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는 9월, 충남 농촌은 한 해의 결실을 거두느라 분주하다. 들녘은 풍요롭게 보이지만 마을의 하루를 지탱하는 사람과 서비스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병원이나 장을 보러 가는 일, 이웃과 한 끼를 나누는 일, 마을회관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예전만큼 쉽지 않은 곳도 있다.
충남연구원이 2026년 발표한 자료에서는 도내 45개 행정리를 '무거주화 마을'로 분류했다. 무거주화는 주민 수만 감소하는 현상을 뜻하지 않는다. 빈집이 늘고 의료·교통·돌봄 서비스가 약해지며 공동체 기능까지 줄어드는 과정이다. 조사 대상 마을 주민들은 정서적 고립감과 병원 이용의 불편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농촌을 지키는 정책이 농업 생산과 소득 지원을 넘어 주민의 일상으로 넓어져야 하는 이유다.
왕진버스와 함께 먹는 밥상
2026년 충남은 13개 시군 48개소에서 농촌 왕진버스를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농촌 주민을 직접 찾아가 진료와 검진, 건강상담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농촌 돌봄서비스 25개소와 농촌 아이돌봄 14개소, 공동급식 333개소도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 농촌 왕진버스 검안 및 돋보기 지원 현장
이 가운데 왕진버스와 공동급식은 농촌의 생활 변화를 쉽게 보여준다. 왕진버스가 찾아오면 고령 주민이 먼 병원까지 이동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공동급식은 농번기에 식사를 준비하는 수고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의료와 식사, 돌봄은 각각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농촌 주민의 하루에서는 서로 연결돼 있다.
마을 일을 주민의 손으로
생활서비스가 오래 이어지려면 행정의 지원과 함께 마을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마을마다 인구 구성과 생활 여건, 필요한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민이 마을의 문제를 직접 찾고 해결 방법을 함께 논의할 때 정책은 현장에 더 가까워진다.
홍성군 장곡면 상송1리 두리마을은 2026년 충청남도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마을만들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천안시 목천읍 소사리, 부여군 남면 삼용1리, 청양군 남양면 신왕1리도 수상 마을로 선정됐다. 수상 결과만으로 공동체의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주민이 중심이 되어 마을의 소득·문화·복지·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이 충남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 제13회 충남 행복농촌콘테스트 마을만들기 최우수상을 받은 홍성 두리마을 생활서비스를 제도로 이어가는 길
농촌의 생활 문제를 주민의 노력에만 맡길 수는 없다. 국가에서는 2024년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충남도도 2025년 「충청남도 농어촌 필수 생활서비스 지원 조례」와 「충청남도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마련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충청남도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공동체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교육·돌봄·문화 등 농촌에서 부족한 서비스를 주민 공동체와 지역 조직이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다만 조례가 마련됐다는 사실만으로 주민의 생활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원센터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시군과 작은 마을까지 서비스를 연결할 것인지는 앞으로 살펴봐야 한다.
주거와 돌봄을 함께 보는 농촌협약
청년이 농촌에 정착하려면 집만 있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일자리와 돌봄, 교육·문화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당진시는 2026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북부 농촌지역에서 총사업비 218억 원 규모의 5개 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청년 농촌보금자리 100억 원, 농촌공간 정비 50억 원,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18억 원, 농촌주민생활 돌봄공동체 3억 원 등이 포함된다.
218억 원 전체가 청년 농촌보금자리 사업비는 아니다. 청년 농촌보금자리 사업은 지구당 총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30호 안팎의 임대주택과 육아·문화·여가 공동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주거와 돌봄, 공동체 공간을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의 풍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 사는 주민이 필요한 진료를 받고, 이웃과 식사를 나누며, 새로운 주민이 마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상의 조건을 이어가는 일이다.
앞으로는 사업의 수와 예산뿐 아니라 작은 마을까지 서비스가 닿는지, 주민이 운영 과정에 참여하는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공동체 활동이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충남 농정의 변화는 결국 농촌이 오늘도 삶의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자료
(1) 충남 농촌 마을 45곳,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충청남도 누리집·충남연구원 연구 소개, 2026.5.28.
(2) 2026년도 주요업무 추진상황 농축산국, 충청남도의회 농수산해양위원회, 2026.4.22.
(3) 장곡면 두리마을 충남 행복농촌콘테스트 마을만들기 최우수상, 충청남도 누리집, 2026.6.25.
(4)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2024.8.17. 시행.
(5) 충청남도 농촌 관련 자치법규 목록, 자치법규정보시스템, 2025.
(6) 당진시 2026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협약 체결, 당진시, 2026.7.
(7) 청년과 농촌이 함께 웃는 내일의 시작 청년 농촌보금자리, 농림축산식품부, 202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