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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왜 또 공부하느냐고요?"... 이 부부를 움직인 힘은 가족

[인터뷰] 약사·지휘자·연구자로, 또 군인 출신 교수. 장하영·유은경 부부

  • 등록일자
    2026.04.03(금) 02:02:31
  • 담당자
    뽀글이 (vmfms0830@naver.com)
  •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박사 졸업 5개, 지금도 함께 공부하는 부부

     

    “왜 또 하느냐”, “이제 충분하지 않느냐.”

     

    박사학위 하나를 따는 데도 긴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그런데도 공부를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부부가 그렇다.

     

    4월 1일, 두 부부가 함께 공부하는 서재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책과 자료가 빼곡한 공간은 이들이 얼마나 오래, 그리고 치열하게 배움의 시간을 쌓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장 박사는 박사 졸업 3개, 박사 수료 4개, 현재 진행 중인 과정만 5개다. 유 교수 역시 박사 졸업 2개, 현재 진행 중인 과정 3개를 이어가고 있다.

    숫자만 보면 놀랍다. 하지만 인터뷰를 끝까지 듣고 나면, 이 부부의 삶은 단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들을 다시 책 앞으로 데려다 놓는 힘, 끝내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은 결국 가족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군 상사로 복무하던 시절, 발표를 진행 중인 유은경 교수. 그녀는 20년 복무 뒤 학문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 공군 상사로 복무하던 시절, 발표를 진행 중인 유은경 교수. 그녀는 20년 복무 뒤 학문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서로 다른 길, 같은 방향


    두 사람은 스스로를 “서로 다른 현장에서 출발했지만, 배움과 실천으로 함께 성장해 온 부부”라고 소개했다. 남편 장하영 박사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면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고, 연구자의 삶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내 유은경 교수는 공군 상사로 20년을 복무한 뒤 학문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출발점은 달랐지만 두 사람을 같은 자리로 이끈 것은 분명했다. 배움은 끝내는 일이 아니라 살아내는 일이라는 믿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도 지금의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남편 장 박사는 부인 유 교수를 두고 “책임감이 강하고 중심이 분명한 사람”이었다고 했고, 유 교수는 장 박사를 “조용하지만 자기 세계를 묵묵히 쌓아가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이 확인한 것은 화려한 이력보다 성실함이었다.

     

    “서로의 열정과 시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건 정말 큰 복이었어요.”

     

    장 박사의 이 한마디는 이 부부가 왜 오래 버틸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혼자였다면 지쳤을 시간도, 서로를 이해하는 동반자가 있었기에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부부는 이 공간에서 서로의 배움을 응원하며 연구와 일상의 시간을 함께 쌓아가고 있다.

    ▲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부부는 이 공간에서 서로의 배움을 응원하며 연구와 일상의 시간을 함께 쌓아가고 있다.


    “이쯤이면 됐다”는 말 대신 여전히 진행중


    장 박사는 이미 박사 3개를 졸업했고, 4개 과정을 수료했으며, 지금도 5개의 박사과정을 진행 중이다. 유 교수 역시 박사 2개를 마쳤고, 현재 3개의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쯤이면 됐다”고 말할 법한 이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 박사는 공부를 단순히 학위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태도에 가깝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처음부터 여러 박사과정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하나만 잘 마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지만, 옆에서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준 사람이 남편이었다.

     

    “처음에는 박사 하나만 잘 마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옆에서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그 말은 유 교수에게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직업군인에게 박사과정 자체도 흔한 길은 아닌데, 새로운 길을 계속 이어간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서산시대오케스트라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장하영 박사

    ▲ 서산시대오케스트라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장하영 박사


    “조금 더 알고 싶었어요”

     

    유 교수를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힘은 성취감만이 아니었다.

     

    “저는 그냥 조금 더 알고 싶었어요.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고요.”

     

    원래는 공학, 그중에서도 컴퓨터 계열에서 출발했지만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과 관계, 마음과 사회를 이해하는 공부로 시야가 넓어졌다. 그렇게 상담과 사회복지 분야로 관심을 확장했지만, 처음 공부했던 공학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다 보니까, 오히려 예전에 다 끝내지 못했던 컴퓨터 쪽 공부에 대한 애정이 더 선명해졌어요.”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와 기술을 이해하는 공부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삶 안에서 서로 맞물리고 이어졌다.

     

    장 박사의 삶도 비슷하다. 약사와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연구자라는 이력은 얼핏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 세 역할이 제 안에서는 꽤 닮아 있다고 말했다.

     

    “약사는 한 사람을 세심하게 봐야 하고, 지휘자는 전체를 봐야 하잖아요. 결국은 잘 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일이더라고요.”

