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충남도는 '2025 충남형 마을 만들기 사업 신규 지구' 공모를 통해 도내 14개 시군 27개 지구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충남형 마을 만들기는 주민의 의견을 모아 기초생활 기반 확충 등 계획적인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사업 목표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마을 내 문화, 복지, 교육 및 주민 참여형 경관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깨끗하고 활기찬 농촌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2025년 2월, 공모 사업에 신청한 14개 시군 32개소를 대상으로 신규 지구 평가를 진행하여 천안·서산·당진 3곳, 공주·보령·아산·금산·서천·예산·태안 2곳, 논산·부여·청양·홍성 1곳 등 최종 27개 지구를 선정했습니다. 선정한 27개 지구에는 총사업비 83억 원(도비 30%, 시군비 70%)을 투입하며, 사업 유형별로 3년간 지원한다고 합니다.

▲ 공주시 의당면 가산리 마을 초입 풍경(1)

▲ 가산리(佳山里)의 자연마을명인 '가락골마을'이 새겨진 표지
공주시에서는 의당면 가산리, 사곡면 대중리 2개 마을이 소규모 자율 개발 유형(마을별 2억 원)에 최종 선정됐습니다. 가산리는 전통주 및 강정 요리법 개발, 역사 그림책 제작 등을 통해 '가산 전통다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며, 대중리는 애견 친화 마을 조성과 돌담 복원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선정된 공주시의 두 개 마을 중 개인적으로 역사그림책을 제작할 예정인 가산리가 궁금하여 며칠 전 다녀와 봤습니다.
갈미봉 중턱에 자리한 가산리(佳山里)는 아름답고 산이 많은데서 지명이 유래하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삼태미 형국을 하고 있습니다. 691번 국도를 기준으로 하여 좌측에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마을로, 지방하천인 가락천(佳樂川)이 흐릅니다.
자연마을명은 가락골, 중산, 군줄, 조산이 있습니다. 가락골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고, 중산은 마을회관 앞을 흐르는 가락천) 너머 지역입니다. 조산은 진입로 왼쪽으로 소나무가 있는 지역이고, 군줄은 가락골과 조산 사이에 있는 지역입니다.

▲ 열사 박윤근 묘 표지석

▲ 의당면 가산리 효도마을 표석
마을 진입로에는 가락골마을 표지석과 풍광이 아름다운 사찰, '가산사'의 안내판이 보입니다. 가산천 위에 가설된 가산교 인근에는 2025년 2월에 건립한 커다란 가산리 표지석이 보입니다. 마을 표지석 맞은편에는 열사 박윤근의 묘소를 알리는 표지석도 서 있습니다. 열사 박윤근은 구 공주군 의당면에서 전개된 (음력) 3.1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라고 합니다.
그 뒤편에는 가산리 효도마을을 알리는 표석이 서 있습니다. 공주시에서 추진하는 효실천 운동에 앞장서는 모범적인 효도마을로 이를 길이 보전하고자 1997년 7월 1일에 세운 표석입니다.

▲ 가산리 게이트볼장

▲ 공주시 의당면 농협창고
마을 진입로에서도 한눈에 들어온 게이트볼장으로 향하니, 붉은 벽돌조 건물이 보입니다. 의당면 청룡리에 있는 (개조한) 창고형 카페 건물과 같았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가산리 주민과 인근 마을인 중흥 1·2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게이트볼장이 있었습니다.
인기척 때문인지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소리에 게이트볼을 치던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나오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교명주(橋名柱)와 교명판(橋名板)이 떨어져 나가 준공 시기를 알 수 없었던 가산교에 대해 여쭈니 40~50년 전쯤 만들어졌다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러고는 마을회관 인근에 가면 앞으로 예뻐질 가락교(佳樂橋)가 있다는 정보도 함께 주셨습니다.

