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7일, 날씨는 조금 흐리고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이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 고찰 마곡사(麻谷寺)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대표 산사다.
계곡에는 잔잔한 정적이 깔려 있었고, 마곡천의 물소리가 산사의 새벽을 깨웠다.
가을의 끝자락, 단풍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었으며, 낙엽은 천천히 물 위로 흘러내렸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풍경은 오히려 더 깊고 차분했다.
첫 장면은 마곡천 계곡의 반영이었다.
안개가 걷히지 않은 계곡 위로 단풍이 비쳤고, 수면에는 붉은 숲이 뒤집힌 채 고요히 머물렀다.
가끔 떨어지는 낙엽이 잔물결을 만들며 반영을 흔들었고, 물소리와 안개의 결이 겹치며 아침의 정적은 더욱 깊어졌다.
드론을 천천히 띄워 부감샷으로 올리자 마곡천의 태극 모양 물길이 선명히 드러났다.
산과 물, 그리고 안개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를 건너면, 마곡사의 중심부 대광보전 앞마당이 펼쳐진다.
조선 후기 목조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광보전(보물 제801호) 앞에는
오층석탑이 단정히 서 있고, 그 주위에는 노란 국화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붉은 단풍과 노란 국화가 어우러져 흐린 날씨 속에서도 또렷한 대비를 이루었다.
국화 향이 은은히 퍼지고, 참배객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조용히 그 앞을 바라보았다.
새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며, 산사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오층석탑 촬영을 마친 뒤 드론은 극락교로 향했다.
마곡천 위로 놓인 다리는 “세속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건너가는 문”처럼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수면 위 반영과 단풍이 어우러져 거울 속 세상을 보는 듯했다.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단풍을 보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붉은 숲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겼다.
누군가는 물가에 서서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았고, 또 누군가는 붉은 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담기 위해 숨을 죽였다.
극락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영산전이 있고, 그 뒤편 언덕이 단풍 군락지다.
이곳은 마곡사의 가을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이었다.
붉은 단풍나무가 영산전의 지붕을 감싸며 언덕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드론이 천천히 상승하자 붉은 숲과 회색 기와선, 그리고 마곡천의 물길이 한 화면에 어우러졌다.
안개 속에서도 단풍의 색은 더욱 선명했고, 고요한 물소리와 어우러져 마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 풍경 속에서 시간은 멈춘 듯했고, 사찰 전체가 하나의 호흡처럼 느껴졌다.
이번 촬영은 마곡천의 반영으로 시작해 오층석탑의 국화 장식, 그리고 극락교와 영산전 뒤편 단풍 군락지로 이어졌다.
촬영을 마무리하며 나는 문득 ‘이 순간이 바로 가을의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드론이 하늘로 천천히 오르자 산사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소리와 국화 향, 단풍의 결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가을은 조용히, 그러나 완벽하게 완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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