라 가보려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님이신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입니다.
솔뫼성지 여행의 시작점인 웅장한 정문입니다. 푸른 하늘 아래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 구조물과 석조 기둥,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돌십자가가 성지 특유의 경건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 당진 솔뫼성지의 장엄한 시작을 알리는 문(門)
솔뫼성지의 백미는 단연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노송들이 호위하듯 서 있는 숲길 산책입니다. 은은한 솔향을 맡으며 자갈길을 걷다 보면, 푸른 들판 위에 우뚝 솟은 장엄한 하얀 십자가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수의 수난을 기리는 조각상 아래,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조선의 순교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듭니다. 종교를 떠나 푸른 하늘과 초록빛 소나무, 그리고 순백의 조각상이 그려내는 풍경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정돈되는 평온을 선물 받습니다.

▲ 푸른 하늘 아래 빛나는 솔뫼성지(SOLMOE) 영문 랜드마크 조형물
솔뫼성지 야외 아레나 대성당 앞 광장에 우뚝 선 하얀색 영문 글자 조형물 사진이군요! 푸른 하늘과 현대적인 원형 성전 건물을 배경으로 'SOLMOE'라는 글자가 시원하게 배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성지의 대표적인 포토존입니다.
버그내순례길의 다음인 합덕제와 합덕성당으로 행했습니다.다음편 기대해 주세요.
솔뫼성지
○ 위치 :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 미사시간 : 매일 오전 7:00, 11:00 에 미사가 있습니다.(성삼일 예외) 설, 추석(명절 당일), 성탄대축일에는 7시 미사가 없습니다.
○ 주차: 무료
○ 입장 : 무료
○ 문의 : 041-362-5021
○ 사이트 :https://www.solmoe.or.kr/
* 방문일시 :2026년 0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