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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피해민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할 때

출입기자 칼럼 - 김지현 충청투데이 기자

2023.05.16(화) 23:18:22도정신문(deun127@korea.kr)

유류피해민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할 때 사진


2007년 12월, 충남 바다가 검게 변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예인선단 해상크레인이 충돌하며 원유 1만 2475㎘이 쏟아진 것이다. 

이 사고로 서해안에 자리 잡고 대대손손 생계를 이어가던 충남 어민들의 생활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유류피해민들은 사고 후 1년간 조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바다와 해변을 검붉게 물들인 기름을 닦아냈다. 

그들의 눈물과 피와 땀으로 ‘태안의 기적’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생계도 포기하고 바다를 원상 복구시킨 유류피해민을 위해 삼성으로부터 기금이 출연됐다. 

기금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과 서해안연합회(이하 연합회)가 각 2024억 원, 1043억 원씩 배분받았다. 

조합은 충남 태안·서산·당진·서천, 연합회는 충남 보령·홍성·전북 5개 시·군으로 구성돼있다. 조합은 2028년, 연합회는 올해까지가 기금 사용 기한이다. 

하지만 기금 사용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조합은 157억 7500만 원을, 연합회는 기금의 원금(986억 원)에서 발생한 이자 126억 원을 집행했다. 

두 단체 모두 당초 기금 사용 계획보다 실제 집행 실적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피해민을 위한 기금이 사용되지 못하면서 피해민들은 유류피해 이후 현재까지 삶이 변한 것이 없다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조합과 연합회의 기금 미집행에 대한 의혹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최근 기금 집행 관리감독 기관인 해양수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조합과 연합회의 자금 집행을 중단시켰다. 

기금 사용을 동결시키며 사실상 고강도 조치에 나선 것인데, 남은 기금이 어떻게 사용될 지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

기금이 사용 방안이 미궁에 휩싸이자 유류피해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류피해민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금 사용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피해민이 충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충남도에서 적극 나서줘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 보령에 거주하는 한 유류피해민은 “우리는 기름유출 사고로 상처를 입고, 기금 미사용으로 두 번째 상처를 입었다”며 “도에서 기금을 관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충남도의회 의원들도 기금 미사용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충남 홍성에 거주하는 또 다른 유류피해민은 “기름유출로 피해를 입은 도민들을 위해 도의원들은 기금 사용이 정상화되도록 관심을 갖고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2007년 기름이 충남의 바다를 뒤덮었을 때, 도는 재난대책반을 설치해 방제에 총력을 가했다. 

도의회도 기름유출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유류피해민을 지원하는 데 앞장섰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유류피해민에게 지자체와 의원들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절실하다. 

이젠 2007년 충남 유류피해민에게 깊게 새겨진 상처가 더 이상 덧나지 않도록 어루만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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