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KUYO(본명: 이명헌)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회화 중심 창작활동하고 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스쳐 지나간 사람 표정, 어느 날 풍경, 사랑했던 대상, 문득 떠오른 기억과 상실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KUYO(쿠요)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화면 위에 기록으로 남긴다. 그의 작품은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따뜻한 색감과 위트 있는 캐릭터가 특징이다.
KUYO에게 그리는 작업은 반드시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작가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나 쉽게 정리되지 않는 마음도 담겨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때로는 하나의 질문을 남기기도 하고, 장난스럽고 가벼운 이미지 속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그의 화면을 온전히 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의 그림 속에 담긴 모호함과 불완전함은 오리려 더 솔직하고 본능적인 응시를 하도록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 천안 선재 갤러리 / 쿠요 개인전
KUYOS는 작품마다 딱 어울리는 제목을 붙인다. 개인적으로 그가 붙인 작품 제목을 되뇌며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작가의 마음과 닿게 되는 느낌이 든다. KUYO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그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그래서, 넌 뭐가 보이는데?"라고.
쿠요 작가가 독자를 대하는 친절함은 전시회에 준비된 작가노트와 작품 설명으로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작가가 전하려는 울림이 독자에게로 곧바로 전달되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 선재 갤러리 인포메이션 데스크/ 중정 풍경과 1층 전시실 입구
선재 갤러리 1층 전시실

▲ 작품 <두려워 마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외 1층 전시실
<두려워 마라> 작품 해설
붉은 공간 속 부유하는 인물과 장난감 헬멧, 플라스틱 권총은 우리가 무겁게 여겨온 삶의 책임과 욕망을 유머러스하게 비튼다. KYOU는 '떨어짐'을 비극적인 추락이 아닌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고 가벼워지는 과정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실패와 하강을 두려워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움켜쥐고 있던 것들이 생각보다 가벼운 것은 아니었는지를 되묻는다. 반복되는 "FEAR NOT"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며, 하강과 상실 역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연적인 통찰인 것이다.
결국 작가 쿠요의 작품은 떨어짐이 끝이 아니라 다시 피어나기 위한 시작임을 보여준다. 손에 쥔 것을 놓고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다. 작가의 붉은 공간은 심연이 아닌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는 비옥한 토양이다.

▲ 작품 <너는 나의 사랑이자 상실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야>

▲ <보호의 가죽 또한 상처였음을>, <상실은 사랑을 완성시켜> 외 전시 작품들
<보호의 가죽 또한 상처였음을> 작품 해설
겹겹이 쌓인 그 연약함의 무늬가 비로소 내가 된다. 우리가 그토록 감추고 싶어 했던 취약함이야말로, 나를 보호하던 가죽과 겹겹이 맞물려 비로소 온전한 자아를 형성하는 필수적인 조각임을, 나를 지켜온 이 무거운 가죽 속에 숨겨진 가장 부드러운 진실을 마주하기를, 그 연약함의 층위가 나를 완성하는 가장 고귀한 서사가 될 테니.

▲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사실은 없다, 오직 해석만 있을뿐> 전시 작품

▲ <잘 가, 나의 B> <그들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전시 작품
<잘 가, 나의 B> 작품 해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끝이 있다. 우리 삶에 가장 황홀했던, 혹은 불안했던 모든 때는 결국, 한 정적일 테고 그 유한함 속에서 수많은 안녕을 전하게 된다. 그게 시절이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때가 되면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슬프지만, 이젠 다 잊고 안녕을 건네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안다.

▲ <쏠 수 있어!>, <멜랑꼴리, 너은 나의 햇살> 외 전시작품
<멜랑꼴리, 너는 나의 햇살> 작품 해설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이 너무 예뻐서 가지고 싶단 생각에 꺾어버렸지.' 머야, 미안 너무 미안해.' 너의 숨이 사라지기 전에 다스한 햇살을 보여주면 네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까?

▲ <야, 내 말 좀 들어봐>, <월요일 아침 디스코 비들기 사냥꾼> 외 작품
<야! 내 말 좀 들어봐> 작품 해설
이 절박한 변주의 소음은 세상의 무관심 앞에 자신의 온전한 서사를 포기한 채 상처받은 내면을 대변하는 토끼를 조용하게 내밀며 존재를 증명하려는, 단절된 현대인들의 애처로운 초상이다.
<월요일 아침 디스코 비둘기 사냥꾼> 작품 해설
화사한 동화 속 하늘 아래, 허리춤에 총을 차고 서 있는 지친 아저씨는 언제부터 꿈을 좇는 대신 귓가에 성가시게 알랑거리는 그 꿈을 쏘아 떨어트리고 싶어진 걸까. 어쩌면 우리는 파괴하고 싶은 욕망을 귀여운 포장지로 간신히 덮어둔 채, 순수를 가슴에 품고 산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 선재 갤러리 1층 전시실과 중정에 비친 풍경
선재 갤러리 2층 전시실

