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하늘이 유난히 곱던 날, 충청남도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깊이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찾아가 보았습니다.
고즈넉한 정원과 탁 트인 공주시내가
한눈에 펼쳐져 오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곳, 바로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이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렘을 안고,
기대 어린 마음으로 천천히 2층 상설전시관을 향했습니다.

충청남도역사박물관
운영시간 및 휴무일
관람시간: 10:00 ~ 18:00
휴무일: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명절(설날·추석) 휴관
입장료: 무료
주소: 충청남도 공주시 국고개길24
*박물관 근처에 공용 주차장과 전용 주차장이 있으니 해당 공간 이용 부탁드립니다.




한성기 백제의 토착세력과 위세품– ‘이 땅의 시작’을 마주하는 순간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맞아준 건 한성기 백제의 토착세력과 관련된 유물들이었습니다.
기록보다 앞서 존재했던 사람들의 흔적, 그들이 남긴 위세품을 마주하고 있자니
충청남도가 단순히 “백제의 한 부분”이 아니라, 초기부터 중심세력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걸
짚어주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충청남도 서원의 위치– 조선의 지성들이 머물렀던 공간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조선 시대 충청남도의 서원들이
지도 위에 정리되어 있는 섹션이 등장했습니다.
전국 서원 중 상당수가 충남에 자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지도 위에서 한눈에 확인하니 그 밀도가 생각보다 훨씬 높더군요.
서원이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사림들이 모여
학문을 닦고 사상을 나누고 마을의 미래를 논하던 곳이었음을 떠올리니
‘아, 충남이라는 지역은 예로부터 사람을 통해 움직이는 힘이 강한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 속 충청남도– 한 지역의 일상이 시대를 만든다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조선 시대 속 충청남도의 행정, 생활문화,
사회 모습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늘 중앙의 이야기만 떠올렸는데,
당시 충남 지역 사람들의 생활도구, 장터 문화를 설명한 패널들,
그리고 지역 문중 기록을 보고 있으니 사람에게서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습니다.

AR 실감영상실– ‘작은 선물을 받아요’
아담한 규모로 꾸며진 공간이지만, 들어서는 순간 은근히 기대가 피어오르는 곳이었습니다.
핸드폰을 이용해 촬영한 장면을 공유하면 곧바로 화면 속에 등장해 영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연출되어 있었어요.
바닷물이 출렁이는 장면 속에 제가 스며들기도 하고, 비단천이 흩날리는 영상 위로
조용히 기억 한 조각이 덧입혀지는 영상 속 오늘의 추억을 기록하면서
작지만 포근한 방식으로 ‘오늘의 방문을 특별하게 남길 수 있는’ 작은 선물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무안박씨와 성삼문 이야기– 이름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가오는 역사
전시장 중반쯤에서 만난 ‘무안박씨’와 ‘성삼문’ 이야기는 그가 ‘역사 속 위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스승이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다가오더군요.
이야기가 담긴 전시는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지역의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흔적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졌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참고누 놀이 체험– ‘이 지역의 몸의 기억’
전시를 둘러보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공간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이 참고누 놀이 체험을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설명 패널을 읽을 때만 해도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직접 체험을 해보는 순간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몸으로 느껴보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 밖의 마을과 민속문화, 그리고 충남에서 발견된 유물들
후반부 전시에서는 충남 각지의 마을문화, 민속신앙,
그리고 다양한 발굴 유물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소박한 생활도구부터 지역 특유의 신앙적 유물까지,
제가 알던 충남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모습이 펼쳐졌고
‘이곳이 단순히 지나간 역사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삶의 터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실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니, 충청남도의 모든 부분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역사, 사람, 마을의 기억, 그리고 기술이 더해진
새로운 경험 덕분에 이 지역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 건, ‘혼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역사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손잡아 안내해주는 박물관’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주변 풍경과 함께 남은 여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오늘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이곳에서 충분히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청남도역사박물관
○ 위치 : 충청남도 공주시 중동 284-1
○ 운영 : 10:00 ~ 17:00 (휴무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 요금 : 무료
○ 주차 : 영명중학교 앞 주차장 (무료), 옥룡동 대추골 공영주차장 (무료)
○ 문의 : 041-856-8608
○ 기타 : 주차장과 박물관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장애인 및 고령자 이용 가능.
* 취재(방문)일 : 2025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