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심상>

그런데 16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토록 아름다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다섯 분의 성인이 군무효수(예전에, 죄인의 목을 베어 군문(군대의 출입문) 앞에 매다는 형벌) 당하는 핏빛 처형장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서 더욱더 슬프고 처절하였을 순교 터인 바닷가 갈매못성지.
 

지금부터 다섯 순교자들과 관련된 갈매못성지를 둘러보고 그분들의 순교과정, 그분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건축물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섯 성인의 유해 안치실>

갈매못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죠? 풍수지리적으로 갈매못은 예로부터 이곳의 산세가 ‘목마른 말이 물을 먹는 모습’과도 같은 갈마음수형의 명당이라 하여 ‘갈마연’이라 불렸던 곳이고 갈마연(渴馬淵)에서 갈매못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생명의 물을 마시는 생명의 땅인 갈매못에서 다섯 성인이 순교하셨고, 후대의 귀감이 되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 성인의 유해 안치실은 승리의 성모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습니다.

<승리의 성모 대성당>

14처를 모신 십자가의 길을 오르면 그 끝에 장중한 승리의 성모 대성당이 있습니다. 승리의 성모 대성당 안에 들어갔을 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제단유리화였습니다. 대성당의 기도를 드리는 제단(미사를 드리기 위해 높게 만들어 놓은 자리) 뒤에는 다섯 성인을 상징하는 유리로 만들어진 제단유리화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이루어져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 빨간색으로 다섯 성인의 상징을 그려 넣어 마치 역광의 저녁노을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듯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다섯 성인 동상>

승리의 성모 대성당 오른쪽에 다섯 성인들에 관련된 내용을 기록한 동상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다섯 분의 성인은 성 다블뤼 안(安) 안토니오 주교, 성 오메트르 오(吳) 베드로 신부, 성 위앵 민(閔) 마르티노 루카 신부, 성 황석두 루카, 성 장주기 요셉 순교자이십니다.

<장깃대에 매달린 다섯 성인>

다섯 성인 순교자들은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수난의 금요일에, 충남 보령의 갈매못 바닷가 모래사장의 장깃대에 잘린 머리가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전시되었고 그 많던 까마귀도, 개들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순교자들의 머리가 매달린 그 시간, 바닷가 먹구름 사이로 다섯 개의 은빛 무지개가 떴다고 합니다.(자료출처 : 한국천주교회사)
이 브론즈는 위의 상황을 형상화하여 놓은 것입니다.

<휴게소>

승리의 성모 대성당을 둘러보신 후 내려오는 길 중간에 순례객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인 휴게소가 있습니다. 먼 곳에서 성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나, 저처럼 신자가 아니라도 발걸음이나 무더위에 지쳤을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주변에 예쁜 꽃들까지 심어놓았습니다. 조용히 휴식을 취한 후 흔적을 남기지 말고 나머지 성지를 둘러보는 예의는 필수.

<기념전시관과 야외제대>

승리의 성모 대성당을 모두 둘러본 후 휴게소 오른쪽을 내려다보면 야외제대를 갖춘 기념전시관이 보입니다. 기념전시관 내부를 관람한 후 밖으로 나오면 성모상과 야외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야외제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념관의 소성당>

갈매못성지의 기념전시관 안에도 미사를 올리는 작은 성당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한가운데의 제단을 중심으로 좌우 벽에 다섯 성인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고 소박한 성당이지만 살신성인하셨던 다섯 성인들의 숭고한 기운이 서려서인지 저절로 기도하는 자세가 지어졌습니다.

<순교성인비>

순교 터 위에 세워진 다섯 성인의 비석입니다. 지금은 바닷가 모래사장과 갈매못성지 사이에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지만, 예전에는 이 비석이 세워진 곳까지 모래사장이었고, 이곳에서 다섯 분의 성인이 망나니들의 칼날에 의해 한 분씩 머리가 잘려 나갔고 순교자들의 솟아오르는 피는 이곳 바닷가 모래사장을 검붉게 물들여 놓았다고 합니다.

<승리의 성모상>

이 성모상은 1629년 프랑스 파리에 건립된 승리의 성모 대성당에 모셔진 성모상과 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승리의 성모상 앞에는 초봉헌대가 있으며 순례객들이나 여행객들이 자신이나 세상을 향한 소망의 불을 밝혀 청원하는 곳입니다. 갈매못성지 순례 및 관람은 촛불을 봉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