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도 빛 받은 쪽은 가늘게, 어두운 쪽은 굵게 가야 해요. 그림자를 확실히 표현해줘야 나무가 안정감을 얻지요. 잘 만들어 놓고도 강약을 놓치면 그림이 불안합니다.”
우드버닝 작가인 최장덕(81) 씨가 나무판 위에 뜨겁게 달궈진 인두를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손길은 단순한 태움이 아니라, 나무결 속에서 살아나는 생명을 불러내는 작업이었다.
공예 아닌 예술, ‘인두화’의 길
우드버닝은 불로 나무를 그을려 그림을 새 기는 기법이다. 오래도록 ‘공예’의 범주에 머물 러 있었지만, 최 씨는 이를 “공예가 아닌 하나 의 예술”이라 단언한다.
“수채화는 물감으로, 유화는 유화 물감으로 그리듯, 우드버닝 펜으로 그리면 그건 미술작 품이지 공예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인두화’ 라고 부르죠.”
그는 70대 초반에 고향으로 돌아와 평생의 꿈이었던 그림을 배우다 우연히 우드버닝을 접 했다. 지난 2021년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그는 혼자 길을 개척했다. 배울 데가 없으니 스스로 실험하고 연구했고, 그 결과 누구도 가보 지 않은 ‘예술로서의 우드버닝’의 길을 걸어가게 됐다.
“해외전시 기회 얻어”
최장덕 씨는 “나 혼자 잘났다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며 “남이 인정해 줘야 진짜”라고 말 한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들고 전국의 공모전에 도전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창작미술대전에 출품해 삼체상을 수상했고, 중앙일보사가 주최한 블라인드 심사 공모전에서는 경력과 이름을 모두 가린 채, 오직 작품으로만 평가받아 파리 전시작품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오는 10월, 그의 작품은 안산문예의 전당을 거쳐 파리 무대에 오른다.
“입선만 해도 인정받는 거지요. 해외에서 전 시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입니다.”
그는 이미 KBS 소소공방과 서울 STN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해 ‘우드버닝의 세계’를 알렸다. 각종 전시회 초청과 수상 경력은 이제 그의 이름을 빼놓고는 우드버닝을 이야기하기 어려 울 만큼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제자들과 함께 키워낸 불씨
하지만 최 씨가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제자들의 성과에서 나온다.
최장덕 씨는 “작년에 인천 서각협회 초청전 에 수강생들이 출품했는데 심사위원들이 깜짝 놀랐다”며 “제자들이 성장하는 게 제일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현재 그의 수강생은 당진을 넘어 평택, 의정부, 고양 등지에서도 찾아오고 있다. 주민자치회, 복지관, 청소년문화의집에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그의 지도를 받으며 나무 위에 자신 만의 이야기를 새긴다.
우드버닝의 본거지를 꿈꾸다
최 씨의 또 다른 바람은 ‘당진’을 우드버닝의 본거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현재 가칭 한국 우드버닝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단순한 동호회를 넘어,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증 제도, 전국 단위 전시와 공모전을 운영하는 전문 연 구기관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이다.
그는 “앞으로 제대로 된 우드버닝을 보려면 당진에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싶다” 며 “당진이 한국 우드버닝의 중심지라는 걸 인정받는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자체와 예술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북부사회복지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현재는 자신의 집을 개조한 공방에서 수업과 전시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 고.
“사무실도, 전시실도 없어요. 처음 시작할 때 북부사회복지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우드버닝을 알리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벌써 내 나이가 81세입니다. 명맥을 이어가려면 후배양성이 시급합니다. 당진시가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 주길 부탁드립니다. 언젠가는 당진에 우드버닝 전문 연구소가 세워지고, 전국의 사람들이 배 우러 오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나무에 남긴 흔적처럼
우드버닝은 한 번 태우면 지울 수 없다. 그래 서 더 섬세해야 하고, 더 신중해야 한다. 나무에 새겨진 불빛 같은 흔적은 결국 작품으로 남는 다.
최장덕 씨의 삶도 그렇다. 여든을 넘긴 나이 에도 그는 나무를 태우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 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살아난 그림처럼, 우드 버닝이라는 장르도 이제는 하나의 ‘예술’로 한 국 미술계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제 소망은 단 하나입니다. 당진에서 시작된 우드버닝이 제대로 뿌리내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로 남는 것. 그 길을 후배들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고 싶습니다.”
>> 최장덕 우드버닝 작가는?
2021년
•우드버닝 2급 자격 취득
•당진 대호지면·북부사회복지관 등 첫 강의 시작 2022년
•우드버닝 1급 자격 취득
•제9회 당진문화예술제 전시 참여
•당진 북부사회복지관 전시회 개최
2023년
•우드버닝 사범 지도사 자격 취득
•KBS 소소공방 출연 (20분 단독 방송)
•송남도청미술관 단독전 개최
2024년
•전국공모전 초대작가·심사 활동
•한국서화협회 회원 활동 시작
•개인 전시실 운영, 평생학습 전시
2025년
•7월 :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삼체상’ 수상
•9월 : 중앙일보사 공모전 ‘파리 전시작품’ 선정
•9월 : 서울 STN 유튜브 방송 출연
•10월 : 안산문예의전당 전시, 파리 초청 예정
•11월 : 한국서화협회 미술대전 출품(예정)
•현재 : 가칭 ‘한국우드버닝연구소’ 설립 추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