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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 운보 김기창, 우향 박래현 작품

청각과 언어의 제약을 예술로 승화시킨 한국 근대 화단의 대가 운보와
새로운 화풍으로 입체주의적 반추상 작품을 선보인 우향의 작품세계에 빠져들다.

  • 위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97-3
  • 등록일자
    2025.06.29(일) 22:25:13
  • 담당자
    Someday (joopokey@naver.com)
  •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1930년대부터 1990년대 작품과 다양한 연작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한국화의 현대화를 위해 시도했던 여러 실험의 결과물인 후기 작품들을 통해 운보 작품의 미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의를 음미해 본다.


    전시기간: 2025. 02. 18 ~ 2026. 03. 22

    관람시간: 월 - 일요일 11am - 7pm (041-551-5100)

    휴관일: 1월 1일, 추석, 신세계 백화점 천안점 휴일

    관람료: 성인 3,000원(65세 이상 성인 1,500원), 청소년 2,000원


    김기창(1914-2001)에게 '세상의 소리'는 5세 전후까지 스며들었던 어린 시절 희미한 기억으로만 존재했을 것이다.


    그는 언어 획득 전, 홍역으로 인한 고열로 청력을 상실하고, 후천적 청각 장애인이 되었다. 발성은 가능했으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가족이나 지인들도 그의 말을 제대로 듣기가 불가능했다. 운보는 손짓과 입 모양을 보고 상대방의 말을 파악했고, 억양과 감정이 실린 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그는 스스로의 노력, 주변의 관심과 이해, 그림 그리기를 등을 통해, 청각과 언어의 제약을 예술로 승화시킨 한국 근대 화단의 대가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2층 전시장


    아라리오 갤러리 2층 전시장

    ▲ 아라리오 갤러리 2층 전시장


    영조 화조

    ▲ '부엉이' 1982 / '부엉이' 1983 / '독수리' 1975 / '응시' 1971


    화조, 비파

    ▲ '바보 화조(꽃 그리고 새 시리즈)' 1977 / '비파도' 1985 / '화조' 1964년 추정 / '능소화와 홍조 한 쌍' 1976


    비파도' 1970 /

    ▲ '비파도' 1970 /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 1971


    '비파도'(1970)와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1971)은 운보의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수작(秀作)이다.


    군마도

    ▲ '등나무와 참새' 1950년대 / '군마도' 1950~1960년대 추정


    '등나무와 참새'는 운보와 우향의 대형 합작품 4폭 병풍이다. 우향이 먼저 등나무를 그린 뒤 운보가 참새를 그리고, 글을 더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군마도'는 운보의 거침없고 역동적인 붓 칠로 더욱 강렬한 생동감을 보여준다.


    화조병풍' 1942~1943년 추정

    ▲ '화조병풍' 1942~1943년 추정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인 운보는 17세 되던 1930년,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에게 전통 산수화와 인물화 기법을 배우며 본격적인 그림을 시작했다.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을 시작으로, 이후 최고의 창덕궁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수상을 했다. 이 시기 운보는 사실적인 구상 미술에 주력했다.


    *김은호 화백의 일본식 이름은 쓰루야마 마사시 노기(1892. 06.~1979. 02.)다. 1919년 3ㆍ1운동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적도 있으나 1920년대 후반, 일본에 유학하여 일본식 채색화 기법을 익히면서 친 일본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광복 후, 친일 경력이 문제 되어 대부분의 미술인들이 망라된 조선미술 건설 본부에서 제외되기도 했으나, 슬그머니 다시 미술계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김은호는 2009년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위원회 발표, 친일 반민족 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됐다. 친일 이력과 일본풍의 화풍으로 그린 논개와 춘향 영정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창 역시 일제강점기 행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한민국 대표 화가가 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지만, 그 성과 위로 드리워진 친일행적이 그냥 지워지는 것은 아니어서 안타깝다. 다만, 말년에 이에 대해 반성했다고 알려졌다. 친일행적으로 그의 작품들까지 빛바래 지지 않길 바라는 한편, 누구나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시회를 둘러보았다.

    2층 전시실에서 내다보이는 조각 공원 풍경이 분주한 밖과 달리 묘한 정적을 담아 보내고 있었다. 봄비가 살짝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일까!


    3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만난 운보의 '미인도'와 '여인도'


    미인도' / '여인도

    ▲ '미인도' 1960년대 작품 / '여인도' 연대 미상 


    아라리오 갤러리 3층 전시장

    1) 3층 계단 왼쪽으로 아담하게 구획 지어진 전시실


    정물

    ▲ '정물' 1955 / '호박꽃' 1959 / '비둘기' 1960년대


    수태고지

    ▲ '수태고지' 1952~1953 /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1952~1953


    1950년대 초반에는 신앙화 시리즈를 그려 주목을 받았다. 예수의 출생부터 부활까지 총 30점 연작으로 구성된 작품 '예수의 생애'(1952-1953)는 화풍뿐 아니라 배경, 복장, 인물 등을 모두 조선 시대로 변환시켜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우향 박래현의 작품 감상

    우향(雨鄕) 박래현(1920-1976)은 운보 김기창의 아내이기 이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 화가이다.

    1946년 우향과 결혼한 운보는 함께 새로운 화풍 실험에 주력, 풍속도에서도 공간을 분할하고 재조립한 화면 구성으로 입체주의 반추상적 작품을 선보였다. 우향은 운보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동반자로서 한국화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고민했던 동료이기도 했다.

