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계룡면에 자리 잡은 신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麻谷寺)의 말사이다. 백제 의자왕 11년(651)에 고구려의 국사이자 열반종의 개산조 보덕화상이 백제로 내려와 현재의 신원사를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 신원사 입구
일주문에 들어서자 계룡산 신원사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한철에는 주변의 맥문동 보라색 꽃이 만발했겠지만 내가 찾은 겨울철에도 늘 푸른 모습이 맥문동의 새로운 멋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된 고목들이 나뭇잎을 모두 떨군 채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도 겨울의 운치를 선사했다.

▲ 신원사 일주문
신원사를 창건한 보덕화상은 고구려말 보장왕의 잘못된 정책으로 나라가 망해가는 걸 왕께 진언하였으나 간신들의 말에 거절당하자 백제로 망명하였다고 한다. 신원사를 창건하고 열반경을 강설하실 때 신라 고승 원효와 의상 스님도 오셔서 청법하셨다고 한다.

▲ 신원사 대웅전
열반경의 주 내용은 열반(Nirvana)은 “불을 끄다”라는 뜻으로 집착과 탐욕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현재의 살고 있는 중생 세계를 극락정토로 바꾸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 범종
신원사에 보존된 보물 중 하나인 노사나 괘불은 1664년 10미터 높이로 만든 주불 노사나 부처님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던 영산회를 재현하는 야외 의식에서 모든 이들의 지극한 발원과 평안을 성취하고자 걸었다고 한다.

▲ 노사나 괘불
대웅전 경전을 돌아보는데 와불 보는 곳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저 멀리 계룡산 자락을 바라보니 바위와 산의 모습이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과 보였다. 지금은 나무가 자라 전체는 볼 수 없었지만, 얼굴 형상은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핀 붉은 연등은 겨울철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다.

▲ 와불 보는 곳
신원사 경전을 돌다 보면 기왓장에 새겨진 좋은 글귀를 읽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다. 신원사 주지 성관 스님의 글을 보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마도 스님은 시인인 모양이다.

▲ 주지스님의 정겨운 글귀
신원사의 대웅전이나 보물인 노사나 괘불도 아름답지만, 더 유명한 곳은 명성황후가 기도했던 곳이고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된 중악단 산신각이다. 계룡(鷄龍)은 닭이 훼치고 용(龍)이 꿈틀댄다는 뜻이고 신기한 기운이 흐르는 산이라 하여 전국에서 기(氣)를 받으러 수없이 오는 곳이며 또한 계룡산의 기(氣)가 신원사 중악단에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 중악단 모습
중악단 대문간채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명성왕후가 머물던 공간이 보존되어 있다.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명해 중악단을 창건하고 계룡산 신을 모셨으며, 1876년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서원으로 재건했다고 한다.

▲ 명성황후 거쳐했던 곳
1871년 고종의 왕비이자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명목만 국왕이지 실권은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에게 뺏긴 남편의 처지도 딱하려니와 그해 11월 왕위를 이을 아들마저 생후 5일 만에 잃고 말았다. 명성황후는 신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기도의 대상은 바로 ‘영험한’ 계룡산.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염원이 녹아 있는 계룡산에서 명성황후는 득남(得男)과 왕실의 번영을 빌었다고 한다.

▲ 중문간채
중간문채를 들어서면 웅장한 중악단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중악단은 묘향산 상악단, 지리산 하악단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제사를 지내던 3대 사전(祀典) 중 한 곳으로 1999년 보물로 지정됐다. 지금도 조선 왕조의 창업과 몰락 과정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의 무대이지 온갖 전설과 신화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보니 전국에서 많은 불자와 기도객이 모이는 곳이다.

▲ 중악단 모습
중악단은 위상에 걸맞게 조선 궁궐 양식의 건축 구조를 하고 있다. 세 개의 출입문으로 구성되어 가운데 문은 궁궐의 어간문처럼 왕만이 출입이 가능한 통로라고 한다. 솟을대문을 지나면 좌우로 행랑채 비슷한 요사채가 있는데, 왕 혹은 왕비가 오면 머물던 곳이라고 한다. 중악단의 팔작지붕 위 네 귀퉁이에는 사람과 동물 형상의 잡상(雜像)이 각각 7개씩 올려져 있는데 나쁜 기운이나 살(煞)을 막는 장치인 잡상 역시 경복궁 창경궁 등 궁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장식 기와다. 경복궁 교태전에서나 볼 수 있는 꽃담도 있다.

▲ 중악단 모습
중악단 내부는 일반 다른 절과는 매우 달랐다. 제단 높은 곳에는 등으로 훤히 밝혀진 신 그림이 뚜렷하게 좌정하고 있었다. 왼쪽에는 익살스러운 호랑이가 있고 오른쪽에는 동자들이 있는데 가운데 명패에는 계룡산 신위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그 신은 누구일까? 단군왕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 중악단 내부 모습
신원사 중악단
○ 충남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동길 1
○ 주차장 완비
* 취재일 2025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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