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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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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동네에서 나이 들 수 있도록, 충남 어르신의 하루를 지키는 돌봄

  • 등록일자
    2026.10.14(수) 10:17:45
  • 담당자
    하늘나그네 (jtpark2014@daum.net)
  • 아침에 약을 챙겨 먹고, 경로당에 들러 이웃과 안부를 나누고, 몸이 불편하면 병원에 다녀오는 일. 젊을 때는 대수롭지 않던 하루가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숙제가 된다. 병원은 멀고, 청소와 빨래는 버겁고, 혼자 사는 집에서는 작은 낙상도 큰일이 된다. 그래서 많은 어르신이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언제까지 이 집에서, 이 동네에서 살 수 있을까."


    익숙한 동네에서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

    충남은 이 질문을 일찍 마주한 지역이다. 충남은 2023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1). 2025년 말 기준 도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3.43%로 높아졌다(2). 2045년에는 이 비율이 37.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1). 어르신이 늘어나는 만큼 돌봄을 병원과 시설에만 맡기기는 어렵다. 살던 집과 동네에서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일이 고령사회 정책의 중심으로 옮겨오는 이유다.


    병원 대신 집으로 찾아오는 돌봄

    변화의 큰 줄기는 올해 3월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통합돌봄이다. 어르신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사는 곳에서 의료와 요양, 돌봄을 함께 받도록 하는 제도다. 시·군이 어르신 한 사람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 방문진료, 재택간호, 방문요양·목욕, 식사·이동 지원 등을 묶어 제공한다(3). 집 밖으로 나서는 길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도 있다. 충남은 도내에 주민등록을 둔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충남 소속 시내·농어촌버스 이용 요금을 지원한다. 충남형 교통카드는 시·군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4).


    15개 시군의 돌봄을 하나로 잇는 준비

    통합돌봄은 시·군이 직접 운영하지만, 도 단위에서 이를 받쳐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은 충남 통합돌봄을 조정·지원하는 광역 전문기관으로 나섰다. 법 시행을 앞둔 올해 1월에는 충남도와 함께 15개 시·군의 통합돌봄 실행계획을 점검하고 시·군 담당자 교육을 이어갔다. 7개 시·군의 통합돌봄협의체에도 직접 참여해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5).


    진료버스가 마을회관 앞에 서는 날

    청양군의 '찾아가는 의료원'은 집 가까이 다가온 의료를 보여준다. 청양군은 인구의 42.8%가 65세 이상이다. 군보건의료원 진료팀은 읍내까지 한 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10개 읍·면 마을을 돌며 한 달에 6~8회 기본 진료와 건강 상담, 한방·물리치료를 한다. 2021년 시작해 올해 6월까지 233회 운영됐고, 6939명이 무료로 진료를 받았다. 올해 3월부터는 정기 방문진료도 시작했다(6). 멀리 떨어진 마을의 어르신에게는 마을회관이 곧 진료실이 된다.



    청양군보건의료원 찾아가는 의료원에서 어르신과 마주 앉아 상담하는 의료진. 옆 안내판에 농촌 왕진버스와 함께하는 의과진료·한방진료·물리치료·건강상담·혈액검사 안내

    청양군보건의료원 '찾아가는 의료원'


    집과 돌봄이 한 건물 안에

    청양군 고령자 복지주택은 주거와 돌봄을 한곳에 모았다. 127가구가 사는 영구임대주택 1층에는 사회복지관과 군청 통합돌봄팀이, 2층에는 재택의료센터와 통합재가센터가 있다. 3~4층의 10세대는 '중간집'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이 보통 3개월 안에서 머물며 돌봄을 받는 공간이다(6). 퇴원 직후 혼자 지내기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병원과 집 사이에 다리를 놓은 셈이다.


    청소와 빨래도 돌봄이 된다

    집에서 오래 살려면 진료만큼 집안일도 중요하다. 예산군은 '온마을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병의원과 연계한 재택의료, 퇴원환자 연계, 가사·식사·이동·목욕 같은 일상생활 지원, 주거환경 개선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용이 가장 많은 것은 일상생활 돌봄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청소와 세탁, 식사 준비를 돕는 서비스다(7). 예산군은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취약지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돌봄 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지역을 돕기 위해 전국 7곳을 뽑은 사업이다.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이 가사를, 예산군시니어클럽이 세탁을, 민간업체가 청소를 맡고, 6월에는 제공인력 96명이 교육을 받았다(8). 가사지원 인력이 인지 교구를 활용해 어르신의 인지 건강까지 살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이어갈 예정이다(8).


    갑자기 돌봄이 끊겼을 때

    돌봄의 빈틈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함께 사는 가족이 갑자기 입원하거나, 수술이나 부상으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경우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지원사업은 이렇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생겼지만 기존 서비스로는 도움을 받기 어려운 도민을 위한 것이다. 제공인력이 집을 찾아가 기본 돌봄과 가사·이동을 돕고, 하루 8시간 이내에서 모두 72시간까지 지원한다. 신청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한다(9). 짧은 공백이 긴 어려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판인 셈이다.


    혼자 사는 집을 지키는 작은 감지기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는 위급한 순간을 알아차려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공주시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로 독거노인·장애인 745명의 집에 활동량감지기, 화재감지기, 응급호출기 등을 설치했다. 장비는 24시간 집안 움직임과 화재·낙상 등을 살피고, 위급할 때 관리요원과 119로 연결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함께 운영해 생활지원사 211명이 어르신 댁을 찾아 안부를 묻고 식사·청소 같은 일상을 돕는다. 일반돌봄 대상 어르신은 주 1회 방문과 주 2~3회 안부 전화를 받는다(10).