     

    그에게 연구 또한 다르지 않았다. 흩어진 자료와 의미를 읽어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하는 일, 그것은 각기 다른 소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지휘와도 닮아 있었다.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가 펴낸 책

    ▲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가 펴낸 책


    논문은 책상 위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논문 주제를 정할 때도 한 가지 방식에만 기대지 않는다고 했다. 선행연구를 검토하면서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지점을 찾기도 하고, 일상에서 접하는 경험 속에서 문제의식을 얻기도 한다. 국가기관의 공공데이터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논문 주제가 꼭 책상 앞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 사회가 지금 뭘 중요하게 보는지를 보다 보면 더 선명해질 때가 있어요.”

     

    이들의 공부는 현실과 멀리 떨어진 추상이 아니라, 지금 살아내는 삶에서 길어 올리는 질문에 가까웠다.

     

    두 사람의 배움은 논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회과학, 심리학, 장기를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이미 펴냈고, 현재는 통계 관련 책도 집필 중이다. 특히 유 교수는 군 생활과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흔적을 심리학의 언어로 풀어낸 책 <사적인 심리학>을 통해, 한 사람의 시간이 어떻게 다시 위로와 해석의 문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딸 하은 양의 가족사진

    ▲ 장하영 박사와 유은경 교수, 딸 하은 양의 가족사진


    “하은이는 우리가 가족이 됐다는 감각”


    하지만 이 부부의 이야기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가족이다. 늦게 얻은 딸 하은이는 두 사람에게 단순한 자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 교수는 하은이를 두고 “제 삶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존재”라고 말했다.

     

    “하은이는 사랑스러운 딸이기 전에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었구나’라는 감각을 안겨준 존재예요.”

     

    둘만 있을 때는 미처 깊이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의미를 하은이를 통해 온전히 알게 됐다는 엄마 유은경 교수. 아직 다섯 살인 하은이는 엄마 아빠가 왜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부모가 책을 보고 공부하는 모습을 일상처럼 보며 자라고 있다.

     

    “아직 어려서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아이는 그런 모습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서산시 해미면에서 세선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장하영 박사

    ▲ 서산시 해미면에서 세선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장하영 박사


    “지금의 균형은 가족이 함께 만드는 것”


    유치원생 딸을 키우며 출강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 교수는 아이가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이나 잠든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 강의 준비와 공부를 이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균형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의 균형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에요.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는 균형이에요.”

     

    남편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것을 넘어, 학문적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동반자였다. 장 박사 역시 틈이 생기면 자투리 시간을 이어 붙이며 공부한다고 했다. 약국에서도 잠시 시간이 나면 책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도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또한 서로의 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가족이 있기에 가능한 일상이다.

     

    공군 상사 시절 유은경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공군 상사 시절 유은경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오늘 영화 한 편 볼까”


    이 부부에게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은 의외로 소박하다. 아이가 잠든 뒤 방 안에 함께 앉아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아이 이야기를 빼면, 두 사람의 대화 상당 부분은 공부와 연구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저희는 같이 논문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연구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해요.”

     

    지치거나 한계를 느낄 때도 이 부부는 거창한 말보다 소소한 한마디로 서로를 다독인다.

     

    “오늘 영화 한 편 볼까.”

    “다리 주물러줄까.”

     

    그 짧은 말 속에는 “오늘도 고생했지”, “고맙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오케스트라 공연 무대에 선 장하영 박사. 그는 지휘자로서 음악 활동을 이어가며 약사와 연구자의 삶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 오케스트라 공연 무대에 선 장하영 박사. 그는 지휘자로서 음악 활동을 이어가며 약사와 연구자의 삶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가족과 배우는 삶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묻자 답은 분명했다. 결국 가족이라고 했다. 동시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배우는 삶이라고 했다. 공부를 단순히 학위나 성취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삶을 더 넓게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마지막,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말을 건넸다.

     

    “정말 늦은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가는 길을 알면서도 끝내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 사람일지 몰라요. 늦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인생은 앞으로 갑니다.”

     

    장하영·유은경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학위의 개수만이 아니다. 장 박사의 박사 졸업 3개, 수료 4개, 진행 중 5개와 유 교수의 박사 졸업 2개, 진행 중 3개는 분명 놀라운 기록이다. 하지만 그 숫자를 가능하게 한 것은 서로의 시간을 이해해 주는 배우자, 아이를 통해 더 깊어진 가족의 의미,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서 다시 책을 펼치는 삶의 태도였다. 이들에게 공부와 가족은 두 갈래가 아니었다. 가족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고, 배우는 삶이 있기에 가족의 의미도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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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유은경, #박사부부, #약사교수, #가족은나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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