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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충남의 전통사찰 15. 푸르른 천년이 머문 논산 송불암(松佛庵)

"부처는 멀리 있지 않았다. 소나무 그늘에 머무를 뿐”

  • 위치
    충남 논산시 연산면 연산리 36-3
  • 등록일자
    2025.07.04(금) 11:58:32
  • 담당자
    휘리릭 (mch7775@hanmail.net)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햇살이 부서지는 초여름, 노송은 하늘보다 낮은 곳에서 세상을 품습니다.

    부처가 소나무 그늘에 잠시 쉬어가듯 이름 붙여진 송불암(松佛庵)

    누구도 높이 오를 수 없어 몸을 굽혀 사람 곁에 와 머뭅니다.

    고개 숙이면 솔향이 내 그림자 아래까지 다가오고 돌로 된 미소에 머뭅니다.

    갓을 쓴 부처는 왼손을 가슴에 오른손을 곧게 뻗어 느리게 나를 바라봅니다.

    돌탑은 부서지고 기왓장 아래 유물이 잠들어 있어도

    이곳은 미래를 기다리는 민중의 시간이 흐르는 곳으로

    나도 고요히 소나무 가지 아래 머뭅니다.

    한 줌 바람과 천년 묵은 향기 일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송불암은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연산(화암)리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 소속 사찰입니다. 창건연대는 불분명하지만, 미륵불과 석탑 부재, 기와 조각 등 출토된 문화유산에 따라 고려 시대부터 이곳에 사찰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찰 안내문에도 송불암 근처에 석불사(石佛寺)가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불에 타 폐사되자 미륵불을 옮겨 이를 중심으로 송불암이 새로 들어섰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전경.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전경.


    이를 뒷받침하듯 2001년 실시된 유구 조사에서 불상 주변에는 기둥을 받치던 4개의 초석과 보강석 등이 확인됐는데 이는 미륵불을 보호하는 전각의 기둥을 받쳤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려 중기와 후기 제작된 기왓조각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송불암이 고려 시대 사찰임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당시 유구 조사는 미륵불 주변의 소나무가 마치 불상을 보호하듯 서 있었는데 가지가 점점 처지면서 머리 부분을 압박함에 따라 불상 이전이 결정되면서 실시된 조사결과 전통사찰임을 확인했습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을 보호하는 노송의 용트림,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을 보호하는 노송의 용트림,


    송불암 미륵불(충남도 문화유산자료)은 화강암으로 조성된 높이 5.5m(문화유산청 안내문 기준 )의 대형 석불로 제문석불이라고도 부릅니다. 머리에는 4각의 보관을 쓰고,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 전체적으로 둥글게 표현되었는데, 둥글고 길게 늘어진 귀로 인자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눈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 특징으로 코와 입의 선 등 이목구비가 뚜렷합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전경.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전경.

     

    전체적인 형상은 가늘고 긴 느낌을 주는데 목은 몸체와 비교하면 비교적 굵은 편으로 3개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표현되고, 법의는 양쪽 어깨에 걸쳐 가슴 부분에서 U자형을 보입니다. 옷자락 주름은 얕은 선으로 조각하여 발목까지 내려오는 등 비교적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수인은 왼손을 가슴에 얹고 오른손을 곧게 뻗어 전형화된 양식은 아닙니다. 기단의 받침돌이 연꽃 문양인데 이 돌에 부처님의 발이 별도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제작 양식이나 기법이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같으며 고려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성반신.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성반신.


    미륵불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미래에 올 부처를 말합니다. 현재는 보살이지만 다음 세상에 부처로 나타날 미래의 부처님인 것입니다. 불교 교리에 따르면 석가모니는 현세에서 진리에 눈뜬 현재불(現在佛)입니다. 그런데 진리는 영원한 과거에서 미래영겁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불멸입니다. 따라서 과거세에서도 석가모니와 같이 진리의 눈을 뜨고 미래에서도 진리의 눈을 뜬 부처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미륵(Maitreya)’입니다. 석가모니 예언에 따르면 “미륵은 현재는 보살로 그 정토인 도솔천에서 천인을 위해 설법하지만, 4천세(인간 나이 56억7000만 년) 인간계로 하생해 용화수 밑에서 성불하고 비로소 불경을 얻어 미륵불이 되며 석가모니를 대신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륵은 미륵보살(彌勒菩薩)과 미륵불(彌勒佛)의 2가지 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하반신.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하반신.