    경로당이 동네 건강 사랑방으로

    경로당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공주시는 경로당 438곳 가운데 316곳을 '스마트경로당'으로 꾸몄다. 시청 스튜디오와 경로당을 화상으로 연결해 건강체조와 노래교실을 여러 마을에서 동시에 연다. 경로당마다 혈압·당뇨·산소포화도 등을 무료로 잴 수 있는 장비를 두었고, 측정 결과는 보건소와 연결돼 건강 위험이 높은 어르신을 따로 관리한다(11). 충남도도 경로당을 단순한 여가 공간에서 건강·돌봄 거점으로 바꿀 계획이다. 보건소 등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경로당과 연계해, 어르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이웃과 어울리며 건강관리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12).



    경로당 실내에서 여러 어르신이 양팔을 벌리고 색색의 천을 흔들며 함께하는 건강체조

    경로당 어르신 건강체조 시간


    돌봄을 받는 사람에서 지역을 돕는 사람으로

    고령사회 정책이 돌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도민을 지혜와 경륜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선배시민'으로 정의하고, 복지·교육·문화 등 여러 분야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조례가 충남도의회를 통과했다(1). 어르신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에서 제 역할을 이어가는 이웃으로 바라보려는 변화다.


    주소에 따라 달라지는 돌봄의 문턱

    과제도 분명하다. 통합돌봄이 시행된 3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충남에서는 3944명이 신청해 2879명이 서비스 연계를 확정받았다. 확정률은 73.0%로 전국 평균과 비슷했지만, 시·군별로는 예산군 90.8%, 아산시 27.9%로 차이가 컸다. 이 격차가 신청자 특성 때문인지, 행정 인력이나 연결할 서비스가 부족해서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13). 청양의 찾아가는 의료원도 의료원장이 빠지면 대신할 의사가 없을 만큼 인력 부족을 안고 있다(6).


    15개 시군에 맞는 돌봄의 길을 찾다

    충남도는 15개 시·군의 사정을 반영한 '충남형 통합돌봄'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도시와 농어촌이 함께 있고 15개 시·군 중 9곳이 인구감소지역인 만큼, 하나의 모델을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10월 6일 도청에서 열린 돌봄 관련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는 복지기관이 부족한 면 단위 지역에서 먹거리, 집수리, 이동 지원 같은 일상 서비스를 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맡는 방안도 제안됐다. 도는 충남형 통합돌봄을 논의할 정책토론회 개최도 검토하기로 했다(14).


    어르신의 일상을 지킨다는 것은 큰 시설을 세우는 일만이 아니다. 진료버스가 마을회관 앞에 서고, 청소와 빨래를 거들 손길이 집을 찾고, 혼자 사는 집에 감지기가 켜지는 작은 변화가 모여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을 만든다. 남은 과제는 이런 변화가 어느 시·군에 살든 비슷하게 닿도록 하는 일이다. 살던 곳에서 나이 들 수 있는 조건이 주소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충남의 고령사회 정책이 어떻게 채워져 가는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참고자료

    (1) 이종익. (2025.2.21). "선배 시민으로 불러야"…충남 지원 근거 마련. 서울신문. https://m.go.seoul.co.kr/news/2025/02/21/20250221500032

    (2) 신채연. (2026.1.4).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65세 이상 고령인구 1000만 넘었다. SBS Biz. https://biz.sbs.co.kr/article/20000282399

    (3) 강정의. (2025.12.31). '집에서 돌봄·버스는 무현금·청년은 문화패스'…충남, 내년 생활정책 확 바뀐다.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311114001

    (4) 충청남도. 노인 등 버스비 지원사업 안내. 충남 교통비 지원 누리집. https://transport.chungnam.go.kr/intro/seniorIntro.do

    (5) 충남사회서비스원. (2026.1.21). 충남사회서비스원, 충남도와 손잡고 통합돌봄 본격 추진. https://cn.pass.or.kr/gallery.es?act=view&bid=0010&list_no=2580&mid=a21208000000

    (6) 강진아. (2026.7.24). "진료버스 달리고 복지주택 짓고"…초고령 청양의 통합돌봄 해법.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723_0003720675

    (7) 이현진. (2026.5.4). 예산군, '온마을 통합돌봄' 한 달 만에 안착… 군민 곁 더 가까이. 세계타임즈. https://thesegye.com/news/view/1065603056976485

    (8) 충남사회서비스원. (2026.6.4). 충남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 취약지 지원사업 본격 추진. https://cn.pass.or.kr/gallery.es?act=view&bid=0010&list_no=2706&mid=a21205010000

    (9) 충남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지원사업 안내. https://cn.pass.or.kr/menu.es?mid=a20224000000

    (10) 이은성. (2026.4.24). 공주시 고독사 관리…"연중, 전담사가 관리". 쿠키뉴스.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604240207

    (11) 김방현. (2026.8.2). "체조하다보면 우울감도 사라져"…'건강 지킴이'로 거듭나는 경로당. 중앙일보. https://v.daum.net/v/20260802121052579

    (12) 허희만. (2026.9.21). 충남도 노인의 날 기념식…박수현 지사 "노인 일자리 6만7000개로 확대". 아주경제. https://www.ajunews.com/view/20260921104727394

    (13) 석지후. (2026.10.12). 충남 통합돌봄 어디까지 왔나 1편. 충남 통합돌봄 73%의 착시…예산군 91%·아산 28%. 투데이충남. https://www.todaychungnam.net/news/articleView.html?idxno=477362

    (14) 이준호. (2026.10.8). 충남, 15개 시군 특성 살린 '통합돌봄 모델' 만든다. 브라보마이라이프.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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