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룡산 정상 관음봉
충남의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공주의 계룡산!
갑사·연천봉·관음봉·금잔디고개·용문폭포 원점회귀 코스
늦가을의 계룡산은 단풍의 절정이 지나고도 묘한 풍성함이 남아 있는 산이었습니다. 톤 다운된 갈색과 붉은 잎들이 숲길을 자작거리며 감싸고, 바람이 불 때마다 마치 겨울을 기다리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갑사에서 연천봉을 올라 관음봉을 지나 금잔디고개와 용문폭포를 거쳐 다시 갑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했습니다. 전체 소요시간은 휴식과 사진, 가벼운 식사까지 포함해 약 6시간이 걸렸습니다.

▲ 갑사코스 입구

▲ 갑사코스 시작점

▲ 갑사와 단풍
갑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한기가 서린 듯 차가우면서도 나무 냄새가 짙게 배어 있어, 도시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룡산의 갑사 코스는 초입부터 경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조금 필요합니다. 실제로 연천봉까지 오르는 길은 거의 대부분 오르막으로 구성되어 있어 체력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나무 계단과 흙길이 섞여 있고, 중간중간 바위 사이로 발을 디뎌야 하는 구간도 있어 단순한 ‘걷기’보다는 ‘등반’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출발 전 갑사에 들러 잠시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라고는 하지만 갑사의 단풍을 보려는 핑계였죠. 오전 이른시간이라 여유롭게 단풍구경을 할 수 있어 등산 직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 등산길 안내판

▲ 오르막 등산길
연청봉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구간.
보통 등산 안내판에 색으로 난이도를 표시하는데요. 초록색은 완만, 노란색은 조금 가파름, 빨간색은 매우 가파름 이런 식이죠.
연천봉까지는 빨간색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되었습니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짙어진 숲 냄새와 발밑에서 바삭거리는 낙엽 소리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연천봉에서 열리는 시야가 머릿속에 그려져 한 걸음 한 걸음 더 힘을 낼 수 있게 했습니다.

▲ 연천봉 데크

▲ 연천봉에서 내려다보이는 갑사

▲ 연천봉 뷰
연천봉은 관음봉에 가기 전에 한번 들렀다 가야 합니다. 갈림길에서 연천봉으로 0.2km갔다가 다시 0.2km 돌아와 관음봉을 가야하는 코스죠.
400m는 산에서 꽤 큰 거리라서 그냥 관음봉으로 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연천봉은 뷰가 정말 좋으니 잠시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연천봉까지는 경사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요.
연천봉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였습니다. 갑사 일대가 아기자기하게 내려다 보이고, 멀리 이어지는 산 능선들이 늦가을 특유의 채도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은 아니었지만, 정상에서는 산 아래와 확연히 다른 시원한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잠시 배낭을 내려두고 사진을 찍으며 몸을 식혔습니다.

▲ 관음봉으로 향하는 길
연천봉에서 내려와 다시 관음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전체 산행에서 가장 ‘걷기 좋다’고 느낀 구간이었습니다.
길이 크게 가파르지 않고, 양옆으로 숲이 열리며 간간이 풍경이 드러나 눈이 즐거웠습니다.
그냥 가벼운 트래킹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연천봉까지 올라오며 소진된 체력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관음봉에서 바라본 계룡산

▲ 관음봉에서 바라본 동학사

▲ 관음봉 정상석
관음봉에 다다르면 시야가 한 번 더 시원하게 열립니다. 이곳에는 넓은 데크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며 간식을 먹거나 쉬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관음봉은 계룡산의 대표 봉우리 중 하나라 그런지 정상부가 꽤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관음봉에서 내려다보면 동학사 방향의 풍경이 훤히 열립니다. 연천봉에서 보았던 갑사 조망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고, 산 능선들이 중첩된 채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늦가을의 옅은 색감이 겹겹이 놓여 있어 한 장의 수묵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 관음봉~금잔디고개 하산길 계단 구간

▲ 관음봉~금잔디고개 하산길 계단 구간

▲ 관음봉~금잔디고개 하산길 계단
관음봉을 지나 금잔디 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예상보다 경사가 있었고, 계단이 상당히 많은 하산 구간이었습니다.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았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숲의 색감이 다시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서 숲 전체가 은은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분위기 있게 느껴졌습니다.
계단길을 다 건너고 뒤돌아보니 지나온 계단길이 보였는데요. 정말 가파르고 길어 보이는데, 저길 내가 지나왔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고, 미리 겁먹지 않고 그저 꾸준히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결국엔 가고자 하는 길에 도달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도 느꼈습니다.

▲ 계룡산 하산길

▲ 하산길에 만나는 풍경

▲ 계룡산 용문폭포
금잔디고개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하산 분위기가 나는데, 중간에 만나는 용문폭포는 코스를 마무리하기 전 가장 상쾌한 포인트였습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통통하게 울려 숲속에 퍼지고, 바위에 흐르는 물줄기가 투명해 자꾸만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늦가을임에도 폭포 주변은 촉촉한 냉기가 맴돌아 산행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충분했습니다.

▲ 계룡산의 가을

▲ 계룡산의 가을

▲ 계룡산 하산길에 만나는 작은 다리
폭포를 지나 다시 갑사로 내려오는 길은 비교적 완만해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습니다.
초입에서 느꼈던 차가운 휴일의 공기가 다시 돌아오고, 갑사 일대를 둘러싼 단풍나무들이 늦가을의 마지막 색을 보여주듯 붉고 노란 잎들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 갑사의 가을풍경을 만끽하는 사람들

▲ 갑사 대웅전

▲ 갑사 주차장 가는길
이번 계룡산 산행은 단풍 절정은 지났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연천봉과 관음봉의 확 트인 조망, 깊게 내려오는 숲길, 그리고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까지, 늦가을의 모든 정취가 차분하게 녹아 있는 하루였습니다.
○ 코스 정리
갑사 – 연천봉 – 관음봉 – 금잔디고개 – 용문폭포 – 갑사(원점회귀)
거리감과 체력 소모가 있는 편이며 초반 오르막, 후반 계단 구간이 특징입니다.
○ 총 소요시간: 대기·휴식·사진·식사 포함 약 6시간
○ 주차정보
• 갑사 주차장 이용 (유료)
• 주차면이 넓고 주말에도 회전율이 빠른 편
• 주차장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 도보 약 5분
* 촬영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