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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전시와 책이 만나는 열린 전시 공간, 안서동에서 만난 갤러리 허송세월

  • 위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283-4
  • 등록일자
    2025.12.22(월) 10:39:38
  • 담당자
    mansikmusic (mansikmusic123@naver.com)
  • 허송세월의 건물 전경을 담은 사진


    천안시 안서동 각원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시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골목에서 유리창 너머로 작품과 책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한 간판이나 개관 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은 없지만, 조용히 놓인 그림과 책이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다. ‘갤러리 허송세월’은 이렇게 일상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전시 공간이다. 일부러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기보다, 동네를 걷다 우연히 예술을 만나는 경험이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다.


    이 공간이 주는 인상은 기존의 전시장과는 다르다. 벽면에는 회화와 사진, 설치 작업이 걸려 있고, 그 옆에는 출판물과 책이 함께 놓여 있다. 작품을 보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기보다는, 책장을 넘기며 작업의 배경이나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게 된다. 전시는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읽기와 사유로 이어지며,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전시와 책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 있다는 점이 ‘갤러리 허송세월’의 특징이다.


    ‘갤러리 허송세월’은 무인·쇼룸형 전시를 기본으로 운영하며, 관람자에게 특정한 관람 동선이나 해설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작과 끝 대신, 각자의 속도에 맞춰 작품과 책을 마주하도록 열어두고 있다. 이로 인해 전시는 특별한 날에만 경험하는 문화 행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스쳐 갈 수 있는 장면이 된다. 안서동이라는 주거와 일상이 이어진 동네 한가운데에서, 예술이 과장되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안서동 골목에서 만난 ‘갤러리 허송세월’을 통해, 전시와 책이 결합된 열린 전시 공간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운영 방식이 조용해도, 예술은 충분히 일상 속에 자리할 수 있다. ‘갤러리 허송세월’이 만들어온 풍경을 따라가며, 지역에서 예술이 머무는 또 다른 방식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허송세월 건물의 전경을 담은 사진


    허송세월 근처 버스정류장을 담은 사진

    ▲ '허송세월'은 '신안 25통'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 번호를 담은 사진

    ▲ '신안 25통'에 정차하는 버스 정보


    허송세월의 전경을 담은 사진


    전시와 책이 나란히 놓이는 공간의 풍경


    ‘갤러리 허송세월’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각원사길에 자리한 작은 전시 공간이다. 주소만 놓고 보면 주거지와 상점이 섞인 평범한 골목 한편이지만, 이곳에서는 전시와 책이 동시에 존재하며 독특한 문화 풍경을 만들어 왔다. 대형 미술관이나 공공 전시시설처럼 정해진 개관 시간과 안내 동선을 갖추기보다는, 쇼룸형 구조를 통해 언제든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공간이 지역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운영 방식과 성격에 있다.


    이 장소는 시각예술 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독립 갤러리이지만, 동시에 서점과 출판 활동이 결합된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벽면에는 회화, 사진, 설치 작품이 전시되고, 그 주변에는 출판물과 책이 함께 놓인다. 전시를 감상하다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고, 책을 읽다 다시 작품으로 시선이 돌아가는 구조는 이 공간이 지향하는 방식이다. 전시가 결과물의 나열에 머무르지 않고, 기록과 읽기, 사유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 낸다.


    운영 방식 또한 일반적인 갤러리와는 차이가 있다. ’갤러리 허송세월‘은 24시간, 365일 관람이 가능한 쇼룸형 전시를 기본으로 한다. 예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쇼윈도 형태로 구성된 전시는 문을 열지 않고도 외부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일부 전시는 내부 입장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주 인력 없이 자율 관람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관람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전시를 특별한 목적의 방문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허송세월 전시장 내부를 담은 사진


    허송세월 전시장 내부를 담은 사진


    허송세월 표지판을 담은 사진


    작품 설명을 담은 사진


    책발 허송세월의 일부를 담은 사진


    이 공간에서 진행된 전시들은 대체로 무료로 공개되며, 특정 계층이나 전문 관람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2024년과 2025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곰팡이’, ‘흥’, ‘먼 곳’, ‘너를 기다려’, ‘노랑마녀 마요’, ‘돌, 드러나다’, ‘시간을 품은 상점, 기억 마켓.’ 등 다양한 제목의 전시가 이어졌다. 전시 기간은 보통 2주에서 한 달 남짓으로 구성되며, 개인전이나 소규모 기획전이 중심을 이룬다. 일부 전시에서는 도슨트가 일부 제공되며 관람자와 소통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시 주제와 형식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규모와 형식보다 작업의 맥락과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갤러리 허송세월‘은 정기적인 대관 공고를 내는 공공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전시는 대부분 운영자와 작가 간의 개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전시 제안 시에는 작가 소개와 전시 주제, 작업 성격, 설치 방식 등이 공유되며, 공간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진다. 작품 수와 설치 방식, 관람 동선 역시 이 과정에서 함께 조율된다.


    대관료 역시 고정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시 성격에 따라 무상 제공과 자율 운영, 소액의 공간 사용 협의, 출판물이나 굿즈 판매와 연계하는 방식 등이 혼합되어 적용된다. 상업 갤러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판매 수수료 중심 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비교적 부담 없이 소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둔 방식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신진 작가나 지역 기반 작가에게 특히 현실적인 선택지로 작용한다.


