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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리스트 셋 키우고도 남의 집에서 활 쏘는 홍성

홍성은 홍남초·홍성여중·홍성여고 양궁부와 홍성군청 양궁팀까지,
선수 육성 체계 갖춰져 있어,전국에 충남 홍성과 경북 예천 단 2곳뿐

  • 등록일자
    2026.09.03(목) 13:31:20
  • 담당자
    홍주신문 (rlarudal4767@daum.net)
  • 지난해 12월 준공된 홍성양궁훈련장에서, 선수들이 과녁에 꽂힌 화살을 뽑으러 걸어가고 있다.

     2029년 10월 ‘제110회 전국체육대회’가 홍성에서 열린다. 전국체전 역사상 군(郡) 지역이 단독 주개최지가 된 것은 처음이다. 충남 15개 시군에서 7일간 열리는 대회에는 선수단 3만여 명이 참가해 모두 50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이중 홍성에서 치러질 12개 종목에는 양궁도 포함됐다. 60년 가까운 역사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 명을 자랑하는 홍성이지만, 정작 전국체전을 치를 경기장은 없다. 군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홍성 선수들이 처음 서는 고향 무대는 대회가 끝나는 순간 사라진다.


    ■반세기 넘도록 ‘무대 없는 양궁 요람’
    홍성 양궁은 6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홍성여고 양궁부는 1967년에, 홍성여중 양궁부는 그로부터 여섯 해 뒤인 1973년에 창단됐다. 김조순·이성진 선수는 홍성에서 나고 자라 홍주초와 홍성여중, 홍성여고를 차례로 거쳤다. 김조순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홍성여고를 졸업한 뒤 홍성군청 양궁단에 입단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이성진은 2004년 아테네와 2012년 런던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거머쥐며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보령 출신인 윤혜영도 홍성여고에서 활을 잡고 김조순과 함께 애틀랜타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홍성에는 홍남초·홍성여중·홍성여고 양궁부와 홍성군청 양궁팀까지, 선수 육성 체계가 갖춰져 있어, 어느 단계에서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양궁을 이어갈 수 있다. 대한양궁협회 등록 현황을 보면, 이러한 구조를 갖춘 군 단위 지역은 전국에 충남 홍성과 경북 예천 단 2곳뿐이다.

    올해 4월 ‘제54회 충청남도소년체육대회’에서 홍성양궁꿈나무들은 금 7개와 은 12개, 동 12개를 따냈다. 특히 홍성여중 장인영이 30m·40m·60m·개인종합을 휩쓸었고, 단체전에서는 홍남초와 홍성여중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업팀도 다르지 않다. 홍성군청 양궁팀은 지난해 5월 ‘2025 계양구청장배 국제양궁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16강부터 결승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결승 상대는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남수현을 앞세운 순천시청이었다. 올해도 한솔 선수가 ‘제44회 대통령기 전국남녀 양궁대회’ 개인전 3위에 올랐으며, ‘제43회 회장기 대학·실업 양궁대회’에서는 단체전 3위에 올랐다.

    훈련 시설 또한 층층이 갖춰져 있다. 홍남초 선수들은 홍성읍 학계리 훈련장에서, 홍성여중과 홍성여고 선수들은 교내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활을 쏜다. 홍성군청 양궁팀은 홍주종합경기장 내 궁도장(홍무정)을 오래 써오다, 지난해 12월 말 옛 학계초등학교 부지에 새로 지은 ‘홍성양궁훈련장’으로 옮겼다. 훈련장 3000㎡에 훈련 시설 266㎡ 규모다.

    그러나 홍성에서 자란 선수들은 예나 지금이나 대회 때마다 짐을 싸서 먼 원정길에 올라야 했다. 지역 팬들 앞에서 활을 쏠 무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 예천군은 사람과 시설을 함께 키웠다
    경북 예천이 양궁을 시작한 것은 1973년 3월로 예천여자중학교에 양궁부가 창단되면서부터다. 이는 홍성보다 여섯 해 늦은 출발이었다. 다만 예천은 사람을 길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을 함께 지었다.

