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흥저수지와 반영된 풍경
천안시 성거읍의 조용한 마을, 천흥리에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고려시대의 유적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하늘이 흥하는 곳’이라 불리던 이곳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대규모 사찰 천흥사가 있던 터로, 지금은 그 흔적을 따라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 천흥사지

▲ 천흥사지
천흥사지 – 고려 왕실의 숨결이 남아 있는 사찰터
천흥사지는 네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대형 건물터와 다양한 유물이 확인된 곳입니다.
특히 4차 발굴에서는 길이 84m에 달하는 대형 건물지가 드러나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려 왕실의 사찰로 추정되는 이곳은 당시 불교의 중심지로서 상당한 위상을 지녔음을 보여줍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단정히 다져진 넓은 터와 남아 있는 석재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전에는 잡초로 덮인 노지였는데, 발굴된 현재의 모습은 잘 정리된 모습 덕분에 당시의 건축 규모와 구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천흥사지 오층석탑

▲ 천흥사지 오층석탑 위치

▲ 천흥사지 오층석탑
천흥사지 오층석탑 – 고려 석탑의 표준이라 불리는 걸작
천흥사지 중심부에는 천흥사지 오층석탑(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높이 약 5.5m의 석탑은 2층 기단 위에 다섯 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쌓아올린 전형적인 고려 초기의 양식을 보여줍니다.
탑의 비례감은 매우 뛰어나며, 전체적으로 날씬하면서도 웅장한 인상을 줍니다. 석재의 다듬음이 정교하고 균형 잡힌 비율이 특히 아름다워, 고려시대 석탑의 기준이 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금당으로 추정되는 건물지들이 함께 남아 있어 당시 사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탑이 특별한 이유는, 마을 길가 한쪽에 조용히 서 있어 누구나 쉽게 다가가 고려의 유산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별한 입장료나 절차 없이, 일상 속에서 천년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 천흥사지 당간지주 위치한 작은 골목길

▲ 천흥사지 당간지주 위치한 작은 골목길

▲ 천흥사지 당간지주

▲ 천흥사지 당간지주

▲ 천흥사지 당간지주
천흥사지 당간지주 – 천년 전 깃발을 받쳐 들던 석조 유물
오층석탑에서 도보로 약 3분 정도, 냇가를 하나 건너면 언덕 위에 천흥사지 당간지주(충청남도 유형문화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간지주는 절의 입구에 세워 깃발을 달던 기둥을 지탱하던 석조 구조물입니다. 천흥사지 당간지주는 전체적인 양식에서 통일신라의 형식을 따르지만, 세부 기법에서는 퇴화된 요소가 보여 고려시대 초의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천흥사터에서 출토된 천흥사동종의 명문에 ‘현종 원년(1010)’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를 통해 이 당간지주 역시 천흥사 창건 당시 함께 세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의 골목에서 천년의 역사를 마주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단정히 서 있는 두 개의 돌기둥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바람과 비를 맞으며 고려의 시간을 지켜온 그 모습은 한없이 묵직했습니다.

▲ 천흥저수지 수변데크길

▲ 천흥저수지 수변데크길 세로

▲ 천흥저수지 수변데크길

▲ 성거산과 천흥저수지 수변데크길

▲ 수변데크 성거산 방향 쉼터

▲ 수변데크 성거산 방향 쉼터

▲ 수변데크 성거산 방향 쉼터 포토존
천흥저수지 데크길 – 고려의 숨결에서 자연의 힐링으로
천흥사지에서 조금만 걸으면 잔잔한 물결을 머금은 천흥저수지가 펼쳐집니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수변데크길은 천흥리를 대표하는 산책코스로, 한 바퀴 도는 데 약 한 시간이 걸립니다.
맑은 날이면 물 위로 반사된 하늘빛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가을의 황금빛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저수지 위로 부드럽게 떨어집니다. 최근에는 중간중간 쉼터와 포토존, 벤치, 정자 등이 새로 만들어져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힐링 공간이 되었습니다.
걷다 보면 물결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도시의 번잡함이 잊힐 만큼 고요합니다. 천흥사지에서 느꼈던 역사의 무게가, 이곳에서는 자연의 평온함으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 성거산 천흥계곡

