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맹사성 고택을 찾는 일은 그저 오래된 집 한 채를 보는 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아산 맹씨 행단’으로, 조선 전기 청백리로 잘 알려진 고불 맹사성(1360~1438) 가족이 살던 집을 중심으로 한 유적 일원입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중리 300번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맹사성 고택’으로 더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고택과 사당, 정자, 은행나무, 주변 공간까지 함께 아우르는 역사 공간이라는 점에서 ‘행단’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이곳의 배경을 알고 들어가면 공간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국가유산포털과 문화유산 해설 자료에 따르면, 맹사성은 고려 말과 조선 초를 거친 문신으로, 청백리의 상징처럼 기억되는 인물입니다.

또 이 집은 원래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지은 집이라고 전하기도 하며, 맹사성이 최영의 손주사위가 되면서 이 집과 인연을 맺었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한 사람의 생가나 종택을 넘어, 고려 말과 조선 초를 잇는 시대 전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로 읽힙니다.

고택 자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눈이 갑니다.
한국관광공사와 국가유산 설명 자료에서는 이 집을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민가의 옛 모습을 간직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설화산을 등지고 배방산을 바라보는 터에 자리 잡은 고택은 전체적으로 단아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유난히 크거나 위압적이지 않아 오히려 맹사성의 청렴한 이미지와도 잘 맞아 보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대단히 꾸며진 집’이라기보다, 오래된 나무와 기와, 마당과 담장이 서로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낸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맹씨 행단이라는 이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은행나무입니다.
‘행단(杏壇)’은 글자 그대로 보면 ‘은행나무 단’이라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충남도 기사와 관광 해설 자료에서는 맹사성이 직접 심었다고 전하는 두 그루의 오래된 은행나무와 함께 이 이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후학을 가르치고 학문을 닦았다는 전승이 더해지면서, 이곳은 살림집이 이상으로 배움의 공간이자 정신적 상징 공간으로도 기억됩니다.
고택을 둘러보고 나면 왜 이곳이 그냥 ‘맹사성의 집’이 아니라 ‘맹씨 행단’으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됩니다.

고택을 본 뒤 시선을 조금 옮기면 정자 ‘구괴정’이 또 다른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구괴정은 맹씨 행단 일원에 포함된 정자로 고택과 사당의 분위기와 달리 비교적 화사한 단청을 입은 건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맹씨 행단에서 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구괴정으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구괴정’이라는 이름은 느티나무 아홉 그루에서 유래했다고 전하며, 맹사성과 황희, 권진이 각각 세 그루씩 심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고택이 생활과 절제의 공간이라면, 정자는 잠시 머물며 풍류와 사색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에 가깝습니다.
직접 둘러보면 같은 유적 안에서도 공간의 성격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후 들른 고불맹사성기념관은 고택과 정자를 보고 난 뒤 꼭 이어서 둘러볼 만한 공간입니다.
기념관에서는 맹사성의 생애와 일화, 유물, 그리고 신창맹씨 가문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시기별 특별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택이 ‘생활의 흔적’을 보여준다면, 기념관은 그 인물의 정신과 시대적 의미를 보다 정리된 방식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공간입니다.
특히 청백리로 기억되는 맹사성의 삶을 현재적인 시선으로 다시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현장 관람의 마무리를 해주는 장소로 기능합니다.

정리하자면, 맹사성 고택이라 부르는 이 공간의 진짜 매력은 ‘한 번에 다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고택에서는 집의 나이를, 은행나무에서는 시간의 깊이를, 정자에서는 옛 풍류를, 기념관에서는 인물의 정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유명 인물의 생가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이 머문 자리와 그 삶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함께 돌아보게 만드는 장소입니다.아산에서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역사 공간을 찾고 있다면, 맹씨 행단과 고불맹사성기념관은 충분히 오래 머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맹씨행단
○ 충남 아산시 배방읍 중리
○ 특이사항 :
- 맹사성고택, 전시관 입장료 없음
- 장애인 주차구역, 장애인 화장실 마련
* 취재일자 : 2026.03.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