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 여행이라고 하면 독립기념관이나 유관순 열사 사적지처럼 잘 알려진 곳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천안에는 오래된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조선시대 고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 9월 18일,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에 있는 직산현관아와 직산향교를 찾았습니다.
두 곳은 걸어서 약 5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한 번에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직산 일대에 조성된 역사문화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조선시대 지방 행정과 교육의 흔적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먼저 직산현관아로 향했습니다.

골목을 따라가다 보니 바닥에 ‘관아’라고 적힌 표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찾아가는 길이었지만 이 표시를 따라가니 어렵지 않게 직산현관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는 관아 왼쪽 맞이정 주변 공간을 이용했습니다.

관아 앞에 도착하니 붉은 기둥과 화려한 단청이 돋보이는 커다란 문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
직산현관아의 외삼문입니다.
그런데 현판에 적힌 이름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호서계수아문(湖西界首衙門)’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요.
호서는 충청도를 가리키는 옛 표현이고, 계수는 경계의 첫머리를 뜻합니다. 직산이 경기도에서 충청도로 들어서는 길목에 자리했기 때문에 ‘호서의 첫 관문’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입니다.
뜻을 알고 다시 현판을 바라보니 한양과 남쪽 지방을 오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직산의 위치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외삼문 왼쪽에는 여러 기의 비석이 줄지어 있습니다.
직산현을 거쳐 간 관리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선정비와 불망비 등입니다.
비석마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달라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비석을 보고 있으니 이곳이 오랜 시간 실제 관아로 사용됐던 공간이라는 사실도 실감납니다.

외삼문을 지나면 다시 내삼문을 만납니다.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현대의 골목에서 조금씩 조선시대 관아 안쪽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내삼문을 지나면 넓은 마당과 함께 외동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외동헌은 직산현감이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던 공간입니다.
정면 7칸, 측면 3칸 규모의 건물인데, 넓은 대청과 기와지붕, 붉은 기둥이 어우러진 모습이 제법 운치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마당 주변으로 꽃도 피어 있었습니다.
관청이라고 하면 다소 딱딱한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오래된 한옥과 꽃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한적한 고택을 찾은 듯했습니다.
외동헌 뒤쪽에는 현감의 생활공간으로 사용됐던 내동헌이 자리합니다.

옛날에는 관아 안에 훨씬 많은 건물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외삼문과 내삼문, 외동헌, 내동헌 등이 남아 당시의 흔적을 전하고 있습니다.
내동헌은 앞서 본 외동헌보다 규모도 작고 훨씬 소박한 모습입니다.
화려한 관아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오래된 목재와 기와에서 세월의 흔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산현관아를 둘러본 뒤에는 직산향교로 향했습니다.

차를 다시 탈까 잠시 고민했지만 직접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걸어보니 약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두 곳을 연결해 둘러보는 여행이라면 굳이 차를 옮기지 않고 걸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직산향교 앞에 도착하니 직산현관아보다 넓은 주차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두 곳을 함께 둘러볼 예정이라면 향교에 차를 세워두고 관아까지 걸어 다녀오는 방법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향교 입구에는 붉은색 홍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홍살문 너머로 외삼문과 향교 건물이 보이니 이곳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직산현관아가 조선시대 지방행정을 담당했던 곳이라면, 직산향교는 지역 유생들이 공부하고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에게 제향을 올렸던 공간입니다.

외삼문을 지나면 유생들이 공부하던 명륜당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향교라고 하면 오래된 건물만 조용히 남아 있을 것 같았는데, 명륜당 주변에는 교양강좌와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내부에도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글을 읽고 공부했던 공간에서 지금도 새로운 배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보존되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찾아와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직산향교가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명륜당 양쪽에는 유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던 공간도 남아 있습니다.
안쪽을 살펴보니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예전 이곳에서 생활하며 공부했을 유생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됩니다.
명륜당 뒤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성전이 나옵니다.

명륜당이 공부하는 공간이었다면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에게 제향을 올리던 공간입니다.
한 단 높은 곳에 자리한 대성전과 오래된 나무, 돌계단이 어우러져 직산향교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성전 주변을 둘러보다 조금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분홍색과 노란색 쪽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아이들이 적어 놓은 소원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기’
짧은 글이지만 하나씩 읽다 보니 절로 미소가 났습니다.
옛날 유생들이 공부하고 제례를 올렸던 공간에 지금의 아이들이 자신의 소원을 적어 걸어놓았습니다.
과거의 교육공간이 오늘날 아이들의 체험과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져 직산향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직산현관아와 직산향교는 걸어서 몇 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모습을 만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당시의 교육과 유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두 곳을 직접 걸어 이어보니 단순히 문화유산 두 곳을 따로 보는 것보다 ‘직산’이라는 오래된 고을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화려한 시설이나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래된 골목과 기와지붕,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다 보면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천안에서 조금은 색다른 여행을 찾고 있다면 직산현관아에서 직산향교까지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선시대 직산의 행정과 교육,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한 걸음씩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직산현관아·직산향교 역사문화탐방
○ 위치 : 충남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군서리 일원
○ 주요 볼거리 : 호서계수아문, 비석군, 외삼문, 내삼문, 외동헌, 내동헌, 홍살문, 명륜당, 동재·서재, 대성전
○ 이동 : 직산현관아 ↔ 직산향교 도보 약 5분
○ 주차 : 직산현관아 맞이정 주변 또는 직산향교 앞 주차공간 이용
○ 추천 코스 : 직산향교 주차 → 직산향교 관람 → 도보 이동 → 직산현관아 관람
○ 특징 : 조선시대 지방행정과 교육·제향 문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역사문화탐방 코스
* 촬영일 : 2026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