    1956년 제8회 대한 미술협회전과 제5회 국전에서 각각 대통령 상을 수상했고, 1964년 운보와 함께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현지에서 부부 전을 열기도 했다.


    우향

    ▲ '불안' 1962 / '바다의 현상' 1971~1973 / '작품' 1960년대


    우향의 작품에서는 힘차고 시원한 붓질과 과감한 구도가 돋보인다.

    운보와 더불어 새로운 한국화 모색하고 실현하고자 했던 시기, 우향의 대표작 '불안'에서는 당시 해외 미술계에서 유행하던 *앵포르멜의 영향이 느껴진다. 대상성이 사라진 작품에서, 황색과 적갈색의 추상성이 강조된 덩어리의 번짐 효과는 그늘진 불안감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다.

    *앵포르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현대 추상회화 운동으로 '형식이 없다'는 뜻의 프랑스어 'informel'에서 유래되었다. 기존의 형식적 규율적인 예술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감정적인 표현을 추구했다.


    2) 3층 전시장 안쪽에 있는 전시실


    이곳엔 다양한 연대를 망라한 운보의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소소한 기쁨을 누렸던 곳이다.


    1

    ▲ '풍속도' 연대미상 / '정천 빨래터' 1988 / '바보산수(해)' 1984년 추정 


    2

    ▲ '풍류' 1976 / '소반 위의 천도' 1959 / '참새쫓기' 1950년대 


    춘향전과 춘향도

    춘향전'과 '춘향도' 일부분

    ▲ '춘향전'과 '춘향도' 일부분


    3) 3층 메인 전시실


    아라리오 갤러리 3층 전시장

    ▲ 아라리오 갤러리 3층 전시장


    세배

    ▲ '설날 세배' 1960년대 / '청록산수' 연도 미상 / '산수도' 1955


    운보의 '노점' / 우향의 '노점

    ▲ 운보의 '노점' 1953~1955/ 우향의 '노점' 1956 (사진 출처: 충청투데이)


    운보의 '노점'은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대화를 모색하던 작가의 초창기 고민과 시도가 엿보이는 중요한 작품으로 입체주의 경향을 드러낸다.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우향의 '노점'은 화폭을 구획한 화면 구성이 정교하면서도 대담하며 더 현대적이다. 추상화의 결합을 시도했으며, 화폭의 조화와 균형으로 한국미술 근현대사의 한 획을 그었다. 우향은 이 작품으로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상을 수상했다.


    빨래터

    ▲ '빨래터' 1989 / '하일(Summer Day)' 1988 / '강촌' 1980년대


    2-2

    ▲ '세 악사' 1976 / '강무도' 연도 미상 / '설중맹호' 1967 / '산수화' 1970


    12

    ▲ '만추의 이미지' 1964 / '추상' 1960~1964


    일찍 화단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그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미적 탐구와 실험정신을 구현해 온 운보의 70년간 작품 변천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1950년대 후반, 한자의 획을 자유분방한 붓칠로 표현한 문자도로 한국화의 추상화 가능성을 시도했다.

    1960년대 본격적으로 추상작품을 시도하기 시작,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대화를 제시했다.

    1976년 급작스럽게 아내 우향과 사별한 후, 매료되어 왔던 민화 특유의 바보스러운 해학성과 서민의 소박한 삶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바보산수’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산 전면을 녹색으로 짙게 표현한 ‘청록산수’ 연작을 그렸다.

    1990년대 초에는 봉 걸레를 먹에 찍어 대형 화폭에 ‘점과 선’ 연작을 그리기도 했다.


    운보는 후천성 청각 장애인으로 표현해 내기 어려웠던 그의 생각이나 감정을, 시각적 언어인 그림 속에 섬세한 내면의 감성과 자유분방한 외침을 마음껏 표현했다.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2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과 흰 조각상 / 아라리오 갤러리와 조화를 이룬 조각공원과 신부동 만남로 /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건물과 조각공원


    아라리오 갤러리 2층에서 내려다보면, 오른쪽으로 김인배 작가의 'I love yo'조각상이 보인다.

    갤러리에서 바라보이는 왼쪽이 조각 공원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신세계백화점 천안점이며, 갤러리 1층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널찍한 커피 전문점도 있다.

    천안 신부동 '만남로'는 늘 사람과 차량들로 붐비는 활기찬 곳이다.


    문화 예술과 쇼핑은 물론, 다양한 먹거리를 원스탑으로 즐길 수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서 천안천변 산책까지 누릴 수 있는 핫한 거리다.


    남녀노소 모두 즐겨 찾는 곳이지만, 특히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니 거리의 공기 자체가 혈기 왕성하달까!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을 나서자, 간간이 빗발이 날렸다.


    6월 하순에 내리는 늦은 봄비는, 올까말까 망설이던 여름을 딱 반기며 마중하는 정도이니, 그냥 맞으며 걸어도 좋았다.


    폰 카메라 속엔 평소보다 좀 무거워 보이는 풍경이 담겨,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아라리오갤러리 천안(https://www.arariogallery.com/)

    충남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 43

     * 방문(취재)일 : 2025년 6월 24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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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운보 김기창, #우향 박래현, #천안 신부동 만남로, #아라리오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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