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는,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추운 날씨 탓에 아이들과 함께 바깥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는 계절에 있다. 하지만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주말, 예전 지나가면서 보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해 궁금했던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을 가보기로 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당진의 기지시라는 곳에 있는 박물관에 도착하여 입구에 들어서니 줄다리기 줄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둘째가 본인이 생각했던 줄다리기와는 전혀 다르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줄다리기 박물관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약 500년 전부터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속놀이로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제 제 75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것을 보존, 전승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이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이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줄을 만들어 마을에 닥친 재양을 극복하고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줄을 매년 약 1개월 동안의 시간을 들여 만든다는 이야기에 대단함을 느꼈다. 다른 지역과 다르게 줄틀이라는 도구를 통해 만드는데, 길고 굵은 통나무 3개를 입체 삼각형으로 세우고 고정삼발이는 땅에 묻어 박고, 유동 삼발이는 끌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다.
길이 100m의 새끼줄 70가닥을 엮어 3개의 중줄을 만들고, 이를 댕기 땋듯 3가닥을 엮어 큰 줄을 만든다고 한다. 완성된 줄은 직경 1m, 길이 약 200m, 무게 40톤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궁금해서 실제로 축제 때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기지시 줄다리기를 포함한 국내의 6종 종목과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4개국이 2015년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공동 등재되었다고 한다.

주말에 찾았음에도 박물관을 한가로이 둘러 볼 수 있었다.
땋기며, 줄다리기 체험이며, 소원종이 적는 곳도 있으며,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포토존이 있어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세가닥 땋기, 오른새끼 꼬기, 왼새끼 꼬기 등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땋기를 따라해 보기 쉽게 동영상으로 재현해 놓아, 영상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다르게 땋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귀여운 미니어처로 기지시 줄다리기 줄을 만드는 모습을 설명해 놓았는데, 미니어처가 귀여우면서도 줄을 만드는 과정이 오랜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힘으로 당겨야 하는 줄다리기 체험존, 온 힘을 쏟아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어렸을 때에 운동회 시즌이 되면 큰 운동장에 모든 학년이 모이고 부모님도 오시고 시끌벅적하게 줄다리기 한판이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어렸을 적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랐다.


줄다리기 체험이 있는 곳, 한쪽으로는 1960~70년대의 시장과 그 시절의 옛 물건들을 엿볼 수 있다. 풍경이 정겹다.


▲ 옹기종기 짚신, 고무신, 나막신 의 모습들

▲ 포토존에서 포즈도 한번 취해보고!

많은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건강과 사랑이 적힌 소원 종이들, 이것은 실제 축제 때 불에 태운다고 한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보존회를 중심으로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존회에서는 전승 교육과 시연 행사, 전수 교육관에서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매년 4월 개최되는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를 축제 위원회와 준비한다고 한다.


줄다리기가 끝난 후, 사용한 줄은 영험하다고 믿었기에 각 지역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줄다리기의 줄이 끊어져야 효험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필리핀에서는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쪽은 그 해 수확이 풍성하다고 믿었으며, 승자가 결정되면 키나아그를 강물에 떠내려 보냈다.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는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을 땅에 묻고 그 곳을 신성하게 여기는 등 줄에 영험이 있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용한 줄은 영험하다고 믿었기에 각 지역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하였는데 대부분 사용한 줄은 끊어가거나 태우는 등 버리며, 큰 강을 낀 지역에서는 물에 떠내려 보내 재액을 떠나보내는 의미를 가진다. 줄다리기의 줄을 가져가면 자식을 낳거나 허리병을 치료하고, 가정이 평안하고, 풍농 등의 의미가 있다 한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 나오니 관계자분이 1층 기획전시실/짚풀체험관을 소개시켜 주셨다. 짚풀을 이용한 공예품과 닥종이를 이용해 전통 놀이의 모습을 풀어놓은 곳,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통 놀이를 묘사해 놓은 인형들 아기자기 귀엽다.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언니, 오빠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해 보았던 쥐불 놀이부터 윷놀이, 구슬 치기, 오징어 게임 등 재미있게 놀았던 놀이들을 보니 추억이 샘솟았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전통 놀이들도 있지만, 예전에는 핸드폰이나 게임 없이도 너무나 재미있게 놀았던 놀이들이 잊혀져 가는 게 아쉬웠다.



▲ 다양한 짚풀 공예품

2025년 올해가 10주년 되는 해로 4월에 다시 열릴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를 소개 시켜 주시며, 놀러 오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렇게 크게 이루어지는 줄다리기 축제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마지막엔 체험도 해 볼 수 있다고 일러주셔서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아이들과 함께 와서 구경해 봐야겠다.
줄다리기 박물관도 둘러보고, 오랜만에 근처 바다도 보니 기분 전환되고 좋은 시간이었다.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
○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틀모시길11 박물관신축사무실
○ 관람시간. 하절기(4~10월) 오전10:00~오후6:00 / 동절기(11~3월) 오전10:00~오후5:00
○ 관람료. 무료
○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설날 및 추석연휴
○ 문의. 041.350.4929
* 방문일. 2025년 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