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가지에 새싹이 올라오고, 빈 가지 위로 숨어 있던 꽃망울이 터지는 계절의 변화는 꽁꽁 닫혔던 마른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사부작사부작 길어지는 일몰 시각은 뜻하지 않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만들고, 때로는 낯선 곳을 걸음걸음 밟게 하는 마술을 부립니다. 봄날에 취해 하루를 열고 갈무리하는 3월의 매일이 감사합니다. 2026년 3월을 보내며 공허했던 마음 구석구석을 켜켜이 채워 준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A. 《月展》
1.전시 기간: 2026.03.24(화)~03.29(일)
2. 전시 장소: 이미정갤러리 (충남 공주시 감영길 12-1
3. 관람 시간: 11: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4. 관람료: 무료

▲ 이미정갤러리에서 개최된 월전(月展)

▲ 2026년 3월에 개최된 월전은 2020년 재개된 26번째 전시회다.
3월 24일(화), 올 한 해 동안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일 지인들과 이미정갤러리를 찾았습니다. 갤러리 외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는 '노영달' 작가의 개인전으로 생각했는데, 개최 중인 전시는 노영달 작가가 몸담은 단체의 그룹전이었습니다. 1986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작품 전시를 열어오던 이 단체는 작가들 사정으로 활동을 접었다가 2020년부터 두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리플릿이나 엽서에는 순번이 닿은 회원의 작품이 메인 작품으로 실리고 있다고 하네요.

▲ 《월전》 전시 풍경
2026년 3월 월전(月展)에는 총 16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공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멀리 광양에서 활동 중인 노(老) 작가도 참여 중이었습니다. 외지에서 활동하다 3년 전에 귀향한 원로 작가도 있었습니다. 조만간 그는 개인전을 하게 된다는데, '귀향(歸鄕)'을 테마로 한 차기 전시에 기대가 큽니다.

▲ 정영진 作, 「초원과 바람의 노래」 (2026년)

▲ 류헌걸 作, , 「여명」 (2026년)
매달 개최되던 전시는 두세 달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다지만, 전시회를 준비하는 작가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닐 듯합니다. 더욱이 월전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시회를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작품 작업뿐만 아니라 전시 준비 과정도 우여곡절이 생기는 듯합니다.
이번 전시의 경우, 공주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는 <그림상점로> 사업이 3월에서 4월로 연기되면서 전시 장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초창기(1980년대)에 월전을 준비할 때는 전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원들이 등사기로 홍보 전단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습니다.

▲ 이미정 作, 「재미있는 말(馬) 이야기」 (2020)
월전에는 이미정갤러리의 이미정 관장도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50여 일 동안 휴관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작업할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찾아오는 지인들과 업계 관계자가 많아서 그녀의 「재미있는 말(馬) 이야기」는 드로잉 작품으로 소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4점의 작품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담은 옴니버스 형식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작가 개인의 에피소드와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재미있는 말(馬)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를 알게 했습니다.
B. 은 주 개인전 《일상의 온도》
1.전시 기간: 2026.03.18(수)~03.29(일)
2. 전시 장소: 갤러리 마주안(충남 공주시 대통길 1길 56-6
3. 관람 시간: 11: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4. 관람료: 무료

▲ '갤러리 마주안' 외부 경관

▲ 갤러리 마주안의 중정(中庭)
이미정갤러리의 월전(月展)을 보고 나서 인근에 있는 '갤러리 마주안'으로 향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갤러리 마주안'의 전시 소식과 전시 장소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찾게 되었습니다. 무인 갤러리인 이곳에 도착하니, 중정의 나무 한 그루만이 관람객을 맞아주었습니다.

▲ 은 주 개인전《일상의 온도》 전시 풍경 1

▲ 은 주 개인전《일상의 온도》 전시 풍경 2
통창 구조의 갤러리마주안은 내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작품 전체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일몰에 즈음하여 방문한 덕에 석양에 비친 갤러리는 봄기운이 부족해 쓸쓸한 가운데 운치가 있어서, 일행 중 몇몇은 120년 된 집구경을 겸해 통창 너머로 그림을 감상하는 데 만족해했습니다.

▲ 은주 作, 「햇살 좋은 날」 (2025년)/ 「지나간 자리」 (2022년)

▲ 은주 作, 「임시보호2/ 임시보호」. (2026년)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작가 '은주'의 개인전 <일상의 온도>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화폭에 담고 있었습니다. 걷는 뒷모습, 커피를 감싼 손, 잠시 기대어 쉬는 몸의 기울기 등 작고 사소한 장면들은 관람객 개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겹쳐볼 수 있게 했습니다.
C. 《Our Heterotopia》- 2026 블룸즈버리 현대사진 작가회 그룹전
1.전시 기간: 2026.03.24(화)~03.31(화)
2. 전시 장소: 갤러리 눈 (충남 공주시 금강공원길 15-4
3. 관람 시간: 11:00~17:00(매주 월요일 휴관)
4. 관람료: 무료

▲ <갤러리 눈> 입구 풍경

▲ 《Our Heterotopia》- 2026 블룸즈버리 현대사진 작가회 그룹전
며칠 뒤, 공산성 맞은편에 자리 잡은 '갤러리 눈'을 찾았습니다. 3월 24일부터 '2026 블룸즈버리 현대사진 작가회 그룹전, 《Our Heterotopia》'이 개최 중이었습니다.전시 주제 중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란 단어는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를 뜻합니다. 이번 전시의 기획 및 평론을 한 이정희는 '현실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감각과 질서가 작동하는 공간'으로 서술하고 있기도 합니다.
블룸즈버리 전시는 2016년에 시작되어 10회째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룹전에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었으며, 콜라보레이션(협업) 작가로 강진형과 염문선 2인이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 전시 작품 1

▲ 전시 작품 2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현대 사진의 특징 중 하나인 회화와 경계에 있는 사진 작품들과 만나게 됩니다. 사진 전시회를 찾을 때마다 느끼지만, 사물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작가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결과물이 생성되는 듯합니다.

▲ 한연교 作, 「나만의 헤테로토피아」

▲ 염문선 作, "잎새 그림자, 마음 속삭임"
한연교 작가는 동남아시아의 도시 풍경을 통해, 염문선 작가는 뜰 안의 감나무와 커피 필터를 통해 상상을 발현시킨 작품을 보여 주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없어 11인의 작품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고, 작품보다도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텍스트로 적어 나간 작가들의 글은 귀가 후 정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 전시장에서 느낀 여운은 더 오래 기억되었습니다.
반가운 3월을 급하게 보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아쉬운 2026년의 3월을 붙들지 못하고 떠나보내지만,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대던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았기에
기꺼이 4월을 맞이합니다. 오는 4월에는 어떤 곳에서 봄의 향연을 누리게 될까요? 여러분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공간에서 봄날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1. 이미정갤러리
2. 갤러리 마주안
3. 갤러러 눈
*촬영 일자: 2026년 3월 24일~3월 27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