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중순,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완연한 늦가을의 향기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제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풍경이 딱 하나 있는데요, 바로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는 '황금빛 물결'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SNS를 도배하는 그곳, '올해는 꼭 가야지' 다짐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던 그곳! 네, 맞습니다. 저는 기어코 그 찬란한 가을의 절정을 만나러 충남 아산의 곡교천 은행나무길로 향했습니다.

'전국 10대 아름다운 가로수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는 명성. 과연 그 명성이 사실일지, 제가 직접 두 발로 걸으며 온몸으로 느끼고 온 생생한 후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숨이 멎을 듯한 황금빛 터널, 그 압도적인 풍경 속으로
차에서 내려 아산 염치읍 곡교천변,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이어진 그 길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저는 정말이지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 "와... 이건 단풍이라는 말로는 부족해."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냥 '길'이 아니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무려 2.2km에 달하는 긴 구간을 따라 350여 그루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일제히 황금빛 옷을 갈아입고 장관을 이루고 있었죠. 50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이 찬란한 '은행나무 터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햇살이 노란 은행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릴 때마다, 나무 전체가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반짝였어요. 그 황금빛 그늘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이 된 듯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답니다.

🚗 '차 없는 거리'에서 만끽하는 온전한 가을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시기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는 점이에요.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도, 매캐한 매연도 없이 오로지 이 황홀한 풍경 속을 두 발로 거닐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완벽한 가을 산책이 있을까요?

길 옆으로는 곡교천이 잔잔하게 흐르고, 강변 둔치에는 아직 그 색을 뽐내고 있는 댑싸리와 백일홍 등이 은은한 가을 향기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모두의 발걸음이 느리고 조심스러웠죠. 아마 저처럼 이 순간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그랬을 거예요.

🍂 사각사각, 황금 카펫을 밟는 소리
길 위에는 쉼 없이 떨어진 은행잎들이 두툼하게 쌓여 그야말로 '황금 카펫'을 이루고 있었어요.
사각... 사각...

일부러 낙엽이 더 쌓인 곳을 골라 밟으며 그 소리를 즐겼습니다. 이 경쾌하면서도 아련한 낙엽 소리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이 길을 걷다 보니 문득 이 나무들의 나이가 궁금해졌는데요. 알고 보니 이곳은 1966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깃든 현충사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고 해요. 무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거죠.

그 이야기를 알고 나니, 잎사귀 하나하나에 수많은 시간과 이야기가 깃든 것만 같아 괜스레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역사의 무게를 견디며 해마다 이렇게 찬란한 빛을 발하는 은행나무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 셔터를 멈출 수 없는 마법 같은 순간
길을 따라 걷다 잠시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바람이 '휙' 불자, 은행잎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흩날리며 한바탕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햇살에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 모습은 마치 장엄한 황금빛 연주회를 보는 듯했죠. 제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노란 은행잎이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가을이 제게 '황금빛 추억'을 선물해주는 것 같았어요.

이 마법 같은 순간을 놓칠세라, 길 위의 모든 사람이 포토그래퍼가 됩니다. 연인들은 세상 다정한 포즈로 인생 샷을 남기고, 아이들은 낙엽을 던지며 웃음꽃을 피우고... 저 또한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답니다. (아마 제 카메라 메모리, 여기서 절반은 채웠을 거예요!)

은행나무 터널을 잠시 벗어나 곡교천 둔치 쪽으로 내려가 보니,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눈에 들어왔어요. 봄에는 이곳이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든다는데, 가을의 은행나무길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겠네요. 길 중간에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으니, 2.2km의 길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일 년을 기다려도 좋을, 잊지 못할 황금빛 추억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11월, 이 늦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그야말로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이 짧은 계절의 절정을, 가장 찬란한 순간에 방문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어요.
이제 이 황금빛 풍경은 다시 일 년을 꼬박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 마음속에, 그리고 제 카메라 속에 이토록 따뜻하고 찬란한 추억이 가득 담겼으니까요.
여러분도 더 늦기 전에, 이 가을이 완전히 떠나기 전에, 마법 같은 황금빛 터널 속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 장소: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502-3
○ 관람료: 무료
* 취재(방문)일 : 2025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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