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진산 '태조산'(420m)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각원사'가 있다. 각원사는 '청동좌불'인 '청동 아미타불상'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봄엔 눈부신 겹벚꽃이 우아한 자태로 맞아주고, 가을엔 단풍 물들어 가는 태조산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연화지와 무량공덕 계단(백팔번뇌 계단) 길 / 태조산 자락 길

▲ 연화지 / 무량공덕 계단
각원사에 오르는 길은 두 곳이다. 먼저, '연화지' 맞은편에 주차를 하고, 무량공덕 계단(백팔번뇌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203개의 계단을 올라서면 천동 아미타불 상을 바로 마주할 수 있어, 마치 피안의 세계에 이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 주차장은 도로 옆이어서 협소함) 또 다른 길은, 자동차를 타고 태조산 자락으로 올라가, '태조산루' 앞과 위쪽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경내를 둘러보는 것이다. 각원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겨 이용하는 길이다.

▲ 각원사 오르는 태조산 자락 길 / 주차장 한편에 있는 각원사 약수터 / '태조산루' 앞쪽 주차장
각원사 오르는 태조산 자락 길은 천안 팔경 중 한 곳이다.
천안은 독립기념관, 유관순 열사 사적지, 천안삼거리공원, 태조산 왕건 길과 각원사 청동 대좌불, 아라리오 조각광장, 성성 호수 공원, 광덕산, 국보 봉선홍경사갈기비(고려 현종 12년인 1021년 창건된 봉선홍경사 창건에 관한 기록이 담긴 비석) 등의 팔경이 유명하다. 천안(天安)은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이다.
*고려 태조 왕건은 이곳에 수도(개경)를 세우면 천하가 평안해진다는 풍수적 해석에 따라, ‘天安’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성종각
주차장 쪽 현판에는 '태조산루', 대웅보전 쪽 현판에는 '성종각'이라 쓰여 있는 건축물이다. 각원사 성종각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 판 등 불전 사물이 설치되었으며, 1990년 4월 낙성식을 했다. 329평 규모의 2층 누각으로 꽤 웅장해 보이는 건축물이다. 성종각은 다른 말로 종각, 범종각, 종루라고 한다.

▲ 태조산루 / 1층 '대웅보전' 지붕 1 미 /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 역광으로 찍힌 성종각 / 돌아 나올 때 성종각
태조산루 1층에는 대웅보전 지붕 1미와 2층 성종각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있다. (나무계단은 출입 금지)
대웅보전 지붕 1미는 경주 황룡사(신라시대 금당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세워졌음) 치미(전각, 문루 따위 전통 건물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장식 기와)를 청동으로 재현했다. 성종각 1층을 통해 돌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광장을 가운데 두고 정면으로 각원사 대웅보전이 보인다. 대웅보전 왼쪽 경해원, 오른쪽 관음전이 위치해 있다. 사찰 규모가 웅장해 보일 정도로 크고 탁 트여 있다. 우리나라 사찰 중 이 정도 규모의 대웅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원사 대웅보전
대웅(大雄)의 뜻은 위대한 영웅, 곧 석가모니 부처를 의미한다. 석가모니 부처를 봉안한 전각의 격을 높여 대웅보전이라고 한다.
각원사 대웅보전은 건평 200평, 주춧돌 34개, 목재 100여만 개가 투입된 외 9포, 내 20포의 전면 7칸, 측면 4간의 국내 목조 대웅전으로는 가장 큰 기념비적인 법당으로 건립되었다. 1996년 10월 15일 낙성식을 가졌다. 중앙 불단에 석가모니불을 중심에 두고 좌우로 대자대비 관세음보살과 대성자모 관세음보살을 협시보살로 봉안했다.

▲ 대웅보전 / 대웅보전 현판/ 대웅보전 삼존불 및 수미단 / 신중단
대웅보전 삼존불 및 수미단
대웅전 중심에 불상을 안치하고 있는 불단을 수미단이라고 한다. 이는 불교의 세계관에서 그 중심에 위치한 수미산 꼭대기에 석가모니불이 앉아 자비와 지혜의 빛을 발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 대웅보전 내부 / 대웅보전 삼존불 / 신중단 탱화
신중단 탱화
대웅보전을 위시한 사찰의 주된 전각에는 불보살의 탱화와 신중탱화가 모셔져 있다. 신중은 안으로 부처께 귀의하여 수행정진하고 밖으로는 불법 수호의 역할을 원력으로 삼고 있다. 형상은 무사나 역사의 모습이며, 얼굴 표정은 위엄에 차 있다. 몸체나 몸짓 또한 장엄하다. 각원사 신중탱화는 104위 신중탱화이다. 의식이나 법회 도중 신중단을 향해 서서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이는 부처를 호법하고 모시는 선신 등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대웅보전 풍경
대웅보전 처마 끝에 달려있는 작은 종에는 물고기 모양의 쇳조각을 달려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는 청아하다. 이날은 바람이 잔잔해서 풍경소리는 아주 짧게 가끔씩 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과 동영상으로 다시 보니 풍경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느낌이 든다.
관음전 / 경해원
관음전은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전각이다. 관음보살은 모든 환란을 구제하는 보살로, 물가사의 인연과 신력으로 중생의 안락과 이익을 돕는다. 각원사 관음전은 어린이 법회 및 합창단 연습, 종무소 등으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관음전 / 관음전 현판 / 경해원
경해원은 1999년 10월 개원, 현재 개산조경해법인 큰스님이 수행정진하는 곳이다. - '만물을 대하기를 맑은 거울과 같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되 넓은 바다와 같이 하라.'
각원사 천불전 / 산신 전
대웅보전에서 오른쪽으로 거의 일직선으로 놓인 천불전과 산신전이 보인다.
천불전은 천분의 부처를 모셔 놓은 전각이다. 천불을 모신 것은 다불(多佛) 사상으로 수행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나타낸 것이다. 각원사 천불전 주불 부처는 청정법신 비로자나 부처이며,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다.
*지권인(智拳印) : 불교 금강계 대일여래의 인상(印相). 왼손 집게손가락을 뻗치어 세우고 오른손으로 그 첫째 마디를 쥔다. 오른손은 불계를, 왼손은 중생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깊은 뜻을 나타낸다.

