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서해의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충남 서해안 수산물은 독보적인 품질을 자랑한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넓은 갯벌과 조류 소통이 원활한 청정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풍부한 영양분 덕분에 수산물의 육질은 탄탄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특히 세찬 조류를 이겨내며 자라나는 해산물은 활동량이 많아 살이 단단하고 밀도도 높다.
4~5월에 또 하나의 유명한 수산물은 갑오징어와 키조개다.
갑오징어(Cuttlefish)는 일반 오징어와는 차원이 다른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살이 두툼하고 육질이 단단하다. 마치 떡처럼 쫄깃한 식감으로 씹을수록 퍼지는 고소한 맛은 다른 연체류가 따라올 수 없다.
일반 오징어보다 타우린 함량도 월등히 높다.
키조개(Pen Shell) 역시 충남 보령이 국내 최대 산지로 4~5월이 가장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다.
갑오징어와 키조개 모두 지금이 ‘골든타임’이니, 충남 봄 바다가 주는 보물을 외면할 수 있으랴.
나른한 봄철, 원기 충전
키조개는 보령 오천항이 대표 주산지. 전국 어획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명실상부한 ‘키조개 메카’다.
매년 이 시기 오천항 인근 식당가에서는 키조개 샤브샤브, 두루치기, 회무침 등 다양한 조리로 변신한 키조개를 만날 수 있다.
키조개는 부드러움의 미학이라 말할 수 있다. 관자 부위가 핵심인데 패류(貝類) 특유의 바다 향과 서걱서걱 씹히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드는 식감이 특징이다. 씹으면 혀끝에 남는 감칠맛도 일품이요, 부드럽게 녹아드는 목 넘김도 좋다.
오징어 중의 ‘갑(甲)’이라 불리는 갑오징어는 원래 뱃속에 있는 뼈를 ‘갑’이라 부르면서 붙은 말이다. 오징어보다 살이 훨씬 도톰하고 육질이 단단하여 씹는 맛이 일품이다. 또 비린내가 적고 맛이 깔끔해 회, 숙회, 볶음 등 고급 요리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서해안은 맛의 성찬
갑오징어와 키조개는 주로 태안과 보령, 서천 등 충남 서해안 전역에서 잡힌다. 이중 물량이 많은 곳은 서산과 태안으로 어획량은 전국 ‘TOP 10’ 안에 든다. 서천에서는 봄철 꼴뚜기와 갑오징어를 테마로 한 ‘꼴갑축제’도 열린다.
이들 음식은 현지에 맛보는 것이 최고. 어선들이 드나드는 활기찬 항구와 ‘끼룩끼룩’하면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전경은 덤이요, 여행의 진미다.
키조개의 가격은 큰 변동이 없는 편. 잠수부들이 수심 30~40m에서 직접 잡는 데 안정적인 수확 때문이기도 하다. 4월 말 현재 1㎏당 1만~1만 5000원 선(산지 구매가)이다.
식당에서는 주로 샤브샤브 세트나 정식 형태로 판매된다.
봄철 갑오징어는 오징어에 비해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보통 마리당 2만~2만 5000원 선이다.
대천항에 있는 수산시장에 가면 80여 곳의 상가에서 이 같은 재료들을 구할 수 있다.
충남 서해안의 봄철 수산물을 활용한 요리들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미식 경험이다. 충남의 바다가 키우고, 어부의 정성이 거둔 봄의 선물을 위해 충남으로 떠나자.
집에서 요리 해 먹기
갑오징어는 주로 숙회(데침)나 회, 또는 볶음 등으로 먹는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반건조 갑오징어 구이가 인기다.
숙회는 뜨거운 물에 30초 정도 살짝 데쳐 탱글탱글한 탄력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포인트. 표면에 격자형 칼집을 낸 뒤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면 갑오징어는 꽃처럼 피어난다. 이를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회는 두툼하게 썰어 쫀득한 식감을 느껴야 제맛이다.
볶음은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참기름, 후추, 파, 마늘과 미나리 등 봄 채소를 듬뿍 넣어 적당하게 익혀내면 된다. 충남 서해안으로 캠핑이라도 갈 거라면 양념 갑오징어를 철판이나 석쇠에 올려 지글지글 볶아내면 최고의 메뉴가 된다. 그대로 구워도 된다.
키조개는 회로도 먹지만 샤브샤브가 대표적인 조리 방식이다. 무와 대파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두께 1센티 정도로 썬 관자를 살짝 담가 꺼낸 뒤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 너무 익히면 질겨지므로 젓가락을 이용해 육수 안에서 살랑살랑 5~10초 내외로 익혀 먹으면 된다.
버터구이도 인기다. 고소한 버터 향과 쫄깃하고 부드러운 관자의 만남은 환상 조합이다.

▲ 보령 청라면 청보리밭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청보리밭
4~5월 봄철 수산물을 경험했다면 꼭 집어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은 보령시 천북면에 있는 청보리밭이다.
1만 2000평 규모의 이곳은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초록빛 청보리가 낮은 언덕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그해 우리는’과 ‘이재, 곧 죽습니다’ 등 드라마와 영화도 촬영된 곳.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감정이 교차하던 이곳은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초록빛 절정을 맞는다.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원래 이곳은 개인이 소를 방목해 키우던 농장으로 보리는 소 사료용으로 심었다. 그러다가 4년 전 축사는 옮기고 청보리를 심었는데, 어느 날 사진작가가 보리밭 언덕에 있는 창고 건물과 보리밭 사이로 넘어가는 노을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하루아침에 명소가 된 것.
언덕 위 카페에서는 탁 트인 보리밭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언덕 아래에서 창고 건물과 보리밭을 올려다 촬영하면 누구나 최고의 샷을 건질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커피 등 음료수(8000원)를 구매하는 명목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음료수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입장료는 5000원이다.
자연스러운 농촌의 풍경 속에 있어 방문객에게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
서해안의 숨은 봄,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봄의 숨결’로 들어가보자.
/임종관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마케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