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산 자락 작은 뒷산/우측은 확대한 모습
충남 태안에는 284m 높이의 백화산이 있습니다.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팔봉산(326m)에 이어지고, 다시 백화산까지 산줄기가 이어집니다.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서해 바다를 끼고 있어 풍경이 아름답지요.
필자는 백화산 자락 아주 작은 뒷산으로 가끔씩 산책을 다녀옵니다.
▲ 뒷산 들어가는 입구
▲ 싱그러움 가득한 곳
필자는 비 오는 날을 유독 좋아합니다. 빗방울이 세상의 모든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듯한 느낌이 참 좋거든요.
온 세상이 맑게 정화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새로운 기분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눅눅함보다는 촉촉함이, 어두움보다는 고요함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빗소리는 괜스레 마음을 설레고 들뜨게 만듭니다. 비 오는 날은 이렇게 일상 속에서 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그래서 비가 올 때면 이 곳을 더 찾기도 한답니다.
▲ 뒷산에서 만난 두꺼비들
▲ 영상 속 주인공 두꺼비
조용한 산길에서 여러 마리의 두꺼비들을 만났습니다. 사람보다 자연을 더 잘 아는 듯, 비를 맞으며 느릿느릿 제 갈 길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두꺼비는 동화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이지만, 정작 그 생태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특별한 만남을 통해 두꺼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짧지만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두꺼비는 어떤 동물일까요?
두꺼비는 양서류에 속하며, 개구리과의 일종입니다. 피부는 거칠고 울퉁불퉁하며, 피부색은 갈색이나 회갈색으로 보호색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올챙이 시기)을 보내지만, 성체가 되면 주로 육지에서 생활합니다. 그래서 물가가 아닌 산이나 밭 근처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왜 비 오는 날에 자주 볼 수 있을까요?
두꺼비는 피부로 수분을 흡수하고 호흡하는 특성이 있어, 건조한 날보다는 습한 날을 선호합니다. 특히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땅이 촉촉해지고, 이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에 평소 숨은 곳에서 나와 이동하거나 먹이를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시기가 주로 봄~여름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비 오는 날에는 도로나 산길에서 두꺼비를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 두꺼비의 생태적 역할
두꺼비는 해충을 잡아먹습니다. 주로 곤충, 지렁이, 거미 등을 잡아먹으며, 농촌에서는 친환경 해충 사냥꾼이지요.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낮에는 돌 밑이나 낙엽 더미 속 등 어두운 곳에 숨어 지냅니다. 또한, 포식자를 만나면 몸을 부풀리거나 독샘에서 나오는 흰 액체로 자신을 방어하기도 합니다. 이 독은 사람에게 해를 주지는 않지만, 눈에 들어가거나 입에 닿으면 자극을 줄 수 있으니 만질 땐 주의해야 합니다.
두꺼비에 대해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 중 하나는,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 산란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두꺼비는 강한 귀소성을 가진 동물로, 알로 태어났던 습지, 연못, 웅덩이 같은 장소를 기억했다가 성체가 된 뒤에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짝짓기와 산란을 합니다. 이 능력은 후각, 지자기 감지, 별자리 인식 등 복합적인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과학적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로를 지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동 중 자동차에 치이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두꺼비는 대표적인 로드킬 피해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로드킬은 두꺼비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두꺼비의 이동 경로에 생태통로를 설치하는 보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서울 수락산, 강원도 평창, 전라북도 무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곳 태안에는 필자가 아는 곳만 해도, 두꺼비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여러 곳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웅덩이들이 너무 작아 어느새 말라버렸거나, 공사나 개발로 인해 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던 작은 물웅덩이 하나가 두꺼비에게는 매우 중요한 '고향'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직 태안에는 두꺼비를 위한 보호 대책이나 생태통로가 없어 아쉽지만, 언젠가는 이곳에도 두꺼비가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생태통로가 생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사진출처 : 녹색연합(1991년 창립하여 우리나라 자연을 지키는 환경단체)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wild-animals/roadkill/79713/
두꺼비 로드킬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던 중 '광양만 녹색연합'이라는 단체의 헌신적인 활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두꺼비들을 지키기 위해 정말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광양만 녹색연합은 2015년부터 섬진강 일대 두꺼비 로드킬 실태를 조사하고 심각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들은 '섬진강두꺼비생태학교' 운영을 통해 두꺼비 이동을 돕고 지자체에 생태통로 조성을 강력히 요구하여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로드킬 주의 표지판 설치 및 우수로 퇴적물 제거와 같은 현장 활동으로 두꺼비 보호에 꾸준히 힘쓰고 있었습니다.
녹색연합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에 정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덕분에 수많은 두꺼비 생명이 보호되고, 우리 사회의 생태 감수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도 동참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야겠습니다.
*취재일 : 2025월 7월 17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