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산 우렁각시 도배봉사단 최은하 회장 김태흠 도지사로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상 표창을 받은 우렁각시 도배봉사단 최은하 회장이 시상식에서 표창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집이 새집이 되는 걸 보고 나오면 마음이 너무 좋아요."
아파트 동대표, 안전지킴이, 네일아트 봉사자. 여기에 도배 봉사단 회장까지. 서산에서 20년 넘게 봉사의 길을 걸어온 서산 우렁각시 도배봉사단 최은하 회장이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최 회장은 지난 12월 8일, 충청남도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5 충청남도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에서 표창을 받았다. 이날 시상은 충청남도 김태흠 지사가 직접 진행했다.
수상 이후인 13일, 서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회장은 상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부터 쳤다.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은 아니에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화려한 수상 이력보다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는 듯, 그는 도배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요즘도 밤이면 안전지킴이 조끼를 입고 동네를 도는 일상부터 차분히 풀어놓았다.

▲ 도배봉사를 하고 있는 최은하 회장
최 회장의 봉사 이력은 짧지 않다. 봉사활동만 따지면 20년이 훌쩍 넘는다. 특히 ‘웃는 네일 봉사단’은 2015년 시작, ‘우렁각시 도배봉사단’은 2016년 시작으로, 두 활동 모두 지역 현장을 꾸준히 지켜왔다.
"도배가 필요한 집은 많은데, 해줄 사람이 없더라고요. 다른 봉사는 봉사자가 많은데 도배는 인건비도 비싸고 기술도 필요하잖아요. "
서산 지역에는 과거 외부에서 와서 간헐적으로 도배 봉사를 하던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마저도 끊기자 ‘직접 배워서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종합사회복지관과 자원봉사센터를 찾아가 직접 제안했다.
"가르쳐주시면 저희가 봉사를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어요. 서산에도 도배 봉사단이 꼭 필요하다고요."
당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생기며 공간과 교육이 마련됐고, 자격증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쓰는 실전 중심으로 도배를 배우며 봉사단이 출범했다. 현재 우렁각시 도배봉사단은 회원 12명으로 수해 복구와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서산시 수해 현장에서 우렁각시 도배봉사단이 복구 작업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해 복구 현장..."휴가 반납하고 달려갔죠"
올해 서산 지역에 큰 수해가 발생했을 때도 봉사단은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됐다.
"회원들 대부분이 휴가를 반납했어요. 짐 빼는 것부터 정리, 건조, 도배까지 전부요. 헌 집이 새 집이 되는 걸 보고 나오면 정말 마음이 좋아요."
곰팡이와 습기로 목이 아플 정도의 환경에서도, 봉사가 끝난 뒤 서로를 격려하며 박수를 치는 시간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 어르신들에게 네일아트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
도배뿐 아니라 네일아트·빨래·밥차 봉사까지
최 회장의 봉사는 도배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산 지역 최초의 네일아트 봉사단을 만들어 10년 넘게 요양원을 돌고 있으며, 독거 어르신을 위한 빨래 봉사, 밥차 봉사, 플로깅(환경정화)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합니다.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해요."

▲ 해외 봉사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진흙길을 달리는 트랙터에 올라 서로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해외봉사 경험도 있다. 최 회장은 자원봉사 우수봉사자 프로그램을 통해 캄보디아를 다녀온 일을 꺼냈다. 당시 지원금이 있었지만, 남편이 "지원금은 기부하고 당신 돈으로 떳떳하게 다녀오라"고 권했고, 최 회장은 현지에서 망고나무 50그루를 기증했다고 했다.
"캄보디아 봉사도 갔었거든요. 거기서 보니까… 머리도 깎아주고 싶고, 뭔가 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때는 남편이 ‘지원금은 기부하고, 내 돈으로 떳떳하게 가라’ 해서요. 저는 망고나무 50그루 기증하고 왔어요."
그 경험은 ‘다음 봉사’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그는 앞으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손기술을 직접 나누는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이미용을 배워서, 해외에 나가 머리를 깎아주는 봉사를 하고 싶더라고요. 거기 가서 보니까, 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 최은하 회장은 낮에는 봉사 현장에서, 밤에는 안전지킴이로 나서며 지역 주민들의 생활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잘해서라기보다는…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상 같아요"
상을 받은 이유를 묻자 최 회장은 멋쩍게 웃었다.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소감을 다시 묻자, 그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잘해서라기보다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어 최 회장은 ‘상은 개인이 받은 게 아니라 함께 받은 것’이라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한 가지 부탁 말씀 드려요. 첫째는 자원봉사센터 덕분에 네일아트나 도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거, 센터에 감사하다고 꼭 써주세요.
그리고 네일아트나 도배를 함께해주시며 도와주시는 회원님들이 있어서 제가 지금 이렇게 큰 상을, 회원님들 대신 받은 거라 생각하거든요. 저보다 자원봉사센터랑 우리 도배봉사단 회원님들 칭찬 글을 좀 잘 써주세요."

▲ 도배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늘 건강하게,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현재 최 회장은 봉사활동과 함께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가족 돌봄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봉사를 멈출 생각은 없다.
"젊어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에요. 건강만 허락해 준다면 끝까지 봉사하고 싶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바라는 ‘봉사‘를 이렇게 정리했다.
"늘 건강하시고 건강하게 웃는 날만 되시길 기원합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가진 재능 나누면서, 모두가 건강하게 즐거워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최 회장의 말은 다시 ‘특유의 문장’으로 돌아왔다.
"저는 도배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 복 받으러 다녀요! 할머니들이 ‘복 받아라’ 하시는데, 그 복 받으려고 다니는 거예요."
말보다 행동으로, 상보다 현장으로. 최은하 회장의 봉사는 오늘도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
※취재일: 2025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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