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서천의 바다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이번 출사는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를 시작으로 장포리 갯벌, 비인해변 철모바위, 선도리 해변과 쌍도를 차례로 담으며 이어졌다. 드론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서천의 갯벌은 바다와 사람, 전설과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무대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장항송림산림욕장이다. 8월 25일 아침, 송림 숲길을 따라 걸으면 솔향기가 은은히 퍼진다. 숲 아래에는 보랏빛 맥문동이 막 피어나고 있었는데, 아직은 30% 정도만 꽃을 터뜨린 상태였다. 9월 초 주말쯤이면 송림길 전체가 보랏빛 융단처럼 물들 것이라 한다. 이른 아침 숲길에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드론은 높이 띄우지 않고 저공으로 비행하며 맥문동의 보랏빛과 송림의 초록빛을 함께 담아냈다. 숲길과 꽃길이 교차하는 장면은 맑은 아침 공기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만개한 맥문동 풍경을 담기 위해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두 번째 장소는 장포리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마치 군함처럼 생긴 바위섬이 눈에 띈다. 현지에서는 ‘군함바위’ 또는 ‘옵바위’라 부른다. 일몰 명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날은 물때와 시간이 맞지 않아 붉게 물드는 풍경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낮에도 군함바위는 위엄 있게 서 있어 서천 바다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장포리 바다에서는 썰물 때 드러나는 ‘할미바위’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바닷물이 빠지면 약 800m 갯벌길을 걸어 들어갈 수 있는데,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더욱 애틋하다. 드론은 갯벌을 가로지르는 길과 바위섬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위에서 비추며, 전설 속 기다림을 현재의 풍경과 겹쳐 놓았다.
갯벌 속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바로 전통 어로 방식인 ‘독살’이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돌담을 V자 형태로 쌓아 고기를 잡던 지혜가 지금도 흔적으로 남아 있다. 한쪽은 150m, 다른 한쪽은 200m에 이르는 독살 돌담은 길게 뻗어 있으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뚜렷하다. 드론은 그 미로 같은 선을 따라가며 갯벌 위에 새겨진 어민들의 삶을 그려냈다.
이어 도착한 곳은 비인 선도리의 철모바위다. 머리에 철모를 쓴 듯한 형상과 그 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드론은 바위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비행해, 바위와 바다, 그리고 해변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담아냈다. 특히 일몰 무렵이면 철모바위 뒤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사진 애호가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지는 선도리 해변과 쌍도다. 썰물이 되자 바다가 열리며 두 섬으로 이어지는 모래길이 드러났다. 하루 두 번, 바다가 허락하는 길이다. 갯길을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드론 화면 속에서 특별한 장면으로 남는다. 이곳에서는 특히 하늘에서 바라본 갯벌 무늬가 인상적이었다. 파도가 물러간 자리에 남은 물길이 자연스레 그린 무늬가 마치 거대한 그림처럼 펼쳐졌고, 드론은 이를 차분히 따라가며 기록했다. 평일이고 여름의 끝자락이라 갯벌에는 장화를 신고 호미로 조개를 캐는 가족들이 일부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모습은 담지 못했다. 그래도 바닷길과 갯벌 무늬, 그리고 바다와 이어진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장면이었다.
이날 촬영은 오후 1시 무렵에 마무리되었다. 물때와 일몰이 맞지 않아 붉은 노을의 장관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맥문동이 만개할 9월에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안게 했다. 바닷물이 물러난 뒤 드러나는 길, 고요히 서 있는 바위, 그리고 사람들의 발자국은 마치 서천 바다가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 같았다. 드론의 하늘빛 기록 속에서 여름의 기억은 파도의 무늬처럼 선명하게 남았다.
#서천바다,
#갯벌,
#맥문동,
#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