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머시브 연극1 - 면천읍성_도굴꾼 두 명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습, 귀신의 등장
지난 8월 28일 저녁, 당진 면천읍성을 찾았습니다. 이날은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면천읍성 달빛야행’의 첫날로, 면천읍성의 문화유산과 주변 공간을 무대로 이머시브 공연 산책 프로그램이 마련된 날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당진시의 생생국가유산사업인 ‘면천읍성 360도 투어’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미담문화콘텐츠연구소가 주관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배우들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보는 일반적인 연극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참가자들이 공연장에 앉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면천읍성 곳곳을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장소가 곧 무대가 되고, 이동하는 길도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형태였습니다.
공연의 시작은 보물을 찾으려는 두 명의 도굴꾼 이야기였습니다. 금은보화를 찾아 나선 두 사람이 귀신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참가자들은 배우들을 따라 이동하며 다음 장면을 찾았습니다.
공연을 따라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면천읍성의 여러 공간을 자연스럽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면천읍성은 조선시대 읍성으로, 축조와 규모에 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과 『문종실록』 등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성돌에 새겨진 글씨인 각자성돌을 통해 1439년 세종 21년에 여러 지역의 군현이 축조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런 역사를 책이나 안내판으로 따로 살펴보는 방식이 아니라 배우들의 이야기를 따라 걸으며 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들이 찾으려는 보물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으로 따라갔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면천이라는 지역에 남아 있는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필자는 작년에 처음 이 곳에서 이머시브 연극을 접하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도 재미있었답니다)
과연 두 도굴꾼이 찾던 진짜 보물은 무엇이었을까요?
▲ 이머시브 연극-2
▲ 이머시브 연극-3
파출소와 미인상회(100년 된 우체국 건물을 개조한 카페)도 거쳐갑니다.

▲ 이머시브 연극-4 면천객사
면천객사입니다. 조선시대 고을의 가장 중심이 되는 권위있는 관아 건축물입니다.
▲ 이머시브 연극-5 3.10학생독립만세운동 기념비
공연 중간에는 3·10학생독립만세운동 기념비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극에서는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주요 내용만 짚고 지나갔는데, 오히려 짧게 들은 이야기가 궁금해져 집에 돌아온 뒤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보게 됐습니다.
1919년 3월 10일 면천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독립만세운동을 벌였다는 사실과 당시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 만세운동을 준비했는지를 다시 살펴보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시작된 3·1운동의 소식이 지역으로 전해졌고, 면천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독립을 외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학생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공연에서 잠시 지나쳤던 기념비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이머시브 연극은 장소마다 필요한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고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이 곳에서 만세운동을 했다니, 3·10학생독립만세운동을 계기로 면천의 근현대사를 조금 더 살펴보게 됐습니다.
이날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관람객들은 우산을 쓰고 배우들을 따라 이동했고, 배우들은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예정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날씨 때문에 다소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공연은 중단되지 않았고, 머릿속에 더욱 기억에 남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이 직접 움직이며 공연을 따라가는 방식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면 관객은 다음 장면이 펼쳐지는 장소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그래서 공연을 보는 동시에 면천읍성의 공간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 이머시브 연극-6 군자정
이곳은 군자정입니다. 군자정은 군자지라는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고 정자를 세운 공간입니다. 1803년 당시 면천군수 유한재가 군자지를 정비하면서 연못 가운데 원형의 섬을 만들고 팔각정을 세웠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현재의 군자정은 여러 차례 보수와 복원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 이머시브 연극-7 면천객사
처음에는 두 도굴꾼이 금은보화를 찾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귀신을 만나고, 보물을 찾아다니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중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면천읍성의 공간과 그곳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장소들이 하나씩 의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19년 3월 10일 면천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직접 준비해 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체포되고 옥고를 치렀다는 내용까지 공연을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충남 최초의 학생 주도 독립만세운동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함께 알게 됐습니다.
두 도굴꾼과 귀신을 따라가며 만난 면천읍성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저녁이었지만 배우들과 관람객이 함께 이동하며 공연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면천읍성 곳곳에 담긴 역사도 자연스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장소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궁금했던 역사까지 찾아보게 된 점도 좋았습니다. 단순히 연극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걷고 보고 들으며 면천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런 참여형 프로그램에 함께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면천의 역사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면서, 이번 ‘면천읍성 달빛야행’의 첫날, 이머시브 연극과 함께 한 특별한 시간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당진 면천읍성, 이머시브 연극 정보>
○ 주소 : 충남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930-1
○ 운영 : 연중무휴
○ 주차 : 가능(무료주차)
○ 축조 시기 : 1439년(조선 세종 21년)
○ 지정 번호 : 충청남도 기념물 제91호
○ 특징 :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주민 보호와 군사.행정 기능을 목적으로 평지에 쌓음
○ 이머시브 연극 참여 방법 : '미담문화콘텐츠연구소' 사전 예약, 다채로운 활동이 많음
* 방문일시 : 2026년 8월 28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