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말 백제 최후의 왕도 부여를 찾았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 부여에는 가볼만한 곳이 참 많습니다. 부여군에서는 이중에서 부여 10경을 선정하여 부여를 찾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1경 부소산 낙화암, 2경 정림사지오층석탑, 3경 궁남지사계, 4경 부여왕릉원, 5경 천장대 백제보, 6경 백마강 수상관광, 7경 백제문화단지, 8경 만수산 무량사, 9경 서동요 테마파크, 10경 성흥산 사랑나무
충남도민리포터를 수년간 하면서 대부분 가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 1경인 부소산 낙화암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 몇 번 와 보았지만, 코스가 많아서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요.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코스를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2025년 10월 30일(목), 평일이라서 그런지 부소산성 주차장은 비교적 주차 공간이 넉넉하였습니다. 대신 관광버스들이 가을 소풍을 온 학생들과 단체 손님들을 풀어 놓아서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매표소가 있는 부소산문 입구에는 형형색색 국화의 물결이 파도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황홀하여 한참을 들여다 보았지요.

부소산문 앞은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이곳에서 문화재관람료 매표를 하고 부소산으로 들어갑니다.
-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1,000원
경로 우대가 있어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부소산문 담장 아래에는 구절초가 소복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다소 철은 지났지만 아름다운 자태는 잃지 않고 있어서 돌담장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소산성을 지나면 낙화암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가 나옵니다. 보통은 가까운 코스(1.2km)인 부소산성 광장 코스를 선택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도는 (2.2km) 삼충사 방면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 사비성 코스 안내도 - 출처 : 안내 팸플릿 스캔 편집
이 길은 처음 가보는 생소한 코스입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향하여 삼충사를 거쳐 영일루, 군창지 등을 거치고, 반월루 갈림길에서 시계방향 코스와 만나서 낙화암과 고란사까지 진행한 후 되돌아 올 때는 관북리유적지와 부여객사를 거쳐 부소산문으로 돌아옵니다.

11월 중순이 지나야 단풍이 절정에 이르겠지만, 참나무 종류는 이미 단풍이 들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구절초도 피어서 가을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삼충사는 백제의 충신이었던, 성충, 흥수, 계백을 기리기 위해 지은 사당입니다.
성충은 백제 의자왕 때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힘쓰다 옥중에서 단식하다 죽은 충신입니다.
흥수는 나당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싸우려 했으나 귀족들의 반대로 지키지 못한 충신입니다.
계백은 5천의 결사대로 신라 김유신의 5만 대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백제의 명장입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부소산을 감싸고 있는 테뫼식 산성길을 만나게 됩니다.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도성의 중심 산성으로 면적이 746202㎡, 성의 둘레가 2200m에 이릅니다. 성은 표고 106m의 부소산의 정상 중심으로 이중으로 쌓아 테뫼식과 포곡식이 함께 사용된 형식입니다.
* 테뫼식 - 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두른 듯이 쌓은 형식
* 포곡식 - 계곡을 포함하여 산줄기의 능선을 따라 구축한 형식

부소산성의 동쪽에는 조선시대에 건립한 영일루가 있습니다. 백제시대 이곳에는 영일대가 있어 임금이 이곳에 나와 해를 맞이하며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가 크게 자라고 숲이 우거져 멋진 일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부소산성은 사비시기 왕궁인 관북리 유적의 뒤편에 자리한 성으로 평소에는 왕궁의 후원 역할을 하다가 전투가 벌어졌을 때에는 방어성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백제의 명문 토기와 기와, 중국의 자기 등이 출토되어 백제 사비시대의 찬란한 문화와 국제교류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백제 왕도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창지와 수혈주거지를 지나면서 길은 다시 부소산문 쪽을 향해 한참 내려옵니다. 그리고 사거리에서 반월루를 만나게 됩니다. 옛날에는 부소산 내 서남쪽 언덕 위에 수루망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없어지고 그 자리에 1972년에 반월루를 건립하였습니다. 이 누정에서는 부여 시내와 백마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백마강이 흐르는 모습이 마치 반달과 같다고 하여 ‘반월루’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군요.
반월루 사거리는 입구인 부소산문으로 내려가는 길, 삼천궁녀를 모신 궁녀사, 낙화암으로 가는 길로 나뉩니다.

반월루에서 부소산의 정상에 건립된 사자루를 거쳐 잠시 내리막길을 걸으면 목적지인 낙화암에 이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길은 무척 좁고 불편했는데, 넓고 안전하게 조성해 놓아서 걷기 좋았습니다.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사비성이 점령당하자 의자왕의 후궁과 삼천명의 궁녀들이 이곳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위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화정(百花亭)은 궁녀들의 원혼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에 지은 정자입니다.
하지만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떨어졌다는 것은 점령자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가짜뉴스라고 합니다. 의자왕은 실제로 신라를 공격해 30여 성을 빼앗을 정도로 활발한 정복 사업을 하였으며 해동증자라 불릴 정도로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왕이었습니다.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거느릴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은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황포돛단배가 낙화암 아래로 지나갑니다. 백마강(부여를 가로지르는 금강의 일부 )의 구드레나루터에서는 부소산성 낙화암과 고란사를 왕복하는 유람선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수륙양용버스를 타고 시티투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낙화암에서 유람선을 타려면 고란사를 거쳐 나루터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고란사에 대규모 증축 공사가 진행중이로군요. 고란사(皐蘭寺)는 부소산성 북쪽의 백마강 연변에 있습니다. 법당 뒤의 암벽에 자생하는 ‘고란초’에서 이름이 유래하였습니다. 암벽 아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한 번 마시면 3년이 젊어져서 백제의 임금도 매일 마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고란초의 모습은 보기 힘들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아 있군요.

고란초 대신에 배풍등의 아름다운 열매가 약수터의 지붕을 덮고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이렇게 담아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고란사 영종도 쳐 본 후 부소산문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부소산 서문에 이르면 잔디밭으로 조성된 넓은 평지가 나옵니다. 이곳이 백제 사비시대의 왕궁이 있었던 관북리유적입니다. 관북리유적은 30년 넘게 발굴 조사를 벌인 결과, 대형 건물지를 비롯한 왕궁의 주요 시설들과 정교하게 쌓은 토성이 확인되면서 백제의 왕성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북리유적에서는 대형 건물지, 대형 목곽 수조, 지하 저장 시설, 연못, 도로 유구 등 왕궁과 관련된 시설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사각형 모양의 작은 연못에는 철이 지난 연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근에 부여현 관아가 보이는군요.

죽은 나무가 부여의 긴 역사를 말해 주는 듯 부여현 관아 옆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백제시대의 주춧돌과 기단석을 사용하여 지었으며, 정원에는 백제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석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부소산성 길은 울창한 숲과 천 오백년을 간직한 유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산책하며 역사를 공부하기 참 좋은 길입니다. 얼마 있지 않아 단풍이 곱게 물들면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입니다. 삼천궁녀의 전설이 얽힌 낙화암과 천년고찰 고란사, 황포돛배가 다니는 백마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부여 부소산성으로 초대합니다.
<부소산성>
○ 주소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
○ 전화 : 041-830-2884
○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1,000원
○ 홈페이지 : http://www.buyeo.go.kr/html/heritage/
* 방문한 날짜 2025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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