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배우가 한인애국단 선서문을 목에 걸고 극 중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극단 예촌의 연극 ‘윤봉길은 왜? 물통 폭탄을 던졌을까?’가 지난 24일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이어 오늘(27일) 오후 2시에는 홍주문화회관에서 홍성 관객을 만난다. 예촌은 1993년 창단해 배우와 스태프 60여 명이 함께하는 예산의 대표 연극단체다. 이번 극은 2026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한 작품으로, 총예산 2억 원(국비 1억2000만 원, 군비 8000만 원)이 투입됐다. 연출은 이승원 대표, 극본은 위기훈 작가가 맡았다. 청양 공연을 마친 직후 윤봉길 역 김현진(30) 배우를 만났다.
Q. 오늘 첫 공연이었는데, 객석 반응은 어땠나요?
“공연 중에 실제로 쓰는 것들이 많아요. 물, 모래, 폭죽, 그라인더 같은 것들이요. 다른 공연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인데, 안전 문제를 최대한 고려하고 안전사항을 갖춘 상태에서 사용합니다. 오늘 중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왔는데, 학생들에게 이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물이나 모래를 뿌리는 장면에서 ‘와’ 하는 탄성이 흘러나오고, ‘헐, 진짜’ 하는 말들이 들리더라고요.”
Q. 제목이 물음표로 끝납니다. 관객이 어떤 답을 들고 나가길 바라시나요?
“배우로서 윤봉길이라는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거사를 이루기 전까지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마지막 대사에서 윤봉길이 관객에게 직접 물어요. ‘우리의 독립은 어디에 있느냐고, 당신은 자유를 던지겠느냐고.’ 그 대사가 관객의 뇌리에 충분히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는 어디에서 온 것이고, 어떻게 다시 빼앗길 수 있는가.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되풀이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꼈으면 합니다.”
Q. 흔히 알려진 것은 도시락 폭탄인데 제목에는 물통 폭탄을 내세웠습니다.
“윤봉길은 물통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게 주요 서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부각하려 한 거고요. ‘왜 물통인 거죠?’ 하고 묻는 거죠. 작품이 암시하는 내용을 제목으로 앞세워 표방한 것이기도 합니다.”
Q. 의거 장면보다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과 거사 준비 과정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그게 사실 제목과 맞닿아 있습니다. 윤봉길은 왜 물통 폭탄을 던졌을까, 그 거사의 시기가 제목과 연결되니까 그 부분을 부각시키고자 한 겁니다. 김구 선생과의 관계는 가장 유명한 일화인 시계를 바꾸는 장면이 극에도 나와요.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시계와 바꾸시죠, 하고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Q. 윤봉길 의사를 위인이 아니라 청년으로 보이게 하려는 장치가 있었나요?
“청년이라고 하면 흔히 뜨거움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뜨거움에 대한 대사들이 강조됐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23년이 지났지만 230년이 지나도 나는 똑같이 복수를 할 것이다, 이런 대사요. ‘내가 스스로 판결을 내리겠다’고 하는 대사도 그렇고요. 청년 자체를 표방하기보다는 뜨거움과 열정, 직접적인 것들이 청년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Q. 고증은 어떻게 하셨고, 극적 상상으로 채운 부분은 어디까지인가요?
“여러 서적을 많이 참고했고, 예산 지역 월진회의 역사 자문을 받으면서 진행했습니다. 극 중간에 위안부 소녀 ‘복화’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역사적으로 따지면 시기가 동떨어져 있어요. 복화와 윤봉길 의사가 어떻게 만날 수 있겠습니까.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실제로 겪었던 민중의 아픔을 대변하는 인물로 등장시켰습니다. 윤봉길 의사가 예산에서 야학을 하며 연극을 했었는데 그 연극을 차용해서, 이번 공연 안에서 연극이 다시 되풀이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한 발 나와서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Q. 2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현장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나요?
“인건비가 가장 큽니다. 지역 극단이다 보니 음향과 조명을 전문적으로 하려고 해도 가내수공업처럼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제작비가 충당되면 지역민들과 함께 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공연의 퀄리티가 높아지죠.”
Q. 예산뿐 아니라 청양과 홍성까지. 거기에 티켓값은 1000원입니다.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이 순회공연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역 선정에 있어서는 세트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공연장인지,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접근성이 있는지를 봤어요. 티켓은 이 사업이 티켓비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라서 천원으로 정하게 됐어요. 되도록이면 많은 분들이 공연을 편하고 쉽게 접하실 수 있었으면 했어요.
첫 무대를 막 마치고 내려온 윤봉길 역 김현진 배우.
Q. 배역을 처음 맡았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이전 극에서 처음으로 윤봉길 배역을 맡았을 때는 거사를 치를 때와 같은 나이였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맡게 됐습니다. 제일 어려운 건 그 심정과 마음을 이해하는 겁니다. 집에 가족과 자녀가 있는데 타지에 가서, 죽을 것을 알고도 거사를 치르는 거잖아요. 도대체 그 힘은 무엇인가. 결국 나라의 독립을 위한, 나라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김현진으로서, 윤 의사를 이해하려고 관련 영상과 서적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Q. 가장 오래 붙들었던 장면이 있다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추가로 각색된 장면이 많습니다. 부인을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부인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과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고 떠나는 장면을 이번에는 더 많이 연습했습니다. 또 스스로 판결을 내리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저에게, 그러니까 윤봉길이 윤봉길에게 사형이라고 소리치는 장면인데, 추가된 장면인 데다 감정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서 심혈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Q. 윤봉길 의사가 두 아들에게 유서를 남긴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던가요?
“이해가 되냐고요? 그마음에 발끝도 가기 어렵죠, 허허허. 저는 나라를 위해서 현실에서 하는 게 없는데요. 지금도 노력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면 닿을 수 있는지, 끊임없이 대본과 영상과 책을 찾아보면서요. 배우의 이런 노력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아들이 없잖아요. 그런데 아들에게 그 말을 해야 합니다. 피와 뼈가 있거든 나라를 위한 투사가 되라고요. 어머니, 저는 제가 선택했습니다, 나라를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하는 대사도 있고요. 대본을 읽다 보면 이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다가도,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구나, 그러니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남는 감정이 있나요?
“무대 위에서 죽음을 맞잖아요. 공연 중에 윤봉길 스스로가 무덤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상징적인 선택이죠. 내 죽음을 내가 택했다, 나는 일제에 총 맞아 죽은 게 아니라 내가 할 일을 함으로써 죽음을 택했다는 겁니다. 그래도 죽음은 죽음이더라고요. 매 순간 죽으니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픔과 공허가 남습니다. 거기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필요해요.”
Q. 27일 홍성 공연, 홍성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홍성도 충절의 고장이잖아요. 극에 내가 윤봉길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배우들도 나도 윤봉길이라고 하며 함께 소리칩니다. 내가 윤봉길일 수 있고, 한용운일 수 있고, 김좌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 관객들은 더 깊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지원사업이 끝난 뒤의 계획은요?
“당장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다만 극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지원사업을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자생하고, 이 작품이 다른 곳, 다른 세계까지 갈 수 있도록 극단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극단 예촌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연습 중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