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안녕하세요. 오늘은 ‘백제의 미소’를 만나러 가볼까 합니다. ‘백제의 미소’는 내포문화숲길 안에 자리하고 있어, 이 길을 ‘백제미소길’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길에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과 보원사지 등 불교 유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 이 길을 걸을 때는 미소를 지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백제미소길’이죠. 함께 걸어가 보실까요? 조금만 올라가면 안내판이 가리키는 대로,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으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바위벽에서 부처를 만나게 됩니다. 그 부처는 오래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부드러운 눈매, 살짝 올라간 입꼬리. 1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미소는 따뜻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미소의 주인공은 바로 ‘서산 마애삼존불’입니다. 정식 명칭은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지만, 사람들은 이 불상을 더 친근하게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곤 하지요. 저는 여러분께 이 불상의 형식이나 구조를 설명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바라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나는 요즘 잘 웃고 있나?”
여러분의 미소는 신비롭습니다. 그것은 보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리 다가옵니다. 누군가에겐 위로처럼, 또 누군가에겐 격려처럼 말이죠. 어떤 말보다 조용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정확하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이 불상이 특별한 이유는 ‘미소’라는 보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제는 ‘웃는 얼굴의 문화’를 지닌 나라였습니다.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 속 인물들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고, 부여 남령공원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조각의 여인상에서도 환한 웃음을 찾아볼 수 있지요. 백제인들은 미소를 예술로 표현할 줄 알았고, 그것을 일상의 감정으로 남기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들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미소는 서로를 연결하는 가장 짧은 거리’라는 사실을요.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떨까요. 점점 웃지 않게 되는 시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줄고, 눈을 바라보는 대신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감정 표현은 이모티콘에 맡기고, 우리의 진짜 표정은 점점 무표정이 되어갑니다. 누군가에게 웃어 보이는 것이 낯설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죠.
그래서일까요.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괜찮아. 너도 웃어도 돼.” 1500년 전 백제의 미소가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닿은 것처럼, 오늘 우리의 미소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지 모릅니다. 자,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웃어볼 시간이에요.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보세요. 조금 어색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조용히 입꼬리를 올려보세요. 바위도 웃던 그 시절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