▲ 천불전 / 산신 전 / 산신 전 가람 수호신 / 왼쪽부터 대웅보존, 천불전, 산신 전
산신전에 모신 산신은 가람 수호신으로의 기능과 함께 산속 생활의 평온을 비는 외호신(外護神)이기도 하다. 산신 신앙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신앙이나, 불교 전래 이후 불교에서는 이들 산신을 호법선신으로 포옹하여 사찰 경내에 전각을 짓고 산신을 모시게 되었다.
칠성전은 대웅보존 왼쪽에 있다. 다시 웅장한 대웅보존 앞을 지나 칠성전으로 가는 길, 대웅보존 처마 사이로 청동대불의 뒤 모습이 가을 풍경과 함께 보인다. 봄엔 겹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던 곳이 이제는 가을빛 단풍 옷으로 곱게 갈아입었다.

▲ 대웅보전 처마 아래로 보이는 청동대불 / 대웅보전으로 오르던 2024년 4월, 청동대불
뒤돌아보니 칠성전, 대웅보존, 천불전, 산신전이 일렬로 나란히 위치해 있다. 태조산 자락에 나란히 놓인 각원사의 구조와 배치가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칠성전
칠성전은 우리 사찰 특유의 전각 중 하나이다. 칠성은 수명신의 구실과 함께 가람 수호신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칠성이란 북두칠성을 일컫는 말로 사찰에 칠성을 모시게 된 것은 중국의 도교사상이 불교와 융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칠성은 인간의 수명장수와 길흉화복을 맡고 있으며, 도교에서는 칠원성군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치성광여래불로 모시고 있다.

▲ 칠성전 / 칠성전에서 청동대불로 올라가는 돌계단 / 돌계단 중간 오른쪽으로 이어진 태조산 숲길 / 숲속 돌탑앞, 할아버지와 손녀
각원사 청동대불
청동대불은 칠성전에서 왼쪽 돌계단을 오르면, 그 웅장한 위용(높이 15m, 무게 15톤)을 드러낸다.
각원사에 모셔진 아미타 청동대불은 일체중생의 모든 고통을 건져내시는 분으로, 그의 얼굴에 머금은 인자한 미소는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에 저절로 평온을 안겨준다. 청동좌불상은 뒤태도 앞태 못지않게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길이 저절로 머문다. 묵직한 뒷모습에서도 인자함과 굳건함이 은근하게 배어난다.

▲ 왼쪽 건물, *설법전 / 청동대불 뒷모습 / 청동대불 정면과 오른쪽 모습
태조산 각원사에 모셔진 아미타 부처 청동대불은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1977년 5월 9일 봉안되었다.
아미타불은 한량없는 광명을 지니고 중생의 번뇌와 어둠을 밝히는 생멸이 없는 부처시며,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교주로 어떤 중생이라도 착한 일을 하고 아미타불을 지극정성으로 부르면 사방 극락의 아름다운 정토를 맞아 준다고 한다.
* 설법전 : 1978년 세워진 설법전은 참배객을 위한 안내 및 신도들을 위한 설법 장소

▲ 청동대불 / 남북통일 염원비
각원사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향을 들거나 합장을 하면서 청동불상 주위를 돈다. 청동대불 주위를 따라 원을 그리며 왼쪽으로 돌며, 나직이 '나무아미타불'의 이름을 부른다. 이렇게 청동대불 주위를 3번씩을 돌면서 기도(참배) 하는 모습을 보니, 속세의 갈등을 내려놓은 듯 모두 편안해 보였다.
청동불상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108 번뇌를 소멸한다는 무량공덕 계단과 이지만, '태조산루(성종각)' 왼쪽 주차장(반야원 옆)을 이용한 상태이다 보니, 다시 올라온 길을 따라 내려간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사찰로 들어설 때 바라만 보고 지나쳤던 개산기념관이 가까이 있다.
개산기념관 / 나한전
개산기념관은 태조산에 각원사를 창건했음을 기념한 건축물이며, '개산(開山)'이란 산을 열었다는 말로, 절을 지어 부처의 말씀으로 산을 열었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각원사 창건주 경해법인 큰 스님의 여러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11월 1일(토)엔 개산기념관 문이 닫혀 있었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영산전도 유리로 된 덧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 보진 않았다.

