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문화예술촌 입주작가 9기 남기승 작가의 '소멸과 부활의 역설적 서사 검은창_붕괴' 작품세계로>

아침에 많은 비가 내렸다. 순식간에 운동화가 몽땅 젖을 정도로...
하늘엔 마치 하늘에 쏟아 놓은 우유가 엉겨 붙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 놓은 것처럼
하늘은 하늘색의 숨 구멍조차 없이 엉겨 붙은 구름만 쟂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간간히 내리는 비와 함께 간 곳은 공주문화예술촌 입주작가 남기승 전시회였다.
하늘의 잿빛이 이곳에도 가득했다.
<소멸과 부활의 역설적 서사 검은 창_붕괴>
8. <조용히 피어난 나의 반구>. 2024. 53*45.5cm. 비단에 먹, 채색
제목에서 잠시 심호흡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한 눈에 들어 온 많은 작품들을 잔상에서 지우고
조용히 가장 편하게 서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작품에 섰다.
그러자 서서히 작품이 보였다.
8번의 작품은 늘 보아 왔던 작품처럼 느껴졌다.
우주 가운데에 있는 또 하나의 행성에 서 있는 모습의 발이 마치 누군가를 연상하게 되었고
그 연상에 평온함을 느껴 차례로 작가의 순서대로 돌아보았다.

1. <붕괴의 해안> 2025. 비단에 먹, 채색. 400*165cm
무엇일까?
한꺼번에 작품을 감상하기엔 너무 많은 의제들이 숨어 있다.
5폭의 작품을 반원으로 세워 놓아 마치 병풍처럼 감싸는 듯도 하였고
지금 서 있는 그곳에서 더 이상 앞으로 오지 말라는 암시 같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강열함에 멈칫했다.
누군가는 싸우고 있고, 누군가는 싸워 이겼고, 누군가는 죽었다.
상처와 죽음 곁에는 검은 독수리가 내려 앉고
죽은 자의 '영혼'이 '검은 원'으로 심장 밖으로 나와 있다.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설이 있는...
황량한 바다 위의 중앙에 흰 반구에 서 있는 그는 누구를 나타낸 것일까?
흔히 알고 있는 J 일까?
어쩌면 작가 자신이기도 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커다란 바위를 등에 올려진 채 서지도 못하는 한 인간의 처절함!
등에 바위를 짊어진 채 어디론가 향하는 인간의 모습은
마치 시지프스의 반복되는 운명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우리 모두를 겨냥한 것은 아닐까?
검은 원의 상징 [영혼-작가의 의도]

2. <검은 허공에 드러 난 몸>. 2025. 비단에 먹, 채색. 162.2*130.3cm
죽었다!
한 인간이 죽어 공중에 손은 벌린 채 발끝으로 서 있다.
예리한 창에 찔린 곳은 심장이고 그 심장에서 '검은 원'의 '영혼'이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에 있지만
그의 형체는 마치 살아 있는 모습이다.
검은 배경은 죽음을 나타내지만 벗겨진 육체의 살빛은 살아 있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교차점은
죽음의 순간이 곧 부활의 의미로 다가오면서
죽음이 곧 새로움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삶의 실패와 좌절 속에서
인생의 한 기로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은 새롭게 다져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과거의 나를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옛 것의 습성과 현재 다짐과의 충돌이다.
결국 옛 것의 습성을 죽이는 것부터의 시작이 새로움의 출발이 아닐까?

3. <물결 위의 침묵>. 2025. 비단에 먹, 채색. 130.3*162.2cm
바닷가 한 인간이 적나라하게 누워있다.
이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물 속에 잠긴 손과 발의 모습이 선명하다.
검은 파도와 흰 파도 사이에 걸쳐있는 인간은
오직 자신만이 피할 수 없는 자신의 문제에 마주해야만 함을 상징하고 있 것 같은데...

4. <검은 구체의 증언> 2025. 비단에 먹, 채색. 130.3*162.2cm
창이 가슴을 꿰뚫었으나 몸은 뒤로 젖혀져 넘어가는 순간에 있고
아직 인간의 육체는 살빛으로 선명한데
'영혼'을 상징하는 '검은 원'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물 위에 떠있고, 반은 하늘의 공간을 의미한다면
살아있음과 죽어가는 경계에 머문 순간이 아닐까!
이것은 과거의 나에게서 미래의 나로 나아가려는 강렬한 의지 속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데...

