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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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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마당에서 만난 시 한 편, 제9회 풀꽃문학제

제9회 풀꽃문학제에서 발견한 위로와 다정한 시선

  • 등록일자
    2026.10.25(일) 13:50:17
  • 담당자
    충남이 (nyoung_8@naver.com)
  • 행사장 입구행사장 좌석 1행사장 좌석 2


    비가 내리는 공주하숙마을의 마당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돌길 위로 빗물이 고이고, 젖은 바닥에는 주황빛 행사 현수막과 무대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쳤다. 하늘은 흐렸지만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어졌고, 처마와 천막 아래에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학제를 즐기는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10월 24일, 제9회 풀꽃문학제가 공주하숙마을 특설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따뜻한 문장 아래, 문학과 음악 그리고 시 낭송이 어우러지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니, 문학제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보다는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정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행사장 포토존행사장 전경행사 안내 현수막

    비 내리는 날 만난 풀꽃문학제

    행사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주황색과 연보라색이 어우러진 안내 현수막이었다. 큼직하게 쓰인 풀꽃문학제라는 글씨는 멀리서도 행사장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그 아래에는 이틀간 이어질 프로그램이 정리돼 있었다. 한쪽에서는 행사 준비와 운영이 이어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참가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무언가를 만들거나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행사가 진행되고, 관람객들은 의자에 앉아 그 순간을 함께했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우산을 펼치거나 우비를 입은 채 자리를 지켰다. 비를 피하기 위해 마련된 천막 아래에는 사람들이 모여 앉았고, 젖은 바닥을 조심스럽게 오가는 발걸음도 눈에 들어왔다.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겠지만, 이날의 비는 오히려 문학제의 분위기를 한층 차분하게 만들었다.


    수상자 명단현장에서 만난 시 1현장에서 만난 시 2

    발걸음을 멈추게 한 시 한 편

    행사장 한쪽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심상주 시인의 「불혹」이었다. “풀잎이 한껏 기울었다. 땅에 닿을 듯도 한데, 어렵게 어렵게 견디고 있다.” 시 속 풀잎은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것처럼 기울어져 있지만, 쉽게 쓰러지지는 않는다. 이어지는 구절은 반쯤 남은 어둠 속에서 위태로운 풀잎을 바라보고, 풀잎도 가을을 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몇 줄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멈췄다. 한껏 기울어진 풀잎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순간들과 닮아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보내지만, 사실은 버거운 마음을 안고 있는 날도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으면서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조금만 더 버텨 보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는 순간도 있다. 


    시인은 그 모습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기울어진 풀잎을 바라보고, 어렵게 견디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한 위로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서둘러 답을 내놓거나 괜찮아질 거라고 단정하기보다,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일 말이다. ‘풀도 가을을 지나고 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는 계절의 흐름과 삶의 시간이 겹쳐 보인다.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잎이 떨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한창 푸르고 싱싱할 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기울어진 모습에도, 조금 지친 모습에도, 자기만의 시간을 견디며 지나가는 과정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행사장 내 체험 부스체험 부스 예시본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말의 의미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문학제의 주제 역시 이 시와 맞닿아 있는 듯했다. 꽃을 바라볼 때 우리는 꽃에게 왜 더 빨리 피지 않느냐고 재촉하지 않는다. 다른 꽃보다 부족하다고 비교하지도 않는다. 그저 피어난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그와 같다면 어떨까. 상대의 부족함을 먼저 찾기보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지금 견디고 있는 마음을 헤아리는 것. 이번 문학제의 문구는 짧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잊기 쉬운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마음을 너무 쉽게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괜찮다는 말 뒤에 숨겨진 감정을 지나치기도 하고,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 속에서 누군가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꽃을 자세히 바라보아야 꽃잎의 색과 모양이 눈에 들어오듯, 사람의 마음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풀꽃문학제는 시를 읽는 시간을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공주하숙마을 풍경 1공주하숙마을 풍경 2

