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7일 맑고 화창한 날씨 속에 부여 궁남지를 다녀왔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 궁남지는 그 어느 때보다 푸르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으로 저를 반겨주었어요. 연못을 중심으로 펼쳐진 초록의 정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천천히 걷는 산책길은 몸과 마음을 모두 정화시켜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백제 무왕 시절 조성된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형 연못으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연못 중앙의 정자와 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 잠시 멈춰 서게 되죠. 아직 연꽃이 피기 전이었지만, 연못을 가득 메운 연잎들만으로도 이미 자연의 풍성함을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특히 궁남지는 여름이면 연꽃 명소로도 손꼽히는데요, 7월이 되면 온 연못이 분홍빛 연꽃으로 뒤덮이면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 시기에 맞춰 2025년 7월 4일부터 6일까지 ‘제23회 부여서동축제’ 도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연꽃의 절정을 궁남지에서 만나고 싶은 분들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부여서동축제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축제입니다. 궁남지를 중심으로 퍼레이드, 공연, 전통 체험 등이 다양하게 펼쳐져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축제 기간엔 특히 저녁 조명 아래 핀 연꽃과 함께하는 야경도 정말 아름답다고 하니, 올해는 꼭 한 번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연못 한가운데 우아하게 서 있는 정자 ‘포룡정(蒲龍亭)’은 궁남지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연꽃 속에서 용이 솟는다’는 뜻을 지닌 이 정자는 백제 무왕이 조성한 궁남지의 중심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며,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랑 이야기가 하나 있죠. 바로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입니다. 서동으로 불리던 백제 무왕은 신라의 선화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어려움을 극복한 끝에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궁남지는 두 사람의 사랑이 꽃피운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포룡정은 그 사랑을 상징하는 정자로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어요.

연꽃이 가득 피는 여름철, 포룡정을 배경으로 선화공주의 우아한 모습과 서동의 진심 어린 마음을 떠올려보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번 5월의 방문은 연꽃이 피기 전이라 더욱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산책하는 가족,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담는 여행자들, 연못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들까지, 궁남지는 누구에게나 열린 쉼의 공간이었습니다. 인근에는 부여의 전통 음식점도 많아 산책 후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자연,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궁남지는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으로 다시 찾고 싶은 장소입니다. 곧 다가올 연꽃의 계절, 그리고 부여서동축제가 궁남지를 더욱 빛내줄 그 시간을 기다리며, ‘충남으로이사온그’의 궁남지 방문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여 궁남지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 취재일: 2025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