▲ 가산리 군줄길에서 바라본 가락천 일원

▲ 가락천변에는 추정 수령 60년의 버드나무 고목이 있다.
2023년부터 지방하천 재해복구 사업이 진행 중인 가락천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서 봤습니다. 예전에 능성 구 씨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는 군줄 마을에 가까워지자, 가락천변에는 영산홍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버드나무 고목 한 그루도 보였는데, 그 옆에 있던 마을 정자는 훼손되어 현재는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2021년에 하천 석축 공사를 했다는데, 버드나무 옆에 정자를 다시 짓기보다는 벤치를 만들면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 버드나무 고목 너머로 본 가락천(佳樂川)

▲ 2023년부터 가락천(하류) 지방하천 재해복구 사업이 진행 중이다.
버드나무 고목 너머 가락천으로 시선을 옮기니, 재해복구 사업 현장이 보였습니다. 마을회관이 있는 가락골 인근입니다. 공주시 의당면 가산리를 찾은 이유 중에는 공모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 마을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서였는데, 이미 2020년부터 가락천을 중심으로 가산리에 이미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늦게 온 건 아닌가?' 싶어 후회막급이었습니다.

▲ 재해복구사업이 진행되기 전의 가락교 모습
서둘러 마을회관 쪽으로 이동하다 2016년 귀향하여 마을 일을 맡아 보고 있다는 가산리 이은환 이장을 뵈었습니다. 게이트볼장에서 만나 뵌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마을을 방문한 이유를 전하니 가던 길을 멈추고 마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후 만난 마을 어르신들도 낯선 이에게 선뜻 말을 섞어 주셨습니다. 인구 80명 정도가 사는 작은 산촌 마을의 주민들이 개방적이어서 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다만, 2024년 10월에 이미 부서졌다는 가락교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지...... 공사 현장 소장님을 뵙고 사정 이야기를 하니,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을 내 없어진 가락교(정확히는 가락 3교와 중산교)를 촬영한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얼마 전, 교명주와 교명판이 황동판으로 제작된 다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 공공기관에서는 5년이 지난 자료는 삭제되어 민원인에게 정보를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낙담한 일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장 소장님이 보여 주신 사진이 어찌나 소중하던지요!

▲ 가락천변에는 밤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 가락천변에는 마을에서 가꾸는 국화 화분이 놓여 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가락천 상류 쪽으로 이동해 봤습니다. 가산리 이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주민들이 가꾸는 국화 화분이 천변을 따라 늘어서 있었습니다. 2025 충남형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할 마을 사업에는 가락천을 따라 LED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관상 마을을 예쁘게 가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마을에 뱀이 많아서 야간에 외출하는 주민들이 밤에도 안전하게 마을 안에서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 2020년 신축한 가산리 마을회관(경로당)

▲ 가락골 마을회관 우측에 자리한 분리수거장
더는 볼 수 없는 중산교를 지나 마을회관으로 걸음을 옮겨 봤습니다. 2020년에 신축한 마을회관은 깨끗했으며, 운동시설이 있는 운동쉼터는 비가림막이 있어 우천 시에도 이용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마을회관 우측으로 난 골목길에 들어섰다가 분리수거장을 발견했습니다. 여타 마을의 분리수거장과 달리 낡은 콘테이너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가산리의 2025 충남형 마을 만들기 사업 내용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다른 마을을 벤치마킹해서 지금보다는 깨끗한 분리수거장이 만들어졌으면 하고, 하천변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 설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5년 충남형 마을 만들기 사업 선정지 중 한 곳인 공주시 의당면 가산리를 돌아봤습니다. 가산리는 지금도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이번 선정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더욱 깨끗하고 안전한 마을로 거듭날 듯합니다. '가락교'에서 볼 수 있듯 사업을 진행하며 변화되는 모습을 언제든 돌아볼 수 있도록 기록화 작업이 병행되면 이 사업이 더욱 빛날 듯 여겨집니다. 비단 역사 그림책을 제작하는 가산리뿐만 아니라 충남형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는 모든 마을에서 꼭 병행되면 더욱 좋을 듯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