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꽤 큰 도서관 하나가 있다. 이곳에서 책 한 권을 빌려 근처 호수 공원으로 향한다.
빨리 책을 펼치고 싶어 발걸음이 빨라진다. 네모난 도서관 건물 안에서
고요하게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바람을 쐬며 나무 그늘을 벗삼아,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은 선풍기 삼아 읽는 책도 기분이 좋아진다.

지구별그림책마을에 찾으니 그때 그 설렘이 다시 불어온다.
아늑한 숲,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글보다 그림에 더 집중한 책,
곳곳에 놓여 있는 포토존과 그늘, 벤치, 새소리까지 마음이 설렌다.
게다가 책과 함께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북스테이까지 있으니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색도서관이다.





차가 드문 굽이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금산의 바람이 창 너머로 불어온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박해로 알려진 신해박해의 진원지인 진산성지성당을 둘러봤다.
그리고 해가 더 기울어진 느지막한 오후, 
진산성지성당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자리한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로 향한다.
대둔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 지구별그림책마을.
좁다란 길을 따라가다 보니 또 다른 별에 도착한 듯
꽤 넓은 주차장과 또 꽤 큼직한 도서관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간다. 매표소에는 그림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매표하면 되죠?"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
도서관이지만, 입장료는 있다. 입장료는 5,000원.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서점뿐만 아니라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책장에는
4,000권에 이르는 책이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나이가 들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널브러져 있는 그림책 중 하나를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끝난 느낌이 들 정도로 짧은 책이지만,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걸 보면
짧다고 결코 무시할 만한 책이 아닌가 보다. 그 덕분에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과 연결된 1층에선 맛있는 냄새가 품어져 나왔다.
그 범인은 이탈리안 요리점이라고 하는 뚜띠쿠치나.
요리점 벽에는 2층 높이의 책장이 놓여 있는데 갑자기 의문이 든다.
레스토랑에서조차도 책을 읽으라는 것일까?
그리고 2층엔 책과 함께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북스테이가 자리하고 있다.

북스테이란 말 그대로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숙소를 말한다.
밖에서 바라보니 2층 테라스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왠지 더 낭만 있는 숙소인 것 같다.
낮에는 햇살이 한가득, 밤이 되면 쏟아질 것 같은 별빛이 한가득.
테라스에 앉아 하늘만 바라보며 까무룩 쉬었다 가고 싶은 곳이다.





북 스테이는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다면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또 대둔산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오래된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고택 스테이다. 



그림책 버스, 책 읽는 메타길, 명상정원 등 나름 사진 찍기에도 좋고,
사색하며 걷기에도 좋은 곳을 군데군데 보물찾기처럼 숨겨든 금산 이색도서관, 지구별그림책마을.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책도 읽고 길도 걸었다. 아이와 함께 오면 더 좋은 곳이다.