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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천흥저수지 산책과 성거산 테마숲길 드라이브

무거운 회색 구름이 햇빛을 막아선 탓인지, 성거산을 품은 천흥저수지의 정적인 풍경은 마치 병풍에 담긴 산수화처럼 쓱 펼쳐졌다.

  • 위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32-2
  • 등록일자
    2025.09.15(월) 10:27:18
  • 담당자
    Someday (joopokey@naver.com)
  • 토요일 아침,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자주 퍼붓던 폭우와 혹독했던 무더위도 이렇게 떠나는구나.

    점점 길어지던 여름도 백로(7일)를 지나고, 추분(23일)을 마주하곤 스스로 떠날 차비를 하는 모습이다. 가을비 사이로, 사납고 변덕스럽던 올 여름이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멀어져 가고 이젠, 만물이 가을 어귀에 서 있다.


    평일보다 늦게 기상해 보니, 전날(9월 6일) 오후부터 쏟아붓듯 내리던 폭우는 자취를 감춘 후였다. 안양노인전문 요양원과 수원 보문사 납골당엘 들려오면서 제법 호된 비바람을 가르며 천안 집에 도착했으니, 이날 주말 끝자락은 더 느긋하고 평온했다.


    일요일(7일) 오전과 오후 사이 즈음, 천흥저수지로 나들이를 갔다. 작년 7월엔 두 번씩이나 들렸던 장소지만, 어느새 14개월의 세월이 흘렀다. 작년에도 금계국이 활짝 핀 6월을 지나쳐 갔던 것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여름이 이별 준비를 마친 9월에야 찾았다.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햇빛을 막아선 탓인지, 성거산을 품은 천흥저수지의 정적인 풍경은 마치 병풍에 담긴 산수화처럼 쓱 펼쳐졌다. 천흥저수지는 위로는 먹구름을 무겁게 이고, 물속엔 성거산 그림자를 가득 담고, 묵직한 초가을 정취를 우리에게 쓱 들이밀었지만, 산책을 즐기다 보니 곧 후텁지근하고 끈적거리는 더위가 슬며시 목덜미를 감싸기 시작했다. 떠나지 않으려는 여름과 밀고 들어서려는 가을 사이를 넘나들던 미풍은, 저수지 위로 잔물결을 헤집고 살며시 불어왔다. 적막한 주위 풍경을 둘러보니, 어제의 유난스럽던 날씨가 오버랩 되기도 했다.


    천흥저수지

    천흥저수지 풍경

    ▲ 천흥저수지 풍경


    천흥 저수지는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에 있는 인공 저수시설로 1959년 축조된 농업 기반 시설이다. 규모도 크지만, 주위 풍광이 아름답다. 매년 6월이면 저수지 제방 언덕으로 노란 금계국 꽃 무리가 가득 피어나, 장관을 이루곤 한다. 이 곳은 성거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천흥저수지 주위 맛집을 찾는 유흥객,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한 낚시꾼이 큰입 베스를 잡아, 주위 고양이들에게 먹이로 던져주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천흥저수지 포토존 / 큰입배스 월척을 잡아올린 낚시꾼 - 2024년 7월 촬영

    ▲ 천흥저수지 포토존 / 큰입 배스, 월척을 잡아올린 낚시꾼(2024년 7월 촬영)


    천흥저수지에 핀 꽃들 - 무궁화, 금계국(2024년 7월 촬영), 야생식물 덩굴팥

    ▲ 천흥저수지에 핀 꽃들 - 무궁화, 금계국(2024년 7월 촬영), 야생식물 덩굴팥


    천흥저수지 제방으로 가는 목교 / 제방 위에서 바라 본 천흥 저수지와 천흥리 마을 풍경

    ▲ 천흥저수지 제방으로 가는 목교 / 제방위 산책길과 난간 / 제방 위에서 바라 본 천흥리 마을 풍경


    천흥저수지 제방 위에서 내려다본 천흥리 마을 풍경도 고즈넉했다. 마을에는 작은 절집 '천흥사'가 있고, 아직 유물 발굴을 마치지 못한 고려 시대 천흥사지터는 넓은 공터로 남아있다. 천흥리 마을은 성거산을 먼저 드라이브하고 내려오면서 둘러볼 생각이다. 제방에서 다시 목교를 건너와, 저수지를 삥 둘러싼 나무 텍크 길을 거닐며 산책을 즐겼다. 어제(9월 6일) 오후부터 쏟아붓던 폭우 탓인지, 오늘따라 산책길은 더 한가했다.