▲ 성거산 천흥계곡

▲ 성거산 천흥계곡

▲ 성거산 천흥계곡
성거산 등산로 – 천흥계곡의 물소리 따라 오르다
데크길의 끝자락에서는 성거산 등산로로 이어집니다. 초입은 완만하지만, 이내 오르막이 시작되며 숨이 차오릅니다. 그러나 곧 들려오는 천흥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귀를 시원하게 식혀줍니다.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이끼 낀 돌들이 만들어내는 초록빛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산길을 오르며 들이마시는 공기는 차갑고 맑았고, 머릿속의 잡념이 하나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만일사

▲ 만일사 구절초

▲ 만일사 오층석탑

▲ 만일사 마애불

▲ 만일사 법당

▲ 만일사 이끼 사이에 피어난 구절초
만일사 – 구절초와 이끼가 어우러진 고요한 절
성거산 중턱, 오르막 끝에 다다르면 작은 절 만일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가을이면 구절초가 피어나는 명소로 유명합니다.
이미 절정은 지났지만, 운 좋게 몇 송이 남은 구절초가 이끼 낀 바위 위에서 하얗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만일사는 규모는 작지만, 만일사 법당, 만일사 마애불, 오층석탑, 금동보살입상 등 귀중한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입니다.
절 주변으로는 짙은 이끼가 낀 바위와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고요함을 전해줍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만일사 법당입니다.
오래된 목재와 기와가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안고 있으며, 법당 안에는 단정한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향 냄새와 함께 스며드는 은은한 종소리가 참 고요합니다.
법당을 지나면 바위면에 새겨진 만일사 마애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 불상이 나란히 새겨진 모습인데, 마모된 선 안에서도 자비로운 미소가 느껴집니다.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의 불교 신앙과 조각기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천흥사지의 석탑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단아하고 안정된 비례미를 지녀 이 산사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탑 주변에는 이끼가 가득한 바위와 솔잎이 떨어져, 자연 속에 녹아든 불탑의 고요함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절 안쪽에는 금동보살입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섬세하게 표현된 보관(寶冠)과 유려한 옷자락의 선은 고려시대 불상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이 불상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전해집니다.
가을철 만일사는 구절초가 피어나는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절을 감싸는 산비탈마다 하얗게 핀 구절초가 마치 구름처럼 흩날리며 향긋한 냄새를 풍깁니다. 비록 지금은 절정이 지나 몇 송이만 남았지만, 이끼 낀 돌담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꽃송이 하나하나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만일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조용한 아름다움이 오래 남는 곳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고,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함께 녹아 있는 산사이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 성거산과 천흥저수지

▲ 성거산과 천흥저수지

▲ 천흥저수지 풍경
천흥리, 고려와 자연이 만나는 길 이렇게 천흥사지의 오층석탑과 당간지주에서 시작해, 천흥저수지의 데크길을 따라 성거산 만일사까지 걸어보니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고려의 숨결과 자연의 힐링이 함께 어우러진 길이었습니다.
천안 성거읍 천흥리는 역사와 풍경이 함께 숨 쉬는 마을입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문화유적 탐방지로,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산책 코스로, 누구에게나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 줄 장소입니다.
가을 끝자락,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천흥리의 길을 따라 걸어보세요. 천년의 시간과 오늘의 자연이 만나, 마음 깊숙이 잔잔한 울림을 남겨줄 것입니다.
천안 천흥사지(오층석탑, 당간지주) , 수변데크길
○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2-2
○ 관람시간: 상시개방
* 정확한 주소지가 없지만 방문하면 작은 동네라 한눈에 보입니다.
네비에 천흥사지 오층석탑을 찍고 가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자차를 이용하신다면 천흥사지 오층석탑 쪽에 노지 주차를 하신 후 계단으로 올라가 뚝방길을 다라 수변데크로 산책하시면서 성거산에서 빠져나온 후 만일사로 등산 하시면 됩니다.
천안 만일사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4길 503
*관광지가 아닌 사찰이므로 정숙해야 합니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사찰 앞에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 촬영일: 2025년 10월 24일
#천흥사지,
#천안여행,
#성거산,
#만일사,
#역사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