    미륵신앙은 한국에서 웬만한 마을이라면 미륵이라 불리는 돌부처가 하나쯤은 있을 정도로 민중 속에 깊이 파고든 신앙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약속한 미륵신앙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살아가던 민중에게 위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후삼국 혼란한 시기를 겪으며 고려 시대 수많은 미륵불이 조성되었는데 대표적인 불상이 송불암 인근의 관촉사 은진 미륵입니다. 미륵불의 바로 옆 노송은 불상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옛 전각을 대신해 지붕을 펼쳐놓은 듯합니다. 적송으로 수령 25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가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I형’과 ‘V형’ 보조 기둥으로 몸통을 받치고 있습니다. 미륵불과 대광보전을 향해 절을 하듯 용트림하며 굴곡지게 올라간 몸통과 원형으로 뻗은 가지가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이루는데 사찰명이 미륵정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과 소나무의 이전 모습 문화유산청 제공>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과 소나무의 이전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송불암 미륵불은 많은 설화를 남겼는데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면, 고려 시대 노스님이 황룡산 아래 은진에게 다다라 불법을 전할 자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다 한 청년의 집에서 하루를 지내게 됩니다. 이를 감사히 여긴 노스님은 청년에게 예언을 남기게 되는데 “어머니가 3일 후 갑자기 세상을 떠날 테니 범바위 골에 묘를 쓰되 황금 돌을 건드리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이후 스님의 예언대로 청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범바위 골에 묘를 잡게 되는데 땅을 파고 보니 황금 돌이 나오자 스님의 당부를 잊은 청년이 그 돌을 들어내자 그 속에 살던 수많은 벌이 쏟아져 나와 스님을 쏘아 죽이게 됩니다. 이후 연산마을은 10년 홍수, 10년 가뭄, 10년 돌림병 등 재앙이 끊이질 않았고 마을은 회의 끝에 스님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미륵부처를 조성했는데 우연히 소나무가 마치 부처를 호위하듯 자라 이 소나무를 스님의 후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과 소나무의 이야기를 전하는 안내문.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과 소나무의 이야기를 전하는 안내문.


    설화 속의 어머니는 조선 시대 정경부인인 양천 허씨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씨는 예문관인 김문의 부인으로 17세 때 남편과 사별하고 유복자인 아들 김철산을 기르며 평생 수절하며 집안을 일으켜 세운 분으로 이를 기려 무덤 근처에 1646년(인조 24년) 전면 3칸과 측면 2칸 팔작지붕의 사당 영모재가 지어져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설화속 어머니로 알려진 양천 허씨 영모제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설화속 어머니로 알려진 양천 허씨 영모제 . <국가유산청 제공>


    석불의 앞으로 탑신(몸돌)과 옥개석(지붕돌) 만으로 2층 형식의 석탑이 있는데 주변에 흩어져 있던 불탑 부재로 조합한 것입니다. 1층 탑신에는 아무런 조각이 없지만, 2층은 우주가 있습니다. 옥개석은 2층 모두 3단으로 처마의 경사도가 서로 달라 탑신과 함께 별개의 석탑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앞의 석탑.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미륵불 앞의 석탑.


    대광보전의 불전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좌우에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옆으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1966년 조성된 후불탱화와 신중, 칠성, 산신 탱화를 각각 모시고 있습니다. 대광보전의 앞뜰에 세워진 오층석탑은 최근에 조성됐습니다.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대웅보전 불전.

    ▲ 전통사찰 논산 송불암 대웅보전 불전.



    <논산시 송불암>

    ○ 위치 :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황룡재로 92-18 (041-733-6518)

    ○ 운 영 : 연중무휴 (일몰이전 관람 가능)

    ○ 입장 및 주차장 : 무 료 (사찰 및 진입로 주변 도로 이용)

    ○ 취 재 : 2025년 6월 26일 등

     


    < 참고문헌 >

    이해림. (2019). 고려후기 마애불에 대한 고찰: 조성시기와 특징을 중심으로: 조성시기와 특징을 중심으로. 미술사학연구 (구 고고미술), (301), 5-36.

    박민현. (2015). 미륵사상의 발생과 중심사상. 정토학연구 (淨土學硏究), 24, 9-41.

    전통사찰총서 12 - 대전·충남의 전통사찰 1, 사찰문화연구원, 1999년

    충청남도지정문화재해설집, 충청남도, 2001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정보(https://www.khs.go.kr)

    충남디지털문화유산(https://www.chungnam.go.kr)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https://www.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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