    천저수지 안내도 / 천흥저수지 나무 텍크 길

    ▲ 천흥저수지 안내도 / 천흥저수지 나무 텍크 산책길


    천흥저수지에서 바라본 제방쪽 풍경

    ▲ 천흥저수지에서 바라본 제방쪽과 걸어온 텍크 길 풍경


    천흥저수지 제방쪽에서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걸어오다 보니, 여름 더위가 그대로 전해졌다. 산책을 마치고, 저수지를 벗어나 간이 주차장에서 자동차에 올라탔다. 성거산 슾길로 들어서자, 곧 더위를 밀어내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성거산 테마임도(숲길)

    두 발로 산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지나쳐 갈 때는 부럽기도 하고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어느새 늙어버린 몸엔 허리 디스크와 어지럼증이 들고 나니, 이렇게 자동차에 의지한 채 즐기는 숲길 드라이브도 황송한 일이다. '허긴 젊어서도 딱히 즐기지 않던 산행이었으니, 이런 결과와 맞닿은 것이겠지'란 생각도 들었다.


    아스팔트 포장이 깔끔하게 되어있는 성거산 테마 숲길

    ▲ 포장이 깔끔하게 되어있는 성거산 테마 숲길


    차창을 활짝 열어놓고 숲길을 달리노라니, 들고나는 바람결에서 가을의 향기가 묻어났다. 산바람이 실어 나르는 공기는 청량함 그 자체였고, "적당히 묵직한 어른으로 건강하게 살다 갔으면 참 좋겠다."고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목소리도 맑게 울렸다. 바람과 새소리를 담는 두 귀, 초록빛에 물든 두 눈, 가을만큼 깊어지는 우리의 생각들이 성거산 숲과 함께 영글어 가고 있었다. 성거산 기슭에서 누린 오감(五感)의 편안함은 차지도 넘치지도 않을 딱 그만큼이었다.


    성거산 임도 숲길을 달리면서 마주한 풍경

    ▲ 성거산 숲길을 달리면서 마주한 풍경들


    천천히 달려도 가까운 풍경은 빠르게 스치듯 멀어져 갔다. 좀 더 멀리 구불구불 숲길 앞으로 눈길을 보내면, 이 모든 풍경은 서로 비슷한 거리를 두고 우리와 동행하고 있었다. 처음 들어서는 숲길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우리와 풍경과 숲길 사이로 비워진 간격이 딱 좋아, 몸과 마음이 더 안락했다.


    표지판과 성거산 테마임도 안내도

    ▲ 표지판과 성거산 테마 숲길 안내도


    성거산 계곡물 영상 https://m.blog.naver.com/joopokey/clip/11609313

    성거산 계곡물 영상 중 캡처한 사진

    ▲ 성거산 계곡물 영상 중, 캡처한 사진


    성거산에서 발원한 천흥천 상류 지역으로 만일령과 사리목 고개가 있다. 이 고개는 목천 송정리, 북면 도촌리를 통하며 병천~오창~청주로 향하는 금북 정맥을 넘는 험한 길다. 성거산은 천흥리의 주요 지형지물로 우뚝 솟아있어, 아산만 유역 인근 사방 수십㎞ 거리에서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군부대가 있다는 정상으로 가는 길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이날은 성거산 테마 숲길을 따라 돌아 내려와, 천흥저수지를 지나쳐 천흥리 마을로 들어섰다.


    성거산과 천흥사터 유래 / 천흥리 마을에서 천흥저수지 제방으로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

    ▲ 성거산과 천흥사터 유래 / 천흥리 마을에서 천흥저수지 제방으로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


    천안 천흥리 마을

    천흥리는 성거읍 사무소 동쪽에 위치한 마을로, 성거산 바로 아래 만일령 입구 마을이다. 마을에는 '천안 천흥사지 오층 석탑', '천흥사지 당간 지주' 등의 문화재가 있고, 천흥리에서 발굴된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은 국립 중앙 박물관에 보관 전시 중이다. 유명 사찰로는 성거산에 만일사(晩日寺)가 있고, 천흥리 마을 내 유적 발굴지 가까이에 천흥사라는 작은 사찰도 보인다.

    천흥리 마을로 들어서면, 풀만 무성한 꽤 넓은 토지가 방치 중인 듯 보이나, 이곳은 '매장 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농작몰 경작이나 쓰레기 투기가 금지된 곳으로, 땅속에는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귀중한 우리 문화재가 담겨 있다.


