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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밀의 문을 지나, 곰을 닮은 섬 웅도에 머물다

  • 위치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 등록일자
    2025.12.19(금) 22:36:44
  • 담당자
    호우 (foxbo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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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중순에 접어들면 세상은 부쩍 서둘러 한 해를 정리하려 듭니다. 차가워진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 때면,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헛헛해지곤 하죠. 그럴 때 저는 무작정 운전대를 잡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충남 서산, 그중에서도 가로림만의 신비로운 숨결을 간직한 섬, ‘웅도(熊島)’였습니다.


    서산시 대산읍에 자리한 웅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가로림만 안에 있는 여러 섬 중 가장 크다고는 하지만, 해안선 길이는 고작 5km 남짓이죠.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겨 걷기에는 이보다 더 완벽한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아늑한 곳입니다. 웅도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만난 겨울 특유의 정적, 그리고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건네는 위로는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가볍게 덜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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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의 섬’으로 들어가는 이색적인 관문


    웅도로 들어가는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특별한 경험입니다. 육지와 불과 700m 떨어져 있지만, 예전에는 하루에 딱 두 번, 물때가 맞아야만 들어갈 수 있었던 ‘비밀의 문’ 같은 곳이었거든요. 지금은 갯벌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기존의 잠수교(제1유두교) 대신 높은 교량 공사가 거의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비록 옛 잠수교의 낭만은 조금 옅어졌을지 몰라도,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로림만의 풍경은 여전히 경이롭습니다. 물때에 따라 갯벌이 드러나기도 하고, 찰랑이는 바닷물이 길을 삼키기도 하는 그 유연한 변화는 오직 서해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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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람과 대화하며 걷는 해안 데크길


    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바다 위로 길게 뻗은 해안 데크길이었습니다. 12월의 찬 바닷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스치지만, 그 서늘함이 오히려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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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설치된 귀여운 캐릭터들과 감성적인 글귀들이 눈에 띄어요. 자칫 쓸쓸할 수 있는 겨울 바다 산책길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친구 같은 존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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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바다 위로는 대나무 양식장 시설들이 점처럼 박혀 있는데, 그 소박한 어촌의 풍경이 참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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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중간쯤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웅도에 온 걸 환영해주는 캐릭터가 저를 반겨주더군요. 한쪽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다른 한쪽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넘실거리는 그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마치 현실 세계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듯한 묘한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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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설을 품은 '둥둥바위'와 웅도의 보물 '반송'


    데크길 끝자락에서 만난 ‘둥둥바위’는 웅도의 명물 중 하나입니다. 만조 때 바닷물이 차오르면 마치 바위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보니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수석처럼 신비로웠습니다. 바위 틈새로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으면 섬의 오랜 전설이 귓가에 속삭이는 듯합니다.


    그리고 웅도에 오면 꼭 보고 가야 할 보물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수령이 400년이 넘은 ‘반송(盤松)’입니다. 나무 모양이 쟁반처럼 옆으로 넓게 퍼졌다고 해서 반송이라 불리는데, 그 자태가 얼마나 웅장하고 아름다운지 마을의 수호신 같은 존재로 여겨진답니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데크길의 여유에 푹 빠져 있다가 해가 너무 빨리 저무는 바람에 반송을 직접 마주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또 올 이유가 생겼네"라며 스스로를 달랬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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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붉게 물드는 웅도항의 저녁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 서둘러 웅도항으로 향했습니다. 선착장 주변으로 옹기종기 떠 있는 고깃배들이 노을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물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웅도항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선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눈앞에 펼쳐놓은 듯했죠.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붉게 타오르는 그 짧은 순간, 저는 한동안 말을 잊고 그저 그 빛깔 속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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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지만, 아직 남은 노을빛이 하늘 끝자락에 매달려 바다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하필 물이 꽉 찬 만조 때라 웅도의 또 다른 자랑인 드넓은 갯벌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보고 싶었던 반송 나무도, 광활한 갯벌의 속살도 이번엔 비밀로 남겨두어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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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완벽'보다는 '여운'이 있을 때 더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저는 벌써 다음 여행을 계획해 봅니다. 그때는 물때표를 꼼꼼히 확인해서, 노을이 갯벌 위로 낮게 깔리는 간조 시간에 맞춰 다시 이곳을 찾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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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 마음의 온도가 1도쯤 내려갔다고 느껴질 때 여러분도 웅도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가운 바람 속에 숨겨진 서해의 따뜻한 위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서산 웅도

    ○ 장소: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 관람료 : 무료

     * 취재(방문)일 : 2025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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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도, #서산웅도, #겨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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