    시와 사람이 만나는 자리

    이날 열린 개막식에서는 제13회 풀꽃문학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풀꽃상은 함민복 시인의 시집 『물빛 인쇄소』, 대숲상은 이문재 시인의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에 돌아갔다. 해외풀꽃시인상은 김은집 시인, 젊은 시인상은 『바람은 홀로 걷지 않는다』의 한경옥 시인, 풀꽃동시상은 『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의 이화주 시인이 받았다. 수상작과 수상자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이번 문학제가 시를 쓰고 읽는 사람들의 창작을 격려하는 자리인 동시에 서로 다른 시선과 언어가 한곳에서 만나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편의 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다듬는다. 그리고 독자는 그 시를 읽으며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겹쳐 본다. 같은 문장을 읽더라도 누군가는 자연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또 누군가는 지나온 자신의 시간을 돌아본다. 문학이 지닌 힘은 바로 그 다채로운 만남에 있을 것이다. 문학제의 또 다른 매력은 시가 책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대와 관람석, 전시물과 체험 공간, 행사장 곳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문학은 일상과 가까워진다. 시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좋고, 시인의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해도 괜찮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만남이 된다.


    공주 하숙마을 풍경행사 내 준비된 물품

    공주하숙마을에서 만난 특별한 풍경

    공주하숙마을이라는 장소가 지닌 분위기도 이번 문학제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전통 한옥의 기와지붕과 나무 창틀, 마당을 둘러싼 공간은 현대적인 공연장과는 다른 편안함을 전한다. 빗물이 고인 마당과 한옥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장면처럼 다가왔고, 그 안에서 시와 음악을 만나는 경험은 문학을 조금 더 가까운 것으로 느끼게 했다. 행사장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들, 천막 아래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시를 읽는 사람들. 이들의 모습은 모두 달랐지만,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학제는 반드시 시를 깊이 이해해야만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아니었다.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에 닿을 수 있었다. 시를 눈으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목소리와 음악으로 만나게 되는 시간도 문학제의 매력이다. 글로 읽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감정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문학이 종이 위의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순간이다.


    비에 젖은 마당이 남긴 여운

    문학제를 돌아보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화려한 무대나 커다란 현수막만이 아니었다. 비에 젖은 마당, 천막 아래 모여 앉은 관람객들, 그리고 한쪽에서 조용히 읽히기를 기다리던 시 한 편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계절을 지나간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속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할 때도 있고,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꽃을 보듯 누군가를 바라보고, 기울어진 풀잎에서도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 말이다. 


    비가 내렸다고 해서 문학제의 의미가 흐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빗속에서 만난 시는 조금 더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었다. 날씨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처럼,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며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좋은 시란 삶을 단번에 바꾸어 놓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문장일 것이다. 제9회 풀꽃문학제가 전하는 메시지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꽃을 바라보듯 사람을 바라보는 일, 쉽게 기울어지는 마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일, 그리고 저마다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서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는 일. 공주하숙마을의 비 내리던 마당에서 만난 문학은 그렇게 조용한 질문 하나를 남겼다. 오늘 나는 누군가를 꽃을 보듯 바라보았을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그런 시선을 건네고 있었을까. 시 한 편을 읽고 돌아서는 길, 그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렀다.



    공주 하숙마을

    ○ 문의 : 041-852-4747
    ○ 주소:  충청남도 공주시 당간지주길 21(반죽동 253-3)

    ○ 기타 : 11월 6일 ~ 8일 행사로 인해 숙박 예약 불가 합니다.

    -일 시 : 11월 6일 ~ 8일 ( 12:00 ~ 21:00 예정)

    -장 소 : 공주하숙마을 일원


    별채 객실 내부 공사 안내

    -공사 일정 : 11월1일 ~ 11월30일 (예정)

    -객실 내부 공사 일정으로 인해 11월 별채 숙박 예약이 불가 합니다.

    * 취재(방문)일 : 2026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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