    농작몰 경작이나 쓰레기 투기가 금지된 문화재 발굴 예정지

    ▲ 농작몰 경작이나 쓰레기 투기가 금지된 문화재 발굴 예정지


    마을 초입 왼쪽 공터에서 몇 발국 더 걸어가면, 오른쪽으로도 '매장 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로 지정된 넓은 빈터가 또 보였다.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발굴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궁금했고, 그 귀중한 유산들과 어서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유물 매장지로 지정된 공터 뒤로, 천안 천흥사지 오층석탑과 천흥사라는 절집이 보였다. 오층석탑으로 가는 길옆, 발굴지에 쳐져 있는 펜스에는 천한 천흥사지 발굴과정과 현황 및 계획들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그 내용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이런 공간을 마련한 천안시의 친절한 배려가,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재를 향한 작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안 천흥사지 발굴조사 및 1~3차 발굴과정 현황

    ▲ 천안 천흥사지 발굴조사 및 1~3차 발굴과정 현황


    고지도, 천안천흥사지와 고려시대 천안지역 사찰 현황

    ▲ 천흥사지 보전유적과 고지도, 천안 천흥사지와 고려시대 천안지역 사찰 현황


    천안 천흥사지 오층석탑

    이 오층석탑은 천흥사지에 있는 고려 시대의 탑이다.


    천흥사지 오층석탑

    ▲ 천흥사지 오층석탑


    2단 기단 위에 5층 탑신을 올린 거대한 모습은, 고려왕조 시작 직후 석탑 규모가 다시 커지던 당시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아름운 탑이며, 돌의 구성에도 규율성이 있다. 특히 탑신에서 보이는 완만한 체감률은 온화하고 장중한 느낌을 더해준다.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1_1&sngl=Y&ccbaCpno=1123403540000 


    천흥사지 당간지주

    천흥사지 당간지주

    ▲ 천흥사지 당간지주


    고려 태조 4년(921)에 창건되었던 천흥사의 당간지주로 현재 천안시 천흥리 마을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절에서는 의식이 있을 때, 절의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데,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며, 이 당간을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고 한다.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1_1&sngl=Y&ccbaCpno=1123400990000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국내에 남아있는 고려 시대 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종의 높이 1.33m, 종의 구경은 입구 0.96m이다. 종 위에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가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신라 종의 용보다 고개를 더 쳐들어 올린 모습을 하고 있다. 용뉴 뒤에 붙은 음통은 대나무 모양이며, 편평한 부분인 천판 가장자리에는 연꽃무늬를 돌렸다. 몸체의 아래와 위에는 구슬 무늬로 테두리를 한 너비 10㎝ 정도의 띠를 두르고, 꽃과 덩굴로 안을 채워 넣었다.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Kdcd=11&ccbaAsno=02800000&ccbaCtcd=11&pageNo=1_1_1_0


    천흥사

    천흥사(대한불교 조계종)에는 대웅전이 없고, 극락전과 산신각만 있었다. 대웅전 없는 사찰은 흔치 않으니, 절의 규모가 작아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천흥사는 고려 시대 왕건이 창건했다는 그 천흥사와는 관련이 없지만, 역사적으로 뜻깊은 이런 장소에 터를 잡았으니 명당 위에 세워진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천흥사 입구 / 천흥사 극락전

    ▲ 천흥사 입구 / 공사 중인 천흥사 극락전


    극락전이 산자의 기도처라면, 산신각은 망자와 만나는 기도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신각은 불교의 기도처라기보단 우리의 토착 민간신앙을 수용한 특별한 장소이니, 조상신들이 들고나시기도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신신각 오르는 길 / 산신각 / 산신각에서 바라본 천흥리 마을 풍경

    ▲ 신신각 오르는 길 / 산신각 / 산신각에서 바라본 천흥리 마을 풍경


    산신각을 품은 작은 숲 / 천흥사 입구에 있는 나무

    ▲ 산신각을 품은 작은 숲 / 천흥사 입구에 있는 나무


    우리는 천흥사를 나선 후, 천흥리 마을의 좁다란 길을 빠져나왔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성거산 숲길을 다시 오르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단국대 입구 맞은편에 있는 '지금 육개장'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즐겼다. 이 맛집은 대학 근처여서인지 가성비가 꽤 괜찮았다.


    점심식사를 즐긴 '지금해장국' 맛집(건물사진 출처: 업체)

    ▲ 점심식사를 즐긴 '지금해장국' (건물사진 출처: 업체)/ 육개장+칼국수+공깃밥과 물냉면 



    천흥저수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 취재(방문)일 : 2025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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