5. <폭>. 2025. 비단에 먹, 채색, 30.3*45.5cm
5개의 작품이 세로로 걸려있다.
제목이 '폭'인데 이 '폭'이 한자로 '터질 폭'이다.
나의 '영혼'이 나의 모든 불합리한 것들과 충돌하고
우리가 속해 있는 모든 이들의 영혼과 충돌하면서
분노하고, 깨지고, 부서지고, 소멸하는 이 모든 것을 반복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아닐까!

6. <구상도>. 2025. 비단에 먹, 채색. 20*40cm 9EA
'구상도'는 일본 불교에서 야외에 놓여진 시신이 썩어가는 경과를 9단계로 나누어 그린 불교회화이다. [발췌: 위키백과]

6_1. <종무> 무장의 끝, 검은 창을 내려 놓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 놓는 순간 인간은 모든 일에서 손을 놓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살아있는 인간 모두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이다.
그렇다.
나를 향해 겨누던 그 창을 자의든, 타의든 내려 놓게 되는 순간이다.

6_2. <초열> 균열의 시작, 자아의 금이 가는 첫 틈
자연 상태의 인간은 일정 시간이 지나가면 붕괴의 과정 안에서 부패하기 시작한다. 즉 육체의 첫 균열의 시작이다.

6_3. <붕신> 신체가 무너지고 해체되는 과정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 자연 상태로 돌아감의 시작이다.

6_4. <부식> 죽음으로 인한 육체의 부패
인간의 육신이 부패되며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형태(?) '영혼' '검은 원' 구체가 육신에서 빠져나온다.

6_5. <산형> 흩어져 사라지는 형상
한 인간에게서 완전히 빠져 나온 한 '영혼' '검은 원' 구체는
육체를 벗어나 한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 '영혼' '검은 원'의 구체로
인간은 자연의 일부지만 존엄한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6_6 <서시> 동물이 죽음을 양분을 얻음
인간의 육신은 흩어지고 '영혼' '검은 원'은 땅으로 스며 들어 간다.
사라지지 않은 채.

6_7 <잔골> 남은 뼈. 해골로 드러 난 흔적
인간의 육체에 붙어 있던 살점들은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썩어 분해 되고 소멸되지만
'영혼' '검은 원'의 자리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돋아난다.

6_8. <종혼> 씨앗의 흔적. 새로운 생명의 징후
점점 인간의 뼈도 사라져 대지의 한 부분이 되고
새로운 생명이 생성되고 소멸 되기를 무한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6_9. <재식> 다시 불어 넣어지는 숨결
그리고 생명은 죽음에서 다시 생명으로 이어지고 부활한다.
이것이 삶과 죽음의 순환이다.

7. <일핵> <이핵> <삼핵>

7_1 <일핵>
'영혼'이 인간의 근육과 함께 결합하고.

7_2. <이핵>
'영혼'이 인간의 근육과 뼈와 결합하고..

7_3. <삼핵>
'영혼'이 인간의 근육과 뼈와 장기와 결합하는 과정에 생명을...

버리고 싶은 자아와 충돌하고, 또 서로 다른 자아들이 충돌하고, 폭발하고, 붕괴하는 과정을 통해
그 안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전환점이 되는 시점의 메시지가
과거의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은 그 시간과 더불어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삶은 끊임없이 변모하며, 우리는 그 변화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할 때
내면의 무장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축적될 수록,
서로 다른 자아들은 결국 충돌하고,
그 충돌은 폭발로 붕괴로 이어지겠지요.
이 순간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무너짐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는 전환점이 아닐까요?" [발췌: 작가노트]
<공주문화예술촌 입주작가 9기 남기승 작가의 '소멸과 부활의 역설적 서사, 검은 창_붕괴' 작품 세계로>
○ 주소: 충남 공주시 봉황로 134
○ 운영: 2025년 9월 23일~10월 5일(월요일 휴관)
○ 시간: 10:00~18:00
○ 전화: 070-4415- 9183
○ 주차: 공용주차장
* 방문일시: 2025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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