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마곡사가 가장 아름답고, 가을에는 갑사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이는 곧 마곡사의 봄 풍경이 얼마나 깊고 빼어난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초록이 짙어지고 초여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 5월 11일, 나는 이 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마곡사를 찾았다.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이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승려와 신도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지금도 그 발자취는 사찰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역사적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마곡사 입구의 상가를 지나면 태극천이 길을 안내한다. 활처럼 휘어진 물줄기와 연등으로 가득 찬 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치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변은 온통 초록이다. 태극천 양편으로 드리운 숲과 물소리가 마음을 정화시킨다. 예로부터 이 일대를 두고 ‘산택극 물태극’이라 불렀는데, 이는 산세와 물길이 태극 문양처럼 어우러진 독특한 지세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장엄한 기운이 감돈다. 천왕문을 지나 해탈문과 명부전을 거쳐 대광보전에 이르면, 한층 더 깊은 정적과 평온이 온몸을 감싼다. 대웅보전, 대광보전, 오층석탑 등 수많은 문화재들이 질서 있게 놓여 있어 사찰의 중심 축을 이룬다. 그 하나하나가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으며, 자연 속에 스며든 건축미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송림 숲길은 마곡사의 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키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그 아래로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듯한 묘한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숲길에는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만이 잔잔히 흐른다.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이유다.
이번 방문에서는 드론을 띄워 마곡사의 풍경을 공중에서 조망해보았다. 위에서 내려다본 마곡사는 신록의 바다에 안긴 듯한 모습이었다. 연등이 줄지어 늘어선 다리, 태극천의 물줄기, 그리고 고요히 자리한 사찰의 지붕들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사찰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종교의 의미를 넘어, 자연과 사람,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장소임을 실감했다.
이른 아침부터 마곡사를 찾은 참배객과 관광객들은 경내를 조용히 둘러보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누구는 사진을 찍고, 누구는 두 손 모아 합장한 채 기도를 올렸다. 그 모습 또한 풍경이었다. 마치 봄이 머무는 곳에서 사람들 또한 잠시 멈춰 선 듯한 장면이었다.
사계절 내내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곡사지만, 봄의 마곡사는 더욱 특별하다.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신록이 사찰 곳곳을 물들이는 이 계절.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말한다. "춘마곡, 그 이름에 봄이 담겨 있다"고. 그리고 그 말은, 실제로 그곳을 걸어본 이들에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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