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 몸은 움츠러들고 마음도 함께 닫히기 쉬운 겨울이지만,
그런 계절에 오히려 따뜻함을 건네는 전시, 충남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 「Hi_story」.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밝고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들이 먼저 눈을 맞춰주고,
작품 사이사이 놓인 작가들의 짧은 글들이 조용히 방문객에게 말을 건네는 듯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 도넛박스그룹이 함께 기획한 것으로,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예술 언어를 사회와 자연스럽게 잇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계를 ‘특별함’으로 구분하기보다 ‘다양함’의 일부를 표현한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왔는지 녹아 있는 짧은 문장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 작품을 보면, 단순히 ‘그림’으로만 보이던 화면에
작가의 성격, 취향, 일상, 감정이 모두 결을 이루며 드러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해석’하려 하기보다, 그저 천천히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의 세계로 이어지다
전시를 따라 걷다 보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점은 작가들의 개성이 놀라울 만큼 분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아, 이건 이 작가의 그림이겠구나.” 하고
직감할 정도로 색, 선, 구도, 소재가 각자 뚜렷했습니다.
서로 다른 성향과 스타일이 섞여 있음에도 전시장 전체 분위기는 어수선하지 않고,
조용히 이어지는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시회 팜플렛을 읽으며 작품을 관람하니
김유현 작가의 작업은 호기심 많은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어,
화면 속 동물과 색감이 보는 이의 표정까지 환하게 밝히는 힘이 있었습니다.
김지우 작가는 꽃과 캐릭터가 공존하는 따뜻한 상상 세계를 펼쳤고,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불러오는 듯했습니다.
민이수 작가는 일상 속 사물을 귀여운 캐릭터로 변주하는 능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선풍기 하나도 그의 손을 거치면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손림성 작가의 작품은 문자와 로고에서 출발한 독특한 표현 방식이 강하게 느껴졌고,
강렬한 에너지로 화면을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오원찬 작가는 글자와 선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볼펜 선의 흐름이 전체 그림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민서 작가는 기억과 장소를 글자와 이미지로
함께 엮어낸 작품을 통해 개인적 기록과 감정이 동시에 보였습니다.
이태진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인 소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재해석해,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임지호 작가는 익숙한 장면을 새롭게 재조합해 마치 짧은 연극 같은 장면을 연출했고,
캐릭터들의 표정이 살아 있어 눈을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전민재 작가는 일상에 숨어 있는 작은 따뜻함을 잘 포착해,
부드럽고 편안한 기운을 화면 전체에 채웠습니다.
전유현 작가는 동물을 간결하고 힘 있는 선으로 표현해 생동감이 돋보였습니다.
조민준 작가는 바다 생물에서 영감을 얻은 빠르고
세밀한 드로잉으로 깊은 상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현준 작가는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듯한
독특한 구도와 조용한 감정선을 담아냈습니다.
최윤호 작가는 감정을 색으로 번역한 듯한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작품들이 한 공간에 모였지만,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빛나게 한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전시장 분위기는 ‘조용한 온기’ 그 자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고 한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무르며 솔직함과 진심을 듣는 시간.
작품 외에도 전시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작은 형태로 마련했다는 점이 관람의 포근함을 더했습니다.

전시 정보
장소: 충남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30분 전)
휴관일: 월요일
기간: 박물관 공지 참고
이번 전시는 ‘특별한 예술’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채로운 세계를 조용히 열어 주는 자리였습니다.
겨울바람처럼 차갑던 마음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 오래 남았고,
그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따뜻한 위로나 고요한 호흡이 필요한 분들에게,
「Hi_story」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온기를 건네는 전시였습니다.
충남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 위치 : 충청남도 공주시 중동 284-1 (충남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 운영 : 관람 시간: 10:00 - 18:00 (매주 월요일 및 명절 휴무)
○ 전시 기간: 2026년 1월 18일까지 진행
○ 요금 : 무료
○ 주차 :영명중학교 앞 주차장(무료), 옥룡동 대추골 공영주차장(무료)
○ 문의 : 041-856-8608
○ 기타 : 충남역사문화연구원 × 도넛박스그룹 공동 기획
* 취재(방문)일 : 2025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