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아산 여행의 목적지는 한때 소각장 등 기피 시설로 여겨졌던 공간을 빛과 자연, 과학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원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킨 곳입니다. 바로 아산 호롱빛공원과 생태곤충원, 그리고 아산 그린타워입니다. 폐기물 처리 시설이 어떻게 생명력 넘치는 힐링 명소로 변신했는지, 직접 그 길을 걸으며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반기는 곳은 아산 호롱빛공원입니다. 기존 '아산시 환경과학공원'이라는 다소 딱딱했던 이름에서 벗어나, 이제는 주민 친화적이자 야간 힐링 명소로 새롭게 단장하며 예쁜 이름을 얻었습니다. 공원 전체는 아산시의 시조인 수리부엉이를 모티브로 한 귀여운 캐릭터 '호롱이'가 안내자가 되어, 방문객들과 함께 빛과 놀이를 탐구하는 테마로 꾸며져 있습니다.

낮에는 평화로운 산책로지만, 해가 지면 감성적인 조명 연출이 돋보이는 유선형 야간 조명 길인 '달빛로드'가 펼쳐집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호롱빛놀이터'와 대형 마법의 팽이 조형물이 빛과 어우러진 '매직스페이스', 화려한 조경이 반짝이는 '별빛가든'까지, 혐오 시설이었던 과거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늑하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호롱빛공원 부지 내부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이자, 오늘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아산 생태곤충원'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는 곤충과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교감할 수 있는 실내 생태 체험관입니다. 매표소에 도착해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라는 입장료를 지불했습니다. 이 티켓 하나로 150m 높이의 그린타워 전망대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으니 가성비 면에서도 무척 훌륭한 나들이 코스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장 먼저 '곤충 학습실'에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곤충의 세계로 들어가는 충실한 안내서 같은 공간입니다. 전시실 내부에는 국내외를 망라하는 다양한 딱정벌레와 아름다운 무늬를 자랑하는 나비목 곤충 등 수십 종의 곤충 표본과 박제가 정교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곤충들의 다리 관절 하나, 날개맥의 미세한 구조와 형태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상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벽면을 따라 세워진 교육 판넬에는 곤충이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와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으로 우화하는 '완전변태' 과정과, 번데기 과정 없이 자라나는 '불완전변태'의 과정이 글과 그림으로 아주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훌륭한 생태 지식을 전달해 줍니다.

곤충 학습실을 나와 바닥에 그어진 파란색 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수서곤충관'으로 이어집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소리가 귓가를 먼저 간지럽힙니다. 물속이나 물가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의 실제 생태 환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조성이 인상적입니다.

폭포수 앞을 지나다 문득 시선을 멈춘 곳에는 화려하고 선명한 색을 뽐내는 도둑게가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길게 이어진 수조들 안에는 우리나라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민물고기들을 비롯해 맑은 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다채로운 수중 생물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작은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뻐끔거리며 장난치듯 얼굴을 내밀고, 넓게 조성된 연못에서는 어른 팔뚝만 한 커다란 비단잉어들이 무리를 지어 여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한편에는 머리와 다리에 독특한 붉은 반점이 있는 레드풋육지거북이 느릿느릿, 그러나 묵직한 발걸음을 옮기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수중 생물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뒤로하고 '육지생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귓가를 때리는 경쾌한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예쁜 색의 깃털을 지닌 앵무새들이었습니다. 관람객의 발걸음 소리와 목소리에 반응하듯 다채로운 음색으로 지저귀는 앵무새들은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바위 위에서 웅크린 채 고요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위너구리와 마주하게 됩니다.

뭉툭하고 귀여운 외모의 바위너구리를 지나치자, 이번에는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운 페넥여우가 나타났습니다. 사막의 모래를 닮은 부드러운 털과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망울을 가진 페넥여우와 우연히 눈이 마주친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육지생물관에서 단연코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주인공은 다람쥐원숭이들입니다. 마치 서커스의 묘기를 관람하듯,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바탕으로 실내 조형물 곳곳을 가볍고 멋지게 점프하며 옮겨 다니는 모습이 무척이나 경이롭고 앙증맞았습니다.

다양한 동물들과의 교감을 마치고 다시 본격적인 곤충 탐험을 위해 '곤충멘션'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에는 무려 11가지 종류의 절지동물이 각자의 집을 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흙 속을 파고드는 거대한 몸집의 아프리카왕거저리와, 단단한 집게발과 꼬리를 치켜세운 위협적인 모습의 아시안포레스트전갈 등 평소 책에서만 보던 희귀한 절지동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눈앞에서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이곳 곤충멘션의 하이라이트는 '딱정벌레 체험존'입니다. 눈으로만 보는 전시를 넘어,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흙 속에 숨어있는 딱정벌레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딱정벌레의 등갑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느껴지는 생명의 촉감은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훌륭한 자연 친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실내 생태 관람의 대미를 장식할 '나비관'으로 들어섰습니다. 투명한 온실 돔 안으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스며드는 가운데, 곳곳에 만발한 예쁜 꽃들 위로 수많은 나비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하얀 날갯짓이 우아한 큰줄흰나비, 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며 날아오르는 호랑나비 등 다양한 종류의 나비들이 내 어깨 주변을 맴돌다 꽃잎에 한동안 머물고, 이내 다시 가볍게 날아가기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마치 숲속 깊은 곳 요정들의 정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비들의 우아한 비행을 감상한 후, 2층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관람으로 조금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쾌적한 휴게실과 함께, 곤충과 자연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생태곤충원에서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가득 채운 후, 야외로 나와 고개를 들어올리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아산 그린타워'가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 자원회수시설의 굴뚝으로 사용되던 구조물을 높이 150m의 친환경 전망대로 개조한 아산의 랜드마크입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위로 올라가는 동안, 투명하게 뚫린 유리창을 통해 발아래로 점점 멀어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입니다.

전망대 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면, 360도로 시원하게 탁 트인 파노라마 뷰가 펼쳐집니다. 통유리 창을 따라 천천히 원을 그리며 걸어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유히 흐르는 곡교천의 평화로운 자태입니다. 9월 말의 가을빛을 서서히 머금기 시작한 들판이 황금빛과 초록빛의 경계에서 아름답게 일렁이고, 그 너머 멀리로는 잔잔한 신정호수의 물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비치된 망원경에 눈을 대면 도심의 건물과 들판의 곡식들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전망대 바닥 곳곳에는 발아래 150m 허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투명 유리 바닥이 설치되어 있어 짜릿한 스릴을 더해줍니다. 한쪽 공간에 마련된 재미있는 트릭아트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겨봅니다.

쓸모를 다한 소각장이 찬란한 빛의 공원으로, 그리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 체험 공간이자 도심을 굽어보는 아찔한 전망대로 변모한 아산 환경과학공원 일대는 9월의 선선한 가을날 아이들과 훌쩍 떠나오기 완벽한 여행지였습니다. 생태곤충원에서의 생동감 넘치는 교감과 그린타워에서의 탁 트인 시야는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산 호롱빛공원, 생태곤충원, 그린타워
○ 위치 : 충남 아산시 실옥로 216
○ 운영시간 : 3월~10월 09:00~18:00, 11월~2월 09:00~17:00, 정기휴무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 전날 및 당일
○ 관람료 :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 주차비 : 무료
○ 문의 : 041-538-1980
* 방문일시 : 2026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