▲ 개산기념관 / 나한전
나한전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유리 덧문을 살짝 열어, 잠시 내부를 살펴본다.
나한전은 부처님의 제자인 나한(아라한)을 모신 법당으로, 응진전이라고도 한다. 나한은 아라한의 약칭이며, 공양을 받을 자격과 진리로 이끌 능력을 갖춘 성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나한전은 16 나한을 모신 전각이다.
각원사 무량공덕 계단
자동차를 타고 태조산 자락 길을 내려와, 연화지 맞은편에 있는 무량공덕 계단을 올랐다.
중생의 108 번뇌를 소멸한다는 깊은 뜻이 담긴 108 계단,
아미타불 부처의 48원을 상징하는 48 계단,
관세음보살 32 응신(應身)을 뜻하는 32 계단,
12인연법(因緣法)을 상징하는 12 계단,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를 의미하는 3 계단까지, 무량공덕 계단은 모두 203 계단이다.
무량공덕 203 계단을 오르면, 태조산 영봉에 모셔진 웅장한 청동대불을 마주하게 되니, 얼마나 멋진 발상으로 연결 지어진 계단 길과 청동대불상인가!
무량공덕 계단 오르기
시작은 108 번뇌 계단부터 끝은 녹기삼보 계단(祿起 三寶階段), 무량공덕 계단(無量功德階段)까지

▲ 백팔번뇌 계단 / 108 계단 중간과 48 계단 부분 / 마지막, 녹기삼보 계단 - 무량공덕 203 계단 올라가기 끝!
무량공덕 계단 위, 각원사 청동대불
무량공덕 계단을 위에서 다시 만나는 각원사 청동대불의 웅장한 자태! 가을빛에 물들고 있는 태조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청동대불을 감싸고 있는 형상은 곱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무량공덕 계단을 통해 청동좌불을 만나는 중생들은 어지러운 번뇌도 떨쳐내고, 두 다리도 더 단단해진다. 203개의 계단을 올라와, 다시 청동대불을 마주하니, 이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 무량공덕 계단 위에 조성된 작은 동산 / 청동대불 / 청동대불에서 무량공덕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목
무량공덕 계단 위로 올라서서 청동대불을 바라보니, 태조산에 깃든 가을빛이 곱다. 문득 작년 봄 4월에 찾았던 태조산 각원사 겹벚꽃 풍경이 눈에 선하다.

▲ 태조산 각원사의 봄 풍경(2024년 4월 촬영) / 가을이 깊어가는 태조산과 청동대불
'청동 아미타불상'을 둘러싼 태조산 봉우리 형상은 마치 연꽃잎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태조산 주봉을 뒤로하고 서쪽을 내려다보는 청동 아미타불의 인자한 미소는 가득 드리운 가을빛으로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태조산은 유량천, 산방천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으며, 고려 태조 왕건이 이곳을 중심으로 군사를 양병했다는 내력이 있어 '태조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무량공덕 계단 내려가기
당연히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훨씬 수월하다. 자연스럽게 주위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까지 생기는데, 해는 천천히 서산으로 기울어간다. 태조산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가을빛과 단풍, 뒹구는 낙엽까지 귀하게 느껴진다. 헛되이 살다 가는 생명체는 세상에 없다. 다들 제 분수에 맞는 방식으로 생을 누리고, 변화를 맞고, 종내 떠나는 과정이 귀하지 않을 수 없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간다. 가을이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의미가 더 진하게 와닿는다. 생명체는 유한한 삶을 살다가 진다.

▲ 무량공덕 계단으로 향하는 완만한 내리막길/ 무량공덕 203 계단 중 일부
연곡지 풍경
연곡지 위로도 노을빛이 천천히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석양이 보내는 긴 그림자는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움은 여백으로 남겨 두지만, 어쩌다 채우지 못한 공백이 허전해 헛된 꿈을 그렸다가 지우니, 그 얼룩이 흔적으로 남는다.
찬란한 태양은 먹구름 속에서도, 눈보라 위에서도 매일 뜨고 진다. 아이들은 아침햇살처럼 빛나고, 어떤 사람은 나이를 먹고, 세월을 쌓아간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노을빛처럼 온화하게 빛난다. 지는 해, 노을빛, 바람에 흔들리는 연곡지 잔물결도 시간을 감싸 안는다.
오늘은 점점 인자해지던 큰 바위 얼굴이 되어,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바라본다.

▲ 노을빛에 물드는 연곡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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