    1996년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이 문을 열었다. 이후 예천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비롯한 전국 대회를 상시 유치하는 도시가 됐다. 김수녕과 장용호, 윤옥희에 이어 올림픽 3관왕 김제덕까지 배출하는 사이, 예천은 활을 쏠 자리도 함께 만든 셈이다. 지금은 양궁과 육상 대회 유치에 더해 전지훈련지로도 활발히 쓰이며 스포츠 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예천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국 단위 양궁·육상 대회가 10건 이상 열렸고, 대회 참가자와 가족, 관람객 1만 2500여 명이 예천을 찾았다. 전지훈련 인원도 2021년 54개 팀 9976명에서, 2023년 149개 팀 3만 1957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군은 대회와 전지훈련 참가자들의 숙박과 식음료, 교통, 관광 소비를 분석해 상반기에만 30억 원가량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예천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실내훈련장과 컴파운드 전용 훈련장을 갖춘 ‘예천양궁훈련센터’를 새로 짓고 있다.

    예천군의 인구는 약 5만 3000명으로 홍성군의 절반가량이다. 홍성보다 작은 군이 먼저 경기장을 지었고, 그 시설이 지금은 대회와 전지훈련을 함께 불러들이고 있다. 30년 전 예천의 이러한 선택은 전국 어디에도 없던 것이었다.

    김희천 체육정책팀장은 “따로 양궁 경기장이 마련된 곳은 예천뿐”이라며 “보통 전국대회를 할 때는 운동장 두 개가 붙어 있는 곳이나, 너른 공터에 임시 경기장을 만들어서 치른다”고 설명했다. 

    올해 홍성군청 양궁팀이 단체전 3위에 오른 회장기 대회가 열린 곳도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이었다. 홍성 선수들은 예천에 가서 활을 쐈다. 홍남초와 홍성여중, 홍성여고를 거쳐 지난해 홍성군청 양궁팀에 입단한 한솔 선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홍성에서 나고 자라 홍성에서 활을 배우고 홍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가 활을 쏜 무대는 예천이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홍성양궁훈련장’. 홍성군청 양궁팀 선수들이 훈련 중이다.

    ■ ‘미는 종목’ 이지만, 경기장은 ‘임시’로
    홍성군은 전국체전 개최를 앞두고 경기장 개보수에 200억 원을 투입한다. 국비 60억 원과 도비 70억 원, 군비 70억 원을 합한 금액이다. 충남도는 올해 3월부터 실사를 거쳐 개보수 대상을 확인했으며, 현재 예산 투자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전재성 체육시설팀장은 12개 종목에 양궁이 포함된 배경을 묻자 “양궁은 저희가 원래 미는 스포츠”라며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개보수 계획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계획은 도청과 협의해 확정된 상태”라며 “다만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양궁 경기를 어디에서, 어떤 시설에서 치르느냐다. 전 팀장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양궁장에서는 못 한다”며 “전국체전의 경우 훨씬 큰 부지가 필요해 민간인이 가지고 있는 토지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설인지 임시 시설인지를 묻자 “임시”라고 답했다.

    김희천 체육정책팀장은 후보지에 대해 “면적이 크다 보니 갈산이나 서부권을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9년에 확정해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회 이후 공간을 활용할 수 없는 것이냐고 묻자, 김 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공터에 과녁을 세우고 뒤편에 컨테이너와 천막으로 대기 공간을 두는 방식이라 대회가 끝나면 남는 시설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크게 경기장을 만들고 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통화 안에 ‘원래 미는 종목’이라는 답변과, 대회가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계획이 함께 담겼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홍성 선수들은 2029년 10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향 땅에서 활을 쏘고 다시 원정길에 오른다. 다른 길을 택한다면 예천이 30년에 걸쳐 만든 구조를 홍성도 갖게 된다.

    홍성의 한 체육계 관계자는 “홍성에 양궁 경기장이 생긴다면 예천 못지않을 것”이라며 “예천군이 일찍이 경기장을 마련해 대회 개최는 물론 전지훈련지로도 활용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홍성은 이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명을 길러냈다. 2029년 전국체전이 홍성 양궁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향 무대로 끝날지, 전국대회와 전지훈련을 불러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검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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