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백제의 이야기가 빛과 영상으로 다시 펼쳐졌습니다.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열린 지난 10월, 공주에서는 낮부터 밤까지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그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공산성에서는 성벽을 거대한 화면으로 활용한 특별한 야간 전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2026 공산성 미디어아트'입니다.
올해는 '백제만화경: 하나의 빛, 무한한 상상'을 주제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인 미디어 기술로 표현했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공산성은 백제가 475년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후 왕성으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금강을 따라 자리한 성곽에는 웅진백제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평소에는 고즈넉한 성곽과 아름다운 금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번 행사 기간에는 밤마다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가장 먼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금서루 성벽을 배경으로 펼쳐진 대형 미디어파사드였습니다.
미디어파사드는 건축물 외벽에 빛과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로, 공산성에서는 실제 성벽을 거대한 화면으로 활용했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공연이 시작되자 무령왕릉 지석과 철갑기병 등 백제를 상징하는 소재들이 등장했습니다. 화려한 색채와 문양이 성벽을 따라 움직이고 음악이 더해지면서 백제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특히 성벽뿐 아니라 아래쪽 바닥까지 영상이 이어져 관람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미디어파사드는 오후 7시 30분부터 40분 간격으로 하루 네 차례 진행됐습니다. 약 10분간 이어지는 공연이었지만, 장면마다 달라지는 빛과 영상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관람객들은 금서루 앞 공터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관람했는데, 가을밤 바닥이 제법 차가워 작은 방석이나 돗자리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미디어파사드가 끝난 뒤에는 금서루를 지나 성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금서루로 이어지는 길에는 백제 전통 문양을 활용한 조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특히 성문 안쪽은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해 마치 1500년 전 백제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많은 관람객이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기며 가을밤의 특별한 풍경을 즐겼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성 안쪽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성벽 주변에서 하얀 연기를 품은 비눗방울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손끝으로 비눗방울을 건드리자 방울이 터지면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연신 손을 뻗었고, 다음 비눗방울이 날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역사문화유산을 관람하는 공간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더해진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성안마을로 이동하자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와 체험 공간이 이어졌습니다.
'박사들의 연구실'에서는 백제의 학문과 기술을 발전시킨 전문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오경박사, 와박사, 역박사, 노반박사 등 각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백제 의상 체험과 건축 구조물 조립, 별자리 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특히 올해는 왕의 업적뿐 아니라 찬란한 백제 문화를 만들어간 사람들에게도 주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성안마을 한쪽에서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진묘수를 크게 형상화한 조형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로, 백제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입니다. 박물관에서 보던 진묘수를 친근한 대형 조형물로 표현해 아이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주변에는 둥근 달을 형상화한 '소원의 달' 포토존과 빛 조형물이 마련돼 가족과 연인들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산성 미디어아트는 제72회 백제문화제와 함께 진행돼 공주의 역사문화유산을 더욱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백제문화제가 공연과 체험을 통해 백제의 문화를 전했다면, 공산성 미디어아트는 빛과 영상으로 그 이야기를 새롭게 보여주었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성벽 위에 펼쳐진 화려한 영상부터 금서루의 빛의 길, 성안마을의 체험까지. 공산성을 걷는 동안 백제의 역사가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빛과 체험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백제의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미디어파사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도 오늘날의 기술과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빛으로 물들었던 공산성의 가을밤은 막을 내렸지만, 그곳에 담긴 백제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공주 공산성 미디어 아트 & 미디어 파사드
* 취재일: 2026년 10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