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한여름 휴지기를 보낸 후, 2023 충남도서관과 함께하는 인문학 탐방 이야기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 만나는 3차 인문학 탐방 주제는 '서산 9경 속 백제, 고려, 조선 문화유산'입니다. 오전에는 충남도서관 문화교육동 강당에 모여 서산시 문화해설사 활동을 하는 김재신 강사님 강의를 듣습니다.  

오전 강의를 통해 오후 탐방예정지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상 (백제 후기 문화유적)', 개심사 (고려 후기), 그리고 '해미읍성 (조선 초기 문화유적)'을 먼저 만나고 배우는 시간을 갖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야외 탐방을 진행하는 한편, 일정 진행상황을 보면서 추가로 용현리 보원사지(통일신라시대 문화유적)까지 둘러본다고 하니 정말 모처럼 경험하게 될 '우중 탐방기'를 기대하며 오전 강의를 들었던 시간입니다.

▲ 충남도서관 내포 길 위의 인문학 : 서산 9경 속 백제, 고려, 조선 문화유산 오전 강의

<첫 번째 탐방지 : 조선 초기 문화유적 해미읍성>

읍성은 읍을 둘러싸고 세운 평지성입니다. 조선시대 초기 성곽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는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손꼽히는 문화유적입니다. 강사님 해설을 들으며 해미읍성 관아문 - 옥사 - 민속마을-동헌과 객사 순으로 해미읍성 우중 탐방을 이어갑니다. 때로는 비를 맞으며, 때로는 비를 피해 처마 밑에 모여 서서 강사님 해설을 듣습니다. 2018년에 이곳을 혼자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제가 잘 모르고 흘려보냈던 관람포인트를 상세히 짚어볼 수 있어 참 좋았던 순간입니다. 우산 위로 리듬감 있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벗 삼아 평소보다 훨씬 민감한 청각으로 해미읍성 소리를 듣는 시간도 맘껏 즐깁니다. 민속가옥에서 들려오는 정감 있는 다듬이 방망이질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동헌 옆 문화전수관에서 흘러나오는 우리 국악 소리를 즐기며 해미읍성 이야기를 만났던 멋진 순간입니다. 

1) 외벽 석축이 15도 정도 기울어진 물림 쌓기로 성을 쌓은 외축태탁식 축성술  
2) 성벽 방어에 유리하도록 약간 안쪽으로 들어 쌓은 성문
3) 싸리나무와 같이 연기가 안 나는 좋은 재료를 쓰는 굴뚝과 아무거나 막 때는 굴뚝 길이 비교







▲ 첫 번째 탐방지 : 조선시대 문화유적 해미읍성

<두 번째 탐방지 : 고려 후기시대 문화유적 개심사>

조선시대 초기를 벗어나 이번에는 고려 후기시대로 넘어가는 일정을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이번 인문학 탐방을 신청하게 만든 결정적인 탐방지인 개심사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개심사를 맘 편하게 만나기 쉽지 않았기에 이번에 처음 만나는 개심사 만남이 정말 기다려졌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 개심사를 만나는 순간은 앞으로 제 인생에 더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적인 순간입니다.

많은 방문객이 개심사에 오면 저절로 마음을 열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말을 합니다. 비 오는 날 개심사는 고요함과 차분함을 전해주며 '작지만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한국미'를 가르쳐주는 멋진 배움터였습니다. 개심사에서 유명한 '심검당(번뇌를 끊는 반야검)', '청벚꽃'과 같은 여러 가지 개심사 이야기에 맘껏 빠져들었던 순간입니다. 





▲ 두 번째 탐방지 : 고려시대 문화유적 개심사

<세 번째 탐방지 : 백제후기 문화유적 마애여래 삼존상>

다시 시간을 거슬러 백제후기 문화유적인 마애여래 삼존상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자애로운 미소를 얼굴 가득히 띠고 있어 '백제의 미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상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 작품(600년경)이라고 합니다.
마애여래 삼존상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빛이 만들어 내는 명암에 따라 마애여래 삼존상 진가를 보이도록 한 백제인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 아쉽게도 빛에 따라 변하는 그 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비 오는 날씨 덕분에 마애여래 삼존상이 갖고 있는 오묘한 기술력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야외 문화재는 풍화작용에 취약한 약점을 갖고 있지만, 마애여래 삼존상은 최적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마애여래 삼존상을 보존하기 위해 인위적인 보호시설을 설치했으나, 오히려 곰팡이가 피고 결로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겨 모든 시설물을 다 철거하고 지금 현재 모습으로 다시 되돌렸다는 강사님 설명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강사님이 마애여래 삼존상 위에 우산처럼 비를 막아주는 큰 바위 역할에 대해 짚어주었는데, 실제 하루종일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마애여래 삼존상이 하나도 젖지 않은 귀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던 탐방 순간이었습니다.



▲ 세 번째 탐방지 : 백제시대 문화유적 마애여래 삼존상

<마지막 탐방지 : 통일신라 시대 용현리 보원사지>

비 오는 날이라 일정을 빨리 종료할 줄 알았는데, 강사님 뚝심 덕분에 운 좋게 기대하지 않았던 통일신라 시대 용현리 보원사지까지 만나는 행운을 맞이합니다. 

거대한 크기로 인해 당시 절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를 제공하는 돌그릇, 절터 동쪽에 4.6m 높이로 우뚝 솟아 잇는 보원사지 당간지주, 고려 초기 탑 양식을 갖추고 있는 거대한 보원사지 5층석탑(보믈 제104호), 고려시대 승려인 법인국사 탄문 사리를 모셔놓은 사리탑(보물 제105호), 그리고 법인국사 탄문을 기리는 탑비 등 보원사지 5대 문화재 유물을 만납니다. 이 외에도 강사님 해설을 통해 보원사지 곳곳에 묻어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배우며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 마지막 탐방지 : 보원사지

<내포 길 위의 인문학 3차 탐방을 마치며> 

비 오는 날이라 비 때문에 마냥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점이 더 많았습니다. 북적거리는 방문객 없이 온전히 현장을 감상할 수 있고, 주변 소음 걱정 없이 강사님 해설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평소보다 한층 더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탐방장소를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배운 하루입니다.

참고로 이번 3차 인문학 탐방부터는 앞서 인문학 탐방과 살짝 다른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무료로 진행을 했는데, 이번 3차 프로그램부터는 접수현장에서 소정의 탐방비(3,000원)를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앞으로도 이번처럼 소액 유료방식으로 계속 운영할 것 같습니다. 

2023년 10월 18일에 시작하는 마지막 4차 인문학 탐방 주제는 심훈을 통해 보는 항일문학이야기입니다. 충남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사전예약을 받으니 많은 분이 길 위의 인문학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 충남도서관 내포 길 위의 인문학 3차 일정을 마무리 하며 : 보원사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