    허송세월의 오른쪽 측면을 담은 사진


    허송세월 전시장의 전경을 담은 사진


    허송세월의 왼쪽 측면을 담은 사진


    허송세월 앞 도보길을 담은 사진


    시설 측면에서도 ’갤러리 허송세월‘은 기본적인 환경에 충실하다. 벽면 전시 공간과 자연광, 기본 조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형 조명 시스템이나 전문 레일, 음향 장비는 갖추고 있지 않다. 설치 과정에서 타공이나 영구 부착은 제한되며, 이동식 구조물이나 테이블, 진열대를 활용한 전시가 주를 이룬다. 영상 작업의 경우에도 소형 모니터나 태블릿 정도가 협의 후 사용되는 사례가 있으며, 고출력 음향이나 지속적인 소음을 발생시키는 작업은 공간 적합성과 관련하여 세심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은 제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공간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갤러리 허송세월은 대규모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이벤트성 전시보다는, 차분하게 작업을 소개하고 기록을 남기는 전시에 어울린다. 사진, 출판, 기록물, 소규모 설치 작업처럼 집중도 높은 작업이 이 공간과 잘 맞는다. 상업성보다 메시지와 맥락 전달을 중시하는 전시가 이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점과 출판 기능은 이 공간의 또 다른 축이다. ‘허송세월’이라는 이름의 책방·출판 브랜드와 연계된 활동을 통해, 전시는 책과 함께 확장된다. 전시 주제와 맞닿은 출판물이 함께 소개되거나, 작업의 기록물이 책의 형태로 남기도 한다. 이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생각과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는 방식이다. 지역 예술가와 청년 문화 기획자들이 이 공간을 찾는 이유 역시, 전시를 넘어 커뮤니티와 기록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서동이라는 지역적 맥락도 ’갤러리 허송세월‘의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대학과 주거지가 섞인 이 동네에서, 갤러리는 일상적인 동선 위에 놓여 있다. 일부러 ‘보러 가는 전시’가 아니라, 산책이나 귀가 길에 우연히 마주치는 전시가 가능하다. 이는 예술이 생활과 분리되지 않고, 일상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갤러리 허송세월‘은 규모가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지형 속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만들어 왔다. 전시와 책이 나란히 놓이고, 관람자가 각자의 속도로 머물 수 있는 이 공간은 예술을 대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안서동 골목에서 이어져 온 이 조용한 시도는, 지역에서 문화가 어떤 형태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고 있다.


    허송세월로 향하는 도보길을 담은 사진

    ▲ 허송세월은 호서대학교 왼쪽 길에서 우회전 없이 직진하면 도보로도 쉽게 갈 수 있다.


    허송세월 근처 천호지의 일부 모습을 담은 사진

    ▲ 허송세월 근처 명소 '각원사'와 '천호지'도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허송세월 근처 천호지의 일부 모습을 담은 사진

    ▲ 허송세월 근처 명소 '각원사'와 '천호지'도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일상 속에 머무는 전시의 또 다른 방식


    ’갤러리 허송세월‘은 크고 화려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작은 규모로 관람객과 더욱 친근한 환경을 만드는 장소다. 안서동 골목 한편에서 전시와 책이 나란히 놓이며, 예술이 일상과 만나는 장면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24시간 열려 있는 쇼룸형 전시, 예약 없이 스쳐 지나가듯 관람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책과 출판을 통해 이어지는 기록의 흐름은 이 공간이 선택해 온 운영 철학을 보여준다. 예술을 특별한 날의 이벤트로 분리하지 않고, 생활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방식이다.


    이 갤러리가 지역에서 갖는 의미는 규모나 관람객 수로 판단하기 어렵다. 대신 이곳은 작가에게는 부담 없이 작업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였고, 시민에게는 예술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창구였다. 대관 공고와 행정 절차 대신 개별 협의로 이루어지는 전시, 고정된 형식보다 작업의 맥락을 중시하는 운영은 지역 기반 예술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가 끝나도 책과 기록으로 남아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는 구조 역시, 이 공간만의 특징으로 남는다.


    안서동이라는 생활권 안에서 이어져 온 ‘갤러리 허송세월’의 시도는, 문화가 반드시 중심지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골목 안의 작은 공간에서도 전시는 열리고, 책은 읽히며, 생각은 확장된다. 예술이 이렇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경험은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갤러리허송세월’은앞으로도조용한속도로전시와책을이어갈것이다. 이 공간이 만들어 온 풍경은 예술을 대하는 또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는다.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고, 잠시 멈춰 생각 할 수 있는 자리가 지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공간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갤러리 허송세월

    ○ 위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132 (안서동) 1층, 갤러리 허송세월

    ○ 운영시간 : 연중무휴 자유 관람

    ○ 관람료: 무료

    ○ 찾아오는 길

      - 자가용: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132

      - 대중교통: 24, 51,52, 81번 시내버스 이용

      - 하차 버스 정류장: 신안 25통

    ○ 전화번호

      - 대표전화: 010-2593-0123

     * 현장 방문 일시: 2025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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