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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위치·성별을 초월한 ‘예’(禮)

내포칼럼 -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2022.06.15(수) 16:26:36도정신문(scottju@korea.kr)

나이·위치·성별을 초월한 ‘예’(禮) 사진


최고 스승이자 친구같은 아버지
부자지간에 공경의 예 갖춰
상호존중 극치…후세에 모범

사회문제 해법 ‘예’에서 찾아
도덕 불감증 팽배한 현대사회
예 회복 세상 밝힐 21세기 등불


훌륭한 아버지라도 아들을 직접 가르치기는 어렵다. 자식을 직접 지도하다 보면 부모와 자식 사이가 멀어지기 쉽다. 영조는 훌륭한 임금이었으나 아들 사도세자의 교육에 지나치게 열중하다가 결국에는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비극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17세기 한국사회에 “예학(禮學)”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대학자 김장생(金長生, 1548-1631, 호 沙溪)은 아들 김집(金集, 1574~1656, 호 愼獨齋)의 스승이었다. 아버지 김장생은 아들 김집에게 최고의 스승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부자간이면서도 서로에게 공경의 예(禮)를 극진히 다하였다. 상호존중의 극치를 보였다는 점에서 후세의 모범이라 하겠다.

김장생 부자는 충청도 연산의 고향 마을에 묻혀 지냈다. 1606년(선조 39), 전라도 고부에 살던 권극중이란 선비도 연산서당에 찾아와 두 달간 머물며 김장생의 지도를 받았다. 그때 권극중은 스승 김장생의 자제인 김집의 효성스러운 태도를 직접 목격하였다.

“침실이나 서재에 훼손된 곳이 있으면, 신독재 선생(아들 김집)이 손수 살펴보고 수리하였는데 흙손질도 직접 하였다. (...) 만일 상에 올릴 고기반찬이 없으면 (아들 김집은) 몸소 그물을 들고 서당 앞 시냇가로 가서 물고기를 낚았다.”(권극중, <유사(遺事)>, <<신독재전서>>, 제20권)

그런데 아들 김집의 효성은 강요된 것이 아니었다. 스승 김장생 일가의 화목한 가정 분위기는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우암 송시열은 그 점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어느 날 김집이 서제(庶弟)와 함께 아버지 김장생을 모시고 있는데, 서제가 친구에게 답장을 쓰고 있었다. 그는 상대를 ‘존형(尊兄)’이라고 쓰자 김집은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서제가 고쳐 쓸 때까지 김집은 온화한 말로 타일렀다. 김장생은 두 아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며 빙그레 웃었다. (송시열(宋時烈), <어록(語錄)>, <<신독재전서>>, 제18권)

김장생은 아들 김집에게도 예의를 갖추었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있을 때라도 아들의 질문을 받으면 부축을 받아 앉은 상태에서 대답하였다. 부자간이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그래도 예의를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버지 김장생의 신념이었다.

누구나 알 듯 김장생은 조선 사회에 예학의 기치를 세운 우뚝한 선비였다. 후세의 이름난 학자 중에서 그의 지도를 받지 않은 이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하필 왜, 예학이었을까. 김장생은 당대의 정치, 사회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을 ‘예절’에서 찾았다. 사적 이익에 눈이 먼 협잡꾼이 날뛰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이기론(理氣論)과 같은 형이상학을 버리고 실천학문인 예(禮)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후세는 김장생과 김집 부자의 학문적 기여도를 호평해 그들의 위패를 문묘(文廟)에 모셨다. 당대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여민(與民)’ 곧 백성과 함께 유교의 이상에 한 걸음 다가갔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한 스승으로 삼은 것이었다. 도덕적 불감증이 팽배하고 가정 교육이 무너진 오늘날이다. ‘예’를 중시하며 세상을 바로 잡으려 애쓴 김장생 부자의 이야기가 흐뭇하지 않은가. 그들의 삶은 21세기에도 등불이 됨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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