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강습 및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송솔 강사.
도심 한복판에서도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최근 클라이밍은 실내 암벽장의 확산, SNS를 통한 참여 문화, 그리고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등의 영향으로 대표적인 도심형 여가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당진도 누구나 손쉽게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당진종합운동장 스포츠클라이밍센터는 리모델링을 마친 실내 볼더링장과 체육시설 외벽을 활용한 실외 인공 암벽장을 갖추고 있다.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오토빌레이(Auto Belay) 시스템을 도입해 혼자서도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홀드에 불빛이 켜지는 킬터보드(Kilter Board)도 설치돼 있어 자신에게 맞는 루트를 설정하며 훈련할 수 있다. 주간 1000원, 야간 1500원의 저렴한 이용료 덕분에 접근성도 높다.
송솔 강사가 실외 인공 암벽장에서 리드 클라이밍을 시연하고 있다.
오토빌레이 구간을 등반 중인 이민정 씨에게 자세를 지도하는 송솔 강사.
고산초 이연재(10) 양이 오토빌레이를 이용해 암벽을 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스포츠클라이밍센터는 열기로 가득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이 땀을 흘리며 벽을 오르고 있었고, 손끝의 힘만으로 몸을 지탱하며 가로세로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오토빌레이 구간에서는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며 등반하던 이연재 어린이(고산초 3학년)가 “올라가는 것도 재밌지만 떨어지는 게 제일 재밌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민정 씨(20대)는 “두려움을 마주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게 이 운동의 매력”이라며 “당진에서 클라이밍장을 검색해보니 여기가 유일하더라. 시설이 좋고 강사님들이 친절해서 계속 오게 된다. 1000원으로 이런 운동을 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진 스포츠클라이밍센터가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운영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송솔 강사의 열정이 있다.
등반 중인 참가자의 빌레이를 잡으며 안전을 지도하는 송솔 강사.
리드 클라이밍 등반 전 참가자의 로프 매듭을 점검하는 송솔 강사.
이민정 씨와 송솔 강사.
현재 이곳에서 강습과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그녀는 방문객들의 안전벨트와 매듭을 일일이 확인하고, 등반이 시작되면 자세와 속도를 세심히 살핀다. 꼼꼼한 지도 덕분에 초보자들도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신 있게 첫 홀드를 잡을 수 있다. 송 강사가 처음 암벽을 잡은 것은 30대 후반이었다. 건강을 위해 찾은 설악산에서 우연히 만난 한 클라이머의 권유로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실내 암벽장에서 홀드를 처음 잡던 순간을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던 때”로 기억했다. 이후 아이스툴과 크램폰을 이용해 인공 구조물을 오르는 드라이툴링(Dry Tooling) 종목에 도전하며 꾸준히 실력을 쌓았다.
송솔 강사는 “첫 홀드를 잡았던 순간 완등의 성취감이 정말 컸다. 드라이툴링은 위험하지만 잘할수록 사고가 없는 운동”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온몸을 집중시키는 그 감각이 너무 짜릿했다. 꾸준한 훈련 끝에 2년 만에 대회에서 포디움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대회에도 참가하며 경험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당진종합운동장 스포츠클라이밍센터 내 설치된 킬터보드.
한때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지닌 클라이머였던 송 강사는 이제 경쟁보다 교육의 가치를 더 크게 느낀다. 후배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클라이밍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송 강사는 “클라이밍은 단순한 체력운동이 아니라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종합적인 운동”이라며 “어느 손을 쓸지, 어느 발을 디딜지 끊임없이 계산해야 하기에 두뇌까지 단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운동”이라며 “몸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당진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가 클라이밍과 잘 어울린다”며 “서울은 붐비고 시끄럽지만, 당진은 암벽장 주변이 탁 트여 있어 몰입하기 좋고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당진에서도 클라이밍이 더욱 활발히 자리 잡길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