▲ 2층 전시실 올라가는 계단 / 2층 스태프 방

▲ <기억하고 싶은 그리고 기록하고 싶은 ...>, 작품 2점
<기억하고 싶은 그리고 기록하고 싶은 B. 1977> 작품 해설
기억하고 싶은 순간 그리고 기록하고 싶은 대상들이 있다. 가령 사랑하거나 또 그렇지 않아도, 좋거나 싫거나, 존경이나 그리움, 기쁨, 슬픔, 우울, 행복, 불안, 분노, 환희 등 뭐가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으로 뒤엉킨 대상의 이미지를 나의 방식대로 기억하고 기록한다.
- 이 작품의 표정 속엔 위에 열거된 수많은 감정들이 모두 담겨있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감상하는 이와 그린 사람의 방식이 진하게 교류하는 것을 느낀다. 모두 각자 나름대로 기억하고 기록하며 살아간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듯 보여도, 결국 이야기의 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피난처, 안식처> 작품 해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영혼이 육체라는 감옥을 벗어나, 마침내 자기 자신이라는 광활한 영토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치열한 폭풍을 지나온 자의 초연함은 붉게 타오르던 욕망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생의 완숙한 온기와 균형을 이루게 한다. '케렌시아'는 단순히 편안한 휴식처가 아니다.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이가 마침내 도달한,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한 요새이다. 나이 듦은 결코 쇠퇴가 아니다. 세상의 소음을 끄고 마침내 찾아낸 나만의 성소, 케렌시아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 <던져진 존재> 시리즈 작품 3점
<던져진 존재> 시리즈 작품 해설
기능이 다한 폐기물에서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아상블라주의' 미학은 인간에게도 유효하다. 세상이 부여한 목적을 상실한 채 파편화된 우리가 서로의 아픔을 맞댈 때, 삶은 새로운 맥락을 얻는다. 바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확실하고도 고요한 실존이라는 시작의 증명이다.
우리의 얼굴은 오래된 외투 같은 것. 지나온 흔적과 저마다의 기억을 걸어둔 채 그렇게 살아간다.
우리는 타자의 시선과 사회가 요구하는 틀 속에 각지게 깎이고, 각자의 쓰임새로 만들어진 채 무심히 세상에 던져진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 던져진 자리에서 눈을 뜨고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순간, 그때가 바로 우리가 짊어진 실존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 <부드럽게 나를 죽여줘> 시리즈 작품 3점

▲ <좋아요, 좋아요>, <나는 오직 너만을 사랑해> 외 2층 전시실 작품

▲ <숨을 고르고>, <너 아니면 나> 외 전시 작품

▲ <낡은 왕자>, <연금술사> 외 전시 중인 작품들
<낡은 왕자> 작품 해설
우린 너무 가치 없는 허상들만 쫓아다니며 살다 보니 어느새 커버렸고, 낡고, 닳아버렸나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아름답다' 한 지도 언제였는지... 본질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사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아직도 어린 왕자처럼 작은 상자 속에서 '내가 필요한 양 한 마리를 볼 수 있다'라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 <슈퍼파워>, <그래서, 넌 뭐가 보이는데?> 외 작품들
<슈퍼파워> 작품 해설
결국 우리의 연약함은 타인과 나를 분리하는 벽을 허물고, 서로를 보듬게 만드는 공감이라는 무기가 된다. 너와 내가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이라는 거친 캔버스 위에서 우리 둘만의 독특한 '슈퍼파워'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슈퍼파워는 '무서운 총을 든 손보다 너를 안아준 다른 손에 더 강력한 힘이 실려 있다'는 것!

▲ 선재 갤러리 2층 전시실과 내려다 보이는 1층 전시실
선재 갤러리 야외 테라스
2층 옥상에 조성된 선재 갤러리 야외 테라스는 종종 조각품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지금은 갈바람만 머물다가는 적막한 풍경, 그러나 혼자 잠시 사색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 선재 갤러리 야외테라스
KUYO 개인전 둘러보기
○ 장소: 천안 선재 갤러리(전화 041-577-1220)
○ 기간: 2026년 9월 10일~ 10월 11일 (추석 휴무 9월 24일~25일)
○ 시간: 10:00 ~ 17:00 (월요일 휴무 / 브레이크 타임 13:00~14:00)
○ 주차 : 선재 갤러리 전용 주차장 무료
○ 전시 무료 관람 / 전시된 작품 구매 가능
○ https://sunjaegallery.creatorlink.net/
* 이 글은 2026. 09. 11(목요일) 오전에 선재 갤러리 전시실을 둘러보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