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물든 아산의 가을 — 은행나무길과 별빛의 밤
낮에는 단풍, 밤에는 은하수… 충남 아산이 선물한 가을의 정취

▲ 곡교천은행나무길
가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향하는 곳이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한없이 이어지는 길, 바로 충남 아산의 은행나무길이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계절 그 자체가 한 장의 그림처럼 완성되는 공간이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는 오후, 그리고 별빛이 반짝이는 밤까지 —
아산의 가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풍경화였다.
■ 현충사 인근에서 시작되는 가을 산책

▲ 곡교천은행나무길
아산 은행나무길은 현충사 사거리에서 송곡사거리까지 약 2.1km 구간에 조성되어 있다.
차량은 인근 무료 주차장에 세워두고, 도보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길 양옆으로 약 350그루의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어,
걷는 내내 황금빛 터널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에는
잎사귀 사이로 빛이 스며들며 반짝이는 장면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바람이 스치면 낙엽이 부드럽게 흩날리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뛰어놀며 은행잎을 모으고 있었다.
연인들은 손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어르신들은 벤치에 앉아 “올해도 참 예쁘다”며 미소를 짓는다.
■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 이용수칙이 만든 평화로운 길

▲ 곡교천은행나무길
은행나무길은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지켜야 할 규칙 위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자전거, 오토바이, 전동휠 등 이동수단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반려동물을 동반할 경우 목줄 착용과 배설물 수거는 필수다.
취사나 텐트 설치, 큰 소리의 음악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곳은 누군가의 집 앞이자, 모두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나무에 기대거나 은행을 채취하는 행위 역시 금지다.
은행나무길이 지금까지 ‘조용한 가을의 산책로’로 남아 있는 이유는
이러한 작은 약속들이 꾸준히 지켜졌기 때문이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외엔 들리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걸음을 맞추며 가을을 느낀다.
■ 가을의 또 다른 얼굴 — 댑싸리와 황화코스모스

▲ 곡교천은행나무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멀리 보이는 둔덕 위로 붉게 물든 댑싸리 군락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분홍빛 구름처럼 피어난 댑싸리들이 가을 햇살을 머금고 흔들린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부드러운 질감과 색감이 마치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셀카봉을 들고 서 있는 가족들,
모두가 한 장의 엽서 같은 풍경 속에 들어가 있었다.

▲ 곡교천은행나무길
조금 더 걸으면 노란 물결이 펼쳐진다.
은행잎이 떨어진 길 끝에는 황화코스모스가 만개해 있었다.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노란 코스모스는
‘가을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흔들리며 파도처럼 움직이고,
그 위로 나비들이 가볍게 날아다녔다.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계절의 모든 색을 오롯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 곡교천은행나무길
■ 밤이 되면 하늘에 별이 내린다 — 은하수 별빛쇼

▲ 곡교천은행나무길
낮의 은행나무길이 햇살의 색이라면,
밤의 은행나무길은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해가 지면 매일 저녁 세 차례 열리는 ‘은하수 별빛쇼’가 시작된다.
운영시간은 다음과 같다.
- 19:50~20:00
- 20:50~21:00
- 21:50~22:00
단 10분 동안만 진행되지만, 그 시간 동안 길 전체가 마법처럼 변한다.
조명이 꺼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곧이어 나무 사이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듯 부드러운 빛이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셔터 소리, 그리고 잔잔한 감탄만이 길 위를 채운다.
이 짧은 조명쇼는 단순한 시각적 연출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또 하나의 가을 예술이다.
낮에는 나뭇잎이, 밤에는 별빛이 계절의 언어로 말을 건다.
■ 축제의 계절, 가을을 더 풍성하게 채우다

▲ 곡교천은행나무길
11월 첫 주, 은행나무길은 ‘2025 아산 은행나무길 거리예술제’로 들썩인다.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며,
거리 곳곳에서 버스킹, 마임,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플리마켓과 예술 작품 전시도 함께 열린다.
행사 기간 동안은 일부 도로가 통제되지만,
대신 데크길과 댑싸리 군락길을 따라 걷는 코스가 열려 있다.
음악과 풍경, 그리고 노란 잎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그 어떤 공연장보다 낭만적인 무대였다.
■ 이순신의 고장, 달리기로 잇다 — 전국 마라톤대회

▲ 곡교천은행나무길
아산의 가을을 대표하는 또 다른 축제는 ‘아산 은행나무길 전국 마라톤대회’다.
2025년 11월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며,
현충사사거리에서 송곡사거리 구간이 통제된다.
이순신 장군의 충절이 깃든 도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달리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노란 낙엽이 흩날리는 길을 따라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달린다.
그 길 위에는 단순한 경쟁이 아닌,
하나의 ‘기억’과 ‘의미’가 담겨 있었다.
■ 길 위의 가을 간식 — 은행구이와 옥수수 한입

▲ 곡교천은행나무길

▲ 곡교천은행나무길
은행나무길 입구에는 따뜻한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노점이 있다.
기자는 그중에서도 갓 구워낸 은행구이 한 봉지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옥수수 4봉을 샀다.
은행껍질을 톡 까면 고소한 향이 퍼지고,
한 알 한 알 씹을 때마다 고소함과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진다.
달콤한 옥수수는 손에 닿자마자 따뜻했고,
한입 베어물자 가을의 향이 그대로 입안에 퍼졌다.
걷느라 식은 손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었지만, 그 한입이 이곳의 계절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조각처럼 느껴졌다.
■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의 명소

▲ 곡교천은행나무길
아산 은행나무길은 하루 종일,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낮에는 햇살 아래 황금빛이 반짝이고, 해가 지면 별빛이 내려앉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아와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건 아마 이 길이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며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로등 하나, 의자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조용히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벤치에 앉아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한 장 손에 쥐었다.
빛에 비친 잎맥이 투명하게 빛났다.
그 순간, 아산의 가을이 내 손 안에 담겨 있는 듯했다.
■ 아산곡교천 은행나무길 정보

▲ 곡교천은행나무길
곡교천은행나무길
● 주소 :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502-3
● 길이 : 약 2.1km
● 주차 : 현충사 주차장, 송곡사거리 인근 무료주차장 이용
● 통행 제한 : 자전거·오토바이·전동휠 등 출입금지
● 반려동물 : 목줄 필수, 배설물 수거 의무
● 금지행위 : 취사, 텐트 및 그늘막 설치, 나무 훼손, 은행 채취
● 쓰레기 배출 : 지정장소 분리수거
● 은하수 별빛 :
① 19:50~20:00
② 20:50~21:00
③ 21:50~22:00 (1일 3회 운영)
● 축제 일정 :
2025 은행나무길 거리예술제 (11.1~11.2)
아산 은행나무길 전국마라톤대회 (11.9 09:00~13:00)
● 취재일 : 2025.10.29
🕊️ 보람보람 기자 한줄평
“아산의 가을은 느리게 걷는 법을 가르쳐준다.
낮엔 햇살, 저녁엔 은하수, 그리고 따뜻한 은행구이 한 봉지 —
이